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하고 배짱 있게 현장조사 하는 요령

 

 

월급쟁이를 위한 부동산 경매

저자: 오은석프로필보기

여행사진작가의 꿈을 품고 사는 부동산 실전투자자 겸 칼럼리스트, 부동산 재테크 멘토, '북극성주'라는 닉네임으로 더욱 유명한 실전고수 '오은석 북극성 대표'가 월급쟁이들에게 전하는 부동산 경매 이야기. 실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나간 생생한 경매 이야기를 책 속에 담아냈다.

 

꼼꼼하고 배짱 있게 현장조사 하는 요령

임장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꼼꼼하게 했느냐에 따라 입찰가격이 달라진다. 임장을 어설프게 했다면 낙찰이 되더라도 2등과 터무니없이 많은 차이로 받았을 것이고, 패찰을 했다면 낙찰금액과 터무니없는 차이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무에서는 1등과 2등이 적게는 몇 백만 원 많게는 몇 천만 원 차이로 낙찰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임장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마지막 단추도 잘못 꿰진다. 임장의 중요성은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임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조사와 현장조사뿐 아니라 임장이 끝나고 임장보고서를 작성할 때 조사한 내용을 기재하고 혹시 빠트리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체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임장계획 세우기

시세, 호재와 악재, 미납 관련 사항 등 사전조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임장 계획을 세울 때는 무엇을 타고 이동해서, 어디부터 방문하고, 방문해서 무엇을 물어볼지 등을 구체적으로 계획해야 한다. 본인이 정한 미션에 순번을 달아 나열한 다음 임장하면서 미션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체크한다. 실패했던 부분이 입찰에 영향을 미칠 만한 것인지 확인하고, 중요한 부분이었다면 추가 임장을 해서라도 반드시 확인 후 입찰해야 한다.
이동수단은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동 중에 체크할 사항을 다시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통여건이 좋은지 여부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자가 운전을 하면 임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매우 피곤해서 자칫 졸음운전을 할 위험도 있다. 나도 그런 경험이 몇 번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잠을 잘 수도 있고, 그날 임장했던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피드백을 할 수도 있다.
지방 임장을 갈 때에는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역이나 터미널에서 내려 시내버스나 택시로 이동한다. 시내버스 안에서 연세가 있으신 분에게 외지에서 온 사람이라고 밝히고 임장 물건을 포함한 주변지역에 대해 물어보면 의외로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분들이 많다. 택시를 타고 이동시에는 택시기사에게 지역에 대해 궁금한 점을 하나씩 물어볼 수도 있다. 지역 내에서 선호도가 있는 아파트나 근로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아파트 단지, 그리고 업체에서 사택으로 쓰는 아파트 등.
입찰예정물건지에서 내려 임장을 마치고 다음 물건지로 이동할 때에는 1시간 이내의 거리라면 걸어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중간중간 다리가 아플 때에는 부동산에 들어가서 커피를 얻어 마시고 정보를 좀 얻고서 다시 출발하면 된다. 쉬기도 하면서 부동산 사장님의 지역현황 브리핑도 들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공인중개사와 친해지기

공인중개사는 그 지역에 있어 최고의 전문가다. 시세는 중개사의 본업이기에 당연히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지역의 호재와 악재도 뉴스나 소문 그리고 투자자나 원주민들에게 들어서 이미 파악을 하고 있다. 단순히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방문만 하고 오는 게 아니라 유능한 공인중개사를 내 편으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마음에 맞는 공인중개사 한 명만 내 편으로 만들어도 임장부터 명도 그리고 임대 후 매도까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임장을 하다보면 어떤 지역은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없는 곳도 있다. 이때 당황하지 말고 입찰예정물건 주변의 이발소, 미용실, 슈퍼, 세탁소, 관리실 등을 방문해서 부동산을 찾고 있는데 주변에 없는 것 같다면서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어보면 된다.
“저기 슈퍼 사장님이 이 지역 부동산 중개 다 해요. 거기로 가보세요.”
“마을 이장님이 하세요, 저 감나무 있는 파란 대문집이에요.”
이렇게 주민들이 알려줄 것이다.

