서울파이낸스 타워, ING타워, 서울시티타워. 각 지역의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는 오피스 빌딩들이다. 오피스빌딩은 많지만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곳은 몇몇 곳으로 압축된다. 왜일까? 이는 입점기업의 특징, 건물의 내외부 시설 등에 따라 달라진다. 건물의 임대와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KAA의 정병화 차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임대마케터다. 임대마케터란 오피스 빌딩 내에 입점할 기업을 선정하고 건물의 노후화에 따라 리모델링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한편 지속적으로 빌딩을 관리하는 전문직이다. 임대마케터 정병화 차장에게 오피스 빌딩의 가치를 높이는 다섯 가지 노하우를 들어봤다.
■빌딩의 테마를 정하라■
강남의 오피스 빌딩은 IT기업이 많이 입주해 자연스레 IT라는 테마가 형성되고 광화문은 외국계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주로 포진해 있다. 그러나 모든 오피스 빌딩이 테마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빌딩은 공실률을 줄이기 위해 테마를 무시하고 입주자를 선정하기에 급급하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빌딩의 부가가치가 낮아져 임대료가 내려가고 입주기업들의 이탈이 이뤄지기도 한다.
그러나 너무 타깃에 맞춰 입주업체를 리모델링하는 경우도 반발을 살 수 있다. 일례로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나 보험회사의 경우 경쟁사가 같은 건물에 많으면 인력 유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입주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금융빌딩을 표방한다면 증권, 보험, 은행 등을 한두 업체만 입주하도록 하고 이들 기관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금융관련 전산기업 등 협력업체를 포진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이름 있는 기업이나 기관을 유치해 빌딩의 이미지를 높일 수도 있다. 서울파이낸스 빌딩은 초창기 월드컵조직위원회를 유치함으로써 외국계 기업에 이름을 알렸고 이들의 입주를 유도할 수 있었다.
■아케이드보다 오피스를 먼저 입점시켜라■
건물의 지하에는 주로 식당과 카페 등 요식업체들이 입주하게 된다. 지상층에 어떤 기업들이 입주할지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아케이드를 먼저 입주시키면 오피스 입주자들의 니즈에 맞지 않은 아이템으로 아케이드가 형성될 수 있다. 수요자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권은 죽은 상권이나 다름없다. 정 차장은 오피스 입주업체 선정 이후 아케이드 입점업체를 선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남성 직원이 많은 IT기업이 오피스의 대부분을 차지할 경우 여성들이 선호하는 스파게티나 케이크전문점이 고전을 하게 되고 반대로 여직원이 많은 곳에는 칼로리가 높은 부담스러운 음식을 주 메뉴로 할 경우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아케이드는 입주기업 임직원들의 성향을 분석해 구성하되 인근 오피스의 아케이드에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구성할 때 매출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아케이드 입점 업체 선정 시에는 메뉴가 겹치는 매장을 철저히 제한해야 한다. 실제로 KAA에서는 입점 전 메뉴까지 공개하도록 해 기존 매장과 겹치는 메뉴의 판매를 제한함으로써 아케이드의 매출 증대를 꾀하고 있다. 아케이드의 매출 증대는 임대료의 상승은 물론 권리금 상승으로 이어진다.
■입주기업부터 시설까지 리모델링하라■
예전 금호아시아나 사옥이었던 프라임빌딩은 신규 사옥으로 기업이 이전하면서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했다. 70년대에 지어진 낡은 사옥은 오피스 빌딩으로써의 가치는 떨어졌기 때문이다. 프라임빌딩은 사옥에서 오피스 빌딩으로 변경되면서 입주기업 유치를 위해 냉난방, 엘리베이터 등 노후화된 설비를 교체해 IT전문기업들의 입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또 임대료도 현실적인 수준으로 책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대개 리모델링이라고 하면 시설의 교체만을 생각하지만 정 차장은 시설과 입주기업 모두를 리모델링해야 오피스 빌딩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시설은 뛰어나지만 공실률이 높은 빌딩은 대부분 입주 기업 선정에 소홀한 경우가 많다. 업체들이 기피하는 업종이 입주해있다거나 경쟁사가 미리 자리를 잡은 빌딩은 기업의 이미지와 정보 유출의 우려로 다른 기업들이 입주를 꺼리게 된다.
