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
개인회생절차에서 채무자가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하지 못한 경우에도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624조 제2항에 따라 면책받을 수 있다.
위 조항에 따른 면책을 하드쉽면책 또는 특별면책이라고 한다.
개인회생절차에서 채무자가 변제계획에 따른 변제를 완료하지 못하는 경우
우선 계획변경을 시도하여야 하고,
계획변경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파산절차의 면책을 이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원칙만을 고수하는 것은 가혹한 점,
■파산절차를 선택하지 아니하고 장래소득으로 변제를 계속하고자 노력한 점을 감안하여
채무자에게 파산절차를 이용하지 아니하고도 면책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하드쉽면책의 제도적 취지이다.
현재 하드쉽면책은 거의 이용되고 있지 않는바, 제도적 취지를 생각하면 바람직하지 않다.
아래에서는 하드쉽면책의 요건과 절차 등과 관련하여 주요사항만 살펴본다.
2. 요건 관련
하드쉽면책을 받기 위해서는 법 제624조 제2항 각 호의 요건,
나. 채무자에게 귀책사유가 없을 것
변제재원 감소의 원인에 대하여 채무자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드쉽면책이 인정된다.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실직, 감봉이 대표적인 예이지만, 질병이나 사고가 있는 경우에 한정하는 경직된 운영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하급심에서 채무자의 귀책사유가 없는 것으로 인정된 예를 살펴보면, 주로 암 등의 심각한 질병이 발생한 경우 하드쉽면책이 허용되고 있다.
연구자의 입장에서 우리나라보다 일본의 실무운용을 더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는데, 이는 일본의 경우 각 유형별 실무운용현황이 법률잡지나 단행본을 통하여 적기에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판례는 개별 사안에 대한 결론을 넘어서, 판사들이 추상성이 높은 법규정을 개별 사안에 적용하여 형성한 보다 구체적인 '법'이라 할 수 있다. 100건의 사건을 법원이 모두 처리하는 것보다는 법원은 10건의 사건만 처리하고 나머지 90건은 법원이 10건의 사건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판례나 실무운용의 공개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 자세를 법원에 요청하고 싶다. 또, 제도가 새롭게 만들어져 판례의 축적이 필요한 경우에는 일정기간만이라도 이유를 충실히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 청산가치가 보장되었을 것
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우 청산가치가 보장될 것만을 요구함에 반하여 일본의 경우에는 청산가치의 보장과는 별도로 변제할 재생채권의 4분의 3 이상이 변제되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점은 면책의 상당성 및 임의성과 관련이 있다.
라. 계획변경이 불가능할 것
(1) 계획변경의 사유
하드쉽면책에 앞서 계획변경이 시도되어야 한다. 법에는 계획변경의 내용은 물론 사유에 대하여도 아무 언급이 없다. 대법원 2019. 3. 19. 자 2018마6364 결정은 인가된 변제계획의 변경은 인가 후에 변제계획에서 정한 사항의 변경이 필요한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당연한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계획변경사유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제출된 변경계획안은 불인가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현행법의 해석상 개인회생절차에서 변제재원이 증가한 경우에도 계획변경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개인회생절차가 갱생형 도산절차인 이상, 변제계획 인가 이후에 증가된 소득 등은 채무자의 새출발을 위하여 쓰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해석론으로서 통설의 입장이 타당하더라도 계획변경은 변제재원이 증가한 경우에는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2) 계획변경의 내용
변제액의 감소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변제기의 연장 특히 원 변제계획의 기간제한을 넘는 변제기의 연장이 가능한지 여부인바, 실무는 부정적인 입장에 있고 이는 타당하다.
일본의 개인재생절차에서 계획변경은 변제계획의 기간을 일정 한도 내에서 연장하는 내용의 것만 가능하고 변제액의 감소는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이는 계획변경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것으로서 참조할 가치가 있다.
마. 면책의 상당성
법 제624조 제2항이 정하는 요건들이 갖추어진 경우에도 법원은 반드시 면책결정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채무자를 면책하는 것이 상당한 경우에만 면책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면책의 임의성으로 연결된다.
