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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을 양도담보에 제공한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배임죄 성립 여부

LBA 효성공인 2020. 5. 12. 14:25

     동산을 양도담보에 제공한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배임죄 성립 여부

-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


I. 사안의 개요

 

회사를 운영하는

]

피고인은 피해자 은행으로부터 1억 5,000만 원을 대출받으면서 위 대출금을 완납할 때까지 골재생산기기(이하 ‘크러셔’)를 점유개정방식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양도담보로 제공하였으나


그 후 약 3개월여 후 위 크러셔를 다른 사람에게 매각하였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에게 피해자 은행이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위 크러셔를 성실히 보관·관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그러한 임무에 위배하여 위 크러셔를 다른 사람에게 매각함으로써 피해자 은행에 대출금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음을 이유로 피고인을 배임죄로 기소하였고, 제1심 및 항소심은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습니다.



II.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 내용


대법원은 동산을 양도담보에 제공한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하여 이와 다른 취지의 종래 판례를 변경하고, 배임죄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쟁점은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후 대상 동산을 처분한 경우에 있어 담보를 제공한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각각 동산에 관하여 점유개정 등으로 양도담보권을 설정함으로써 채권자가 양도담보권을 취득한 이후 채무자가 부담하는 담보물 보관의무 및 담보가치 유지의무에 대한 평가, 금전채무와 담보권의 관계에 있어 ‘타인의 사무’ 여부를 가리는 기준 등에 대하여 의견을 달리하였습니다.


대법원 다수의견의 논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 배임죄 범죄의 주체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을 위하여 대행하는 경우와 같이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그들 사이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이익대립관계에 있는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채무자의 성실한 급부이행에 의해

 ▲상대방이 계약상 권리의 만족 내지 채권의 실현이라는 이익을 얻게 되는 관계에 있다거나,

▲계약을 이행함에 있어 상대방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부수적인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고(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5도1301 판결 등 참조),


위임 등과 같이 계약의 전형적·본질적인 급부의 내용이 상대방의 재산상 사무를 일정한 권한을 가지고 맡아 처리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


나.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을 요하는 진정신분범이다.


2)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담보설정계약의 체결이나 담보권 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의 변제에 있다


3) 채무자가 그 소유의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채무자는 그 과정에서 담보물을 처분하거나 멸실·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될 소극적 의무를 부담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직접점유자에게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간접점유자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관리할 의무가 있고 그러한 보호·관리의무가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4) 동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에 제공한 채무자는 양도담보 설정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자신의 권리에 기하여,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의 비용부담 하에 담보목적물을 계속하여 점유·사용하는 것이지,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로부터 재산관리에 관한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 아니다.


다. 이와 달리 채무담보를 위하여 동산이나 주식을 채권자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거나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 대법원 판결들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 반대의견의 논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 확립된 대법원 판례는, 문제된 사무 처리가 오로지 타인의 이익을 보호 관리하는 것만을 내용으로 할 필요는 없고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성질을 아울러 가진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 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경우에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유지하여 왔다. 최근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역시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인정하는 종전 판례를 유지하면서 위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나. 양도담보권이 설정된 후 담보설정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채권자를 위한 사무로서의 성질이 부수적, 주변적인 의미를 넘어서 중요한 내용을 이루게 되고,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게 된다.


다. 금전소비대차계약에 따른 채무자의 의무와 담보설정계약에 따른 담보설정자의 의무는 각각 서로 다른 계약에 기초하여 발생한 의무이므로 이 두 의무를 놓고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를 판단하는 기준인 전형적·본질적 의무와 부수적·종된 의무로 구분지을 수는 없다.



III. 대상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동산 이중양도 사안에서 동산 매매계약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판결). 또한 부동산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담보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이어서 이를 가지고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여야 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판결).


위와 같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타인의 사무를 더 제한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들이 제기되어 왔고, 대상판결은 이처럼 대법원이 배임죄의 주체와 관련한 최근 일련의 판결을 통해 가능한 배임죄의 성립범위나 처벌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입니다. 대상판결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 역시 다수의견이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충실히 따른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편 대법원은 제3자에게 목적 부동산을 양도한 행위인 부동산 이중매매 사안에서는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경우,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전제에서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 기존 판례와 같이 배임죄 성립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였습니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한 위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종래의 견해를 유지한 것과 관련하여, 위 판결은 부동산이 국민의 경제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부동산 매매대금은 통상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뉘어 지급되는데,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상당부분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더라도 매도인의 이중매매를 방지할 충분한 수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거래의 현실을 고려하여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종래의 판례가 여전히 타당하다는 이유에서 종래의 견해를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결국, 대상판결을 포함한 주요 관련 판례는 이중매매 등의 대상이 동산이냐 부동산이냐에 따라 배임죄 인정여부를 달리 평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