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병철 하나다올신탁 사장 겸 하나금융그룹 부동산사업그룹장
이병철 하나다올신탁 사장 겸 하나금융그룹 부동산사업그룹장은 16일 <건설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부동산에 관한 한 국내를 대표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부동산그룹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에 국한됐던 투자 포트폴리오를 자본과 메자닌(자본과 대출의 중간 순위) 투자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부동산시장이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성장형’에서 ‘순환형’으로 바뀌는 구조적 변화의 시기“라며 “전문가가만 돈 벌 수 있어 간접투자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평가했다.
-하나금융그룹의 부동산사업그룹장이다. 부동산그룹을 소개한다면.
△하나금융은 2010년 3월 다올신탁과 다올자산운용을 인수하면서 국내 금융그룹 처음으로 부동산사업그룹을 출범했다. 그룹은 은행 증권 신탁 자산운용 등 그룹 관계사들의 부동산 전문가 150명으로 구성됐다. 운용자산 규모는 은행 2조5000억원, 부동산펀드 1조4000억원 등 현금성자산 4조원, 부동산신탁자산 20조원에 달한다.
부동산 개발부터 금융 신탁 펀드 운용까지 모든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한곳(대치동 신안빌딩)에서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 부동산사업그룹의 핵심 비전과 전략을 듣고 싶다.
△주식 채권은 전 세계를 넘나드는 반면 부동산은 지역성이 강하다. 한 나라에 있는 부동산을 다른 나라로 이동할 수 없어서다. 지역성이 강해 그 지역 사람이 잘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최고의 오피스빌딩이라는 서울파이낸스센터나 강남파이낸스센터 모두 외국계 소유다. 미국의 블랙스톤, 일본의 모리와 미쓰이부동산, 홍콩의 청콩그룹 싱가포르투자청 등 해외에는 부동산을 테마로 한 대기업이 다수 포진해 투자 노하우가 앞선다.
이들은 운용자산이 수십조원, 시가총액만 수조원에 이른다. 그동안 국내 금융기관이 PF대출에 집중하고 이자만 받는데 익숙했기 때문에 부동산그룹으로 성장할 기회가 없었다.
우리도 외국 유수 기관과 견줄만한 간판 부동산그룹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부동산 시장도 개발자 주도 시장에서 수요자 시장으로 변화하면서 원스톱 금융기관을 필요로 한다. 이에 맞춰 하나금융 부동산그룹은 론플레이어(Loan Player)에서 에퀴티 플레이어(Equity Plaer)로 변신해 갈 것이다.
-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 듣고 싶다
△지금을 단순한 불황이라고 보지 않는다.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인구구조가 줄면서 시장 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시작됐다. 짓기만 하면 팔리던 양적 팽창시대, 사기만 하면 오르던 성장형 시기가 끝나고 경기 사이클에 따라가는 순환형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변화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소형주택화,
둘째는 도심회귀화다. 일본도 위성도시가 몰락하고 도쿄로 다시 몰리고 있다
. 셋째는 사용자가 주도하는 수요자 시장이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인구구조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 국내 1호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탄생한 장본인이다. 부동산펀드와 리츠 등 간접투자시장 전망은 어떤가.
△ 작년 말 기준 부동산펀드 16조4000억원, 리츠 8조3000억원 등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이 25조원 시장으로 성장했다. 순환형 시장에서는 누구나 부동산으로 돈버는 게 아니라 전문가만 돈 벌 수 있다. 개인 투자자 중 주식·채권을 하지 않고 부동산상품에만 투자하는 이가 적잖다.
외국에서도 은행 이자의 2배를 주는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에 대해 노령자들의 선호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때문에 전문가가 부동산을 대신 굴려줄 간접투자시장의 전망이 밝다.
다만 국내에서는 리츠가 PF의 대체 수단으로 왜곡됐다. 리츠의 본질은 안정적인 투자자산에 있다. 리츠 신뢰를 회복하려면 대주주 및 경영인에 대힌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오는 7월 신탁법이 50년만에 개정돼 시행된다. 이에 맟춰 회사가 준비하는 상품이 있다면
△개정 신탁법이 현실에 맞게 잘 수정됐다. 첫째 재신탁이 허용됐다. 민법상 조합이 신탁 조직인데 조합이 신탁사에 재신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원가 절감과 수익 극대화를 장점으로 재개발·재건축시장에 진입할 것이다. 신탁사 진입으로 그간 없어지지 않던 조합 비리도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신탁사는 선관주의 의무, 즉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 의무를 갖고 있다. 조합의 업무처리를 신탁사에 맡기면 투명성이 높아진다.
