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지방과 달리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2014년부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며 매매와 전세 가격 차이만큼만 현금을 투입하여 아파트를 매입하는 일명 ‘갭투자’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적은 금액으로도 아파트를 여러 채 매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만약 향후 전세가격이 떨어질 경우 위험해질 수 있는 투자방식이다.
일부 지역에서 역전세 현상이 발생하며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임차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임차인으로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가장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정리해보자.
이사 날짜,
언제까지 통보해야 할까?
계약만기가 다가오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계약을 연장하여 계속 이 집에 살지, 아니면 이사를 할지 결정하고 집주인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만약 계약을 연장하여 계속 살고 싶다면 당연히 집주인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사 가기로 했다면 이때는 집주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임대차계약은 종료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임차인은 반드시 임대차계약을 종료한다는 의사 표현을 집주인에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도 자동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게 아닌, 의사 표현을 해야만 계약이 종료된다는 것이다. 계약 종료를 통보해야 하는 기간은 계약만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다. 쉽게 말해 계약만기일 기준 최소한 1개월 전에는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
만약 통보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이럴 때는 기존 계약과 같은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이 2년 동안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처리되는데, 이를 법률용어로 ‘묵시적 갱신’이라 한다.
예컨대 오산시에 있는 아파트에 2년 전 전세 3억에 입주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전세가격이 2.5억으로 5천만 원이 하락한 상태라면 시세에 맞게 보증금을 하향하여 재계약을 하거나, 더 좋은 조건의 아파트로 이사하면 된다.
하지만 계약 만기 1개월 전까지 만약 집주인에게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통지를 하지 않았다면, 임대차계약은 2년 전과 같은 조건인 전세 보증금 3억으로 2년간 자동연장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묵시적 갱신이 되었을 경우, 임차인은 영락없이 2년 동안 이와 같은 조건으로 계속 거주할 수밖에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임차인은 묵시적 갱신 이후 임대인에게 언제든 계약해지를 요청할 수 있고 계약해지를 통지한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계약해지 효력이 발생한다.
다행스럽긴 하지만 어찌 되었건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니 전세가격이 하락했다면 늦어도 계약만기 1개월 전까지는 집주인에게 임대차 종료 또는 보증금을 조정하여 재계약하자는 의사표시를 하는 게 중요하고, 그러한 통지를 했다는 근거를 남겨놓기 위해서 원칙적으로는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지만, 번거롭다면 문자메시지로라도 근거를 남겨둬야 한다. 그래야 향후 혹시 모를 분쟁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
보증금,
법적으로 언제 돌려받나?
임대차 보증금을 주고받는 과정 중 견해 차이로 인해 때때로 분쟁이 되는 경우 중 하나가 바로 보증금 지급 시기다. 집주인 입장에선 집을 먼저 빼야 보증금을 지급하겠다 하고, 임차인 입장에선 보증금을 먼저 줘야 이사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법으로 정해놓은, 임차인이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아야 하는 시기는 정확히 언제일까? 네 가지 보기 중 정답을 찾아보자.
<보기>
1. 계약서상 계약 만기일
2. 실제 계약 만기일
3. 이사하는 날
4. 모든 짐을 다 빼고 점유를 집주인에게 넘겨주는 순간
정답은 바로 4번이다.
즉, 집주인에게 집을 온전하게 인도해 줌과 동시에 보증금을 받는 것이다. 이를 법률용어로 ‘동시이행관계’라 한다. 반대로 얘기하면 임대차계약 만기가 되었다 해도 임차인이 집을 비워주지 않은 상태라면 아직 보증금을 돌려받을 조건이 안된 것이다.
이 내용은 임대차 관련 분쟁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임차인이 집주인에게 만기일에 맞춰 이사를 나갈 것이니 그 날짜에 보증금을 반환해 달라고 통지를 할 경우 일반적으로 집주인은 그 일정에 맞춰 집을 팔던가, 아니면 다른 임차인을 들이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매매 잔금이나 들어오는 임차인에게 받은 보증금을 곧바로 이사 나가는 임차인에게 지급해 준다. 즉, 통상적으로 상호 간 들고 나는 일정을 맞춰서 움직인다.
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거나, 매매, 전세 시세가 하락해서 집주인이 현재 임차인의 보증금을 지급할 능력이 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 반환을 거절당하면?
임대차계약이 만료되어 임차인이 이사를 나가겠다고 집주인에게 통지했는데 집주인이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어찌해야 할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집을 비워주기 전까지는 집주인에게 보증금 미지급을 이유로 청구할 수 있는 권원이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집을 먼저 비워주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왜냐하면 집주인이 계속해서 보증금을 안 줄 경우 임차인 입장에서 보호받을 방법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전세의 경우, 보증금을 받기 전까지 다른 집 전세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현금을 많이 보유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땐 임대차형태가 월세인지, 전세인지에 따라 대처 방법을 달리할 수 있다.
먼저 월세라면, 그리고 꼭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가장 먼저 ‘임차권등기명령’이란 것을 법원에 신청한다. 직접 신청해도 되고 일정 요건이 충족된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무료로 진행할 수 있고(인지대, 송달료는 납부해야 함), 법무사에 의뢰해도 비용이 비싸지는 않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통상 일주일 이내 인용되면서 해당 주택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임대차내용이 등기된다.
임차권등기 후엔 이사를 해도 임차인의 권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지급해 주기 전까진 임차권등기가 계속해서 남아있게 되어 간접적으로 보증금 상환을 강제할 수 있고, 집주인 마음대로 해당 주택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하는 것도 수월치 않게 된다.
이사를 하면 이후부터는 당연히 월세를 안 내도 되며, 반환받지 못한 보증금에 대해서는 연 15% 이율의 이자를 청구할 수 있게 되며,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에 지출된 비용도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만약 전세라면 집을 먼저 비워줄 상황이 쉽지 않기에 곧바로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지급명령’이라는 간단한 절차로도 가능하며, 이 또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무료로 진행하거나 법무사를 통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 절차를 진행할 경우 집주인 입장에선 압박을 느끼고 보증금 반환에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만약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어쩔 수 없이 해당 주택을 경매 신청해야 한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보증금반환청구소송과 경매신청에 지출된 제반 비용들을 청구하여 배당받을 수 있다. 만약 여유가 된다면 임차권등기명령 후 집을 비워준 상태에서 전세금에 대한 연 15%의 이자 청구도 가능하다는 점 참고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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