물건 내부 확인하기

부동산에서 물건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다면 이제 물건지로 가서 물건의 하자 여부 및 점유자가 누군지를 확인할 차례다. 먼저 물건지에 도착하면 바로 세대호수로 가지 말고 관리실부터 방문한다. 관리사무소에 가서 미납관리비와 현재 누가 점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인테리어나 수리를 한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한다.
참고로 낙찰을 받은 후에 전 소유자나 임차인이 미납한 수도세, 전기세 등은 잔금을 납부한 후 잔금납부영수증과 등기부등본을 지참해 해당 업체나 공사에 방문하면 탕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관리비의 경우는 공용부분에 한해 낙찰자가 인수해야 한다는 판례가 나와 있으므로 반드시 미납금액과 공용부분을 정확히 확인하길 바란다.
관리사무소에서 나와 물건지로 향한다. 초보자가 처음에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바로 입찰예정물건의 벨을 누르는 것이다. 좋은 일로 찾아간 것도 아닌데 벨을 눌렀을 때 점유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러나 비록 경매로 나온 물건이지만 나는 이 집의 매수예정자이고 집을 사기 전에 내부를 보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점유자가 경매 과정을 거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으니 이를 감안해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는 벨을 눌러 점유자를 만나고 올 확률보다 그렇지 못할 확률이 높다. 문이 닫혀있고 사람이 없는 것을 폐문부재라고 하는데, 폐문부재 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회원들이 많다. 폐문부재 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점유자를 만나고 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만나서 무슨 정보를 얻으려는 것인가가 중요하다. 연식이 오래되고 누수가 의심되는 물건이 있다면 과연 내 물건에도 하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만약 하자가 있다면 수리비용을 감안해 입찰가를 작성해야 한다.
그 하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내부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내부확인보다 중요한 것은 윗집과 아랫집 누수 여부다. 해당 경매물건의 윗집, 아랫집에 누수가 없다면 경매물건에도 수리비용이 발생할 정도의 누수 하자는 없다고 보면 된다. 요컨대 누수 관련 임장의 쟁점은 경매물건의 윗집과 아랫집을 통해 확인할 사항이기 때문에, 폐문부재여서 굳이 내부를 확인 못했다는 이유로 근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점유자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내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분도 있다. 혹시 ‘깍두기 아저씨들’이 있어서 명도가 어려울 것 같으면 입찰을 포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는 직접 명도를 하지 말고 바로 강제집행을 하면 된다. 사실 경매를 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상대하게 되는 경우는 책이나 영화에서와 달리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가 입찰하려는 물건은 소액물건이 대부분이고, 그런 소액물건에 점유하고 있는 ‘깍두기’라면 기업형 폭력조직이 아니라 생계형일 것이다. 이들은 법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특징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임차인 사실관계 알아내기

이처럼 폐문부재로 내부확인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제 문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지만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경우가 있다. 임차인으로 생각되는 사람이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을 경우인데, 이때는 점유자를 만나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이 사람이 정식으로 임대차계약을 맺은 임차인인지, 임차인인 척 하고 점유만 하고 있는 사람인지에 따라 보증금을 인수해야 하는지 아닌지가 가려지기 때문에 입찰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쟁점사항이다. 다만 이해관계에 있는 채권자들을 통해서 이 사람이 가짜 임차인으로 인정될 만한 정황이나 서류를 확인했다면 굳이 점유자를 만날 필요는 없다.
폐문부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무슨 정보를 얻기 위해 내부 확인을 하려고 하는지, 그 임장목표가 중요하다. 점유자를 통해 얻고자 하는 정보가 많지 않는데 굳이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경매는 경쟁적인 매매다. 입찰자에게 주어진 임장 시간을 누가 효율적으로 사용했느냐에 따라 낙찰자는 손실을 입을 수도,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물건지 방문 시에는 시간을 맞춰 가는 것이 좋다. 경매정보지나 사전조사 그리고 현장조사를 하면서 아파트 내에 거주하는 사람이 가족 단위인지 아니면 나홀로 근로자들이 임대를 해서 임차인으로 살고 있는지에 따라서 차이를 두는 것이 좋다.
가족이 함께 거주하는 아파트는 오후 6시에서 9시 사이에 방문하면 소유자나 임차인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를 맞춰 부모님도 들어오거나, 아이들만 있을 가능성도 있다. 나홀로 근로자의 경우에는 지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3교대 지역의 경우에는 저녁 9시 이후가 되어야 퇴근해서 집으로 오기 때문에 이 시간을 맞춰 가면 점유자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