두번째 중요한 것은 신탁사채 발행이 허용되면서 다양한 상품개발이 가능해진 점이다. 호텔 쇼핑몰 등 수익성 상품을 신탁사가 개발 소유하고, 투자자는 신탁사가 발행한 신탁사채에 투자하면 된다. 과거 투자자들이 자신 앞으로 등기해 부동산을 직접 소유할 때에 비해 부동산의 매매, 유통 시장이 새로 형성되는 것이다. 자산유동화증권(ABS, ABCP)로 한정돼 있는 부동산 유동화시장이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 개발사업 활성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디벨로퍼, 정부, 금융기관 모두 각자 역할을 개선해야 하다. 우선 자본력을 수반한 메가 디벨로퍼의 탄생이 필요하다. 국내 개발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싼 땅값에 있다. 외국의 개발사업비 중 토지비 비중이 30%를 넘지 않지만 서울은 50~60%. 지방은 30~40%를 차지한다.
토지보상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과다한 토지비를 줄이기 위해 ‘수용·매입’보단 수용과 환지를 적절히 혼합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토지주가 개발에 참여하는 지주 참여형 개발도 적극 활용해야겠다.
대한주택보증, 주택금융공사 등 정부기관은 건설사에 과도하게 편중된 지급보증 리스크를 덜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기반 보증상품을 늘려야 한다. 과도한 보증이 발목을 잡아 업력이 오래된 건설사가 무너지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금융기관도 리스크를 부담하는 재무적 투자자로 변신해야 한다. 상업은행은 담보인정비율(LTV) 50% 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투자은행(IB)으로 변신해 지분투자와 메자닌 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
-부동산업계에서 금융업으로 넘어간 최초의 경영인이다. 부동산 관련업의 창업을 꿈꾸는 20~30대에게 조언한다면
△부동산은 유형의 자산을 상대로 하는 사업이라는 것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먹이사슬의 가장 윗단인 금융을 알아야 가능한 비즈니스다. ‘땅작업→상품구성→ 설계→인허가→시공→입주’까지 개발 과정의 전 사이클을 경험해야 현장감각이 생긴다. 부동산업도 최근에는 세분화, 전문화돼가는 중이다. 전 사이클을 돌아보고 특정분야 전문성을 기르는게 좋다.
원정호기자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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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하나다올신탁 사장은 누구?>
이병철 사장을 설명하는 데 유난히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라 다닌다. 그에게‘부동산업계의 빌게이츠’라는 별명이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68년 경북 문경 출신의 그는 태릉고를 나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중퇴했다.
IMF외환위기 직후인 99년, 32세에 외국계 부동산회사를 상대로 한 부동산 부티크(소규모 컨설팅 회사)를 창업하며 부동산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이후 2001년 국내 1호 리츠를 선보였다. 리츠를 운영하며 시장 초기의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자 신탁업으로 넘어갔다. 2004년 민간 부동산 신탁사 중 처음으로 은행 공동 출자를 받아 자본금 100억원의 다올부동산신탁을 설립했다. 그는 100곳 이상의 금융사를 돌며 프리젠테이션를 했고, 하나·우리·신한은행을 주주로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06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부동산전문자산운용사(다올자산운용)을 창립했다. 자산운용사 설립때는 3개 신탁사 주주 에다 농협 동양종금 등 5곳이 주주로 참여했는데, 수년 내 배당금으로 투자 원금을 돌려줬다.
그는 2010년 3월 자신이 설립한 다올신탁·부동산자산운용 등 2곳을 하나금융그룹에 매각했다. 부동산간접투자 시장 전망이 밝자 그룹 조직에 속해 일을 해야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자신은 지분 20%를 가진 전문경영인이 됐다. 비은행 부문 수익확대를 모색해 온 하나금융그룹 측도 두 회사를 인수하면서 부동산부문을 강화할 수 있었다.
이 사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도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하나다올신탁은 수탁고 20조원에 수주 315억원, 당기순이익 105억원의 기록적인 실적을 냈다. 하나다올자산운용의 작년 당기 순이익은 20억원이다. 이는 부동산전문 자산운용사 중 1위, 82개 전체 자산운용사 중 27위 실적이다.
원정호기자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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