반면 시설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에서 주변 빌딩 수준으로 임대료를 높이면 기존 입주기업의 이탈과 신규 입주기업이 나타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시설적인 리모델링 후로 입주기업 유치를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주기업 재무분석은 기본■
오피스 빌딩들의 리스크는 입주기업의 리스크와 상충한다. 입주 후 회사 재정 악화로 임대료가 제때 지불되지 않거나 부도가 나면서 임대료를 받을 수 없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입주기업의 건실성을 검토하지 않는 것은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입주의사를 밝힌 기업이 전체적인 빌딩의 테마에 맞는지 살피고 해당 기업의 재무상황을 사전에 검토하는 것은 임대마케터들에게 기본적인 체크 사항이다.
또 이전에 입주했던 빌딩을 방문해 해당 기업에 대한 평판을 들어보는 것도 좋다. 소음이 심한 사무실이거나 옆 사무실과 트러블이 많았다면 아무리 높은 임대료를 지불하겠다고 해도 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기업의 입주로 다른 입주 기업들의 재계약이 결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마케팅 기업 선정에도 신중 기해야■
일부 건물주들은 인근 부동산에 의뢰해 입주기업을 소개받는다. 지속적으로 관리비용이 발생하는 임대마케팅 기업보다 비용이 저렴하다고 생각해서다.
그러나 개인 간의 거래가 아닌 법인과 법인, 법인과 개인의 계약에서 공인중개사만을 활용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공인중개사들은 계약이 성사된 이후 사후관리는 해주지 않는다. 계약 이후 입주업체가 시설이나 건물 관리에 대한 문의를 건물주와 직접 상의해야 하는데 건물주가 기업인 경우 별도로 관리 담당자를 두지 않는다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없다.
시설 노후화로 임차인인 입주기업의 재산상의 피해를 입는다면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누수로 인해 중요한 자료가 훼손되거나 오피스 가구, 전자기기 등에 문제가 생기면 이로 인해 소송에도 휘말릴 수 있다.
임대마케팅 기업을 활용할 경우 꾸준한 관리를 통해 임차인들의 요구를 건물주가 신속히 알 수 있고 설비 노후로 인한 문제점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계약 당사자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게 된다는 게 정 차장의 설명이다.
◇입주기업 체크사항◇
“계약서 작성 시 임차인 특성 반영해야”
임차인인 입주기업도 입주 전 빌딩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해당 빌딩에 경쟁기업이 입주해 있는지, 또 이전 입주기업과 문제는 없었는지, 같은 층에 있는 사무실 중 업무에 피해를 줄 만한 기업이 없는지 꼼꼼히 알아봐야 장기계약이 가능하다. 사무실을 자주 옮기게 되면 기업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입주 전 장기간 계약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는지 살펴야 한다.
계약서 검토는 필수다. 기본적인 계약서 항목에 자신의 기업에 맞는 특수성을 반영시켜야 한다. 실제로 한 보험사 지점은 동종업계의 추가 입주를 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 FC들의 이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아케이드는 기존에 어떤 업체들이 입점해 있는지 확인하고 주력 메뉴를 취급하는 업체의 추가 입점을 제한하도록 해야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자신의 기업 업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입주해 있는지도 살펴볼 사항이다. 경쟁사는 많은데 시너지를 낼 만한 거래처는 적다면 입주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
이 밖에도 임대마케터를 통해 오피스 투어를 진행함으로써 다양한 빌딩을 돌아보고 결정해야 하며 가능한 장기계약을 통해 잦은 이전을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