바. 소극적 요건
법 제624조 제3항은 '면책결정 당시까지 채무자에 의하여 악의로 개인회생채권자목록에 기재되지 아니한 개인회생채권이 있는 경우(제1호)'나 '채무자가 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제2호)'에는 면책을 불허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제1호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 개인파산절차에서 채무자가 악의로 채권자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파산채권이 있는 경우는, 그 파산채권은 비면책채권이지만, 면책불허가사유가 아니다. 개인회생절차에서 목록에 기재되지 않은 개인회생채권은, 채무자에게 악의가 없는 경우에도, 절차의 구속을 받지 않고 면책의 대상도 아닌바, 목록에 기재되지 않은 개인회생채권의 보호는 이로써 충분하다.
3. 절차 관련
가. 면책의 시기
대법원 2012. 7. 12. 자 2012마811 결정은 하드쉽면책은 개인회생절차가 종료되기 이전까지만 신청할 수 있는바, 채무자가 변제계획을 이행할 수 없음이 명백함을 사유로 법 제621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내려진 개인회생절차폐지결정이 확정되면 개인회생절차가 종료하므로 그 이후에는 채무자가 하드쉽면책신청을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하드쉽면책신청에 대하여 면책불허가의 결정을 하지 아니하고 법 제621조 제1항 제2호에 근거하여 개인회생절차폐지결정을 하는 실무례도 있는바, 부적절하다. 현행법은 일반적으로 하드쉽면책신청이 있는 경우 법원은 하드쉽면책불허가결정이 확정되기를 기다려서 법 제621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폐지결정을 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면책의 임의성
법 제624조 제2항은 그 각 호의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면책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에 착안하여 법원은 반드시 면책결정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의 하드쉽면책 근거조문인 민사재생법 제235조 제1항 역시 '면책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일본에서 위 문언은 법원의 권한을 규정하는 것이고,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면책을 인정할지 여부의 재량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이는 민사재생법이 우리나라의 법 제624조 제2항 각호의 요건에 추가하여 권리변경된 재생채권의 4분의 3 이상이 변제되었을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입법론적으로 일본과 같은 태도가 바람직하다. 법원의 재량은 때로는 법원에게는 부담이 되고, 이해관계인에게는 불확실성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도산절차의 운영방향은 채권자과 채무자의 힘겨루기의 대상이고, 힘의 우열은 오락가락하기 마련이다. 법원 내의 리더쉽이 지나치게 강하면 그 성향에 따라서 운영방향이 오락가락할 수도 있다.
4. 또 다른 하드쉽면책
미국의 경우 학자금대출채권은 애초에는 비면책채권이 아니었으나 학자금대출 관련 개인파산사건 급증에 대응하기 위하여 1978년 연방파산법 개정 때 11 USC 523(a)(8)이 신설되었다. 위 조문은 13장 절차에도 준용된다. 이에 따르면, 학자금대출채권은 비면책채권이지만, 채무자와 가족이 과도한 곤경(Undue Hardship)에 처하게 되는 경우 예외가 인정된다. 가장 주류적인 판례인 Brunner Test는 첫째, 현재 학자금대출을 상환하는 경우 채무자가 최소한도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없고, 둘째, 이러한 상황이 학자금대출상환에 필요한 기간 중 상당한 부분 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셋째, 채무자가 학자금대출을 상환하기 위하여 성실하게 노력한 경우 면책을 허용한다. 우리나라에서 학자금대출채권 중 취업 후 학자금상환대출채권은 개인파산절차에서 비면책채권이다. 이에 대하여 개인파산절차의 실효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바, 대안을 모색할 때 위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5. 마치면서
제도적 취지를 생각하면 하드쉽면책을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는바, 하드쉽면책의 임의성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일단 시도해 볼 만한 활성화 방안이다. 역시 거의 활용되고 있지 않은 계획변경과의 역할분담도 문제된다. 계획변경을 더 많이 활용하여야 하고, 하드쉽면책은 엄격하게 운영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고, 일응 수긍할 대목이 있다. 다만, 사법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점, 계획변경에 또 다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점, 개인파산이 아닌 개인회생을 선택한 채무자들은 변제를 위하여 노력한 자들인 점 등을 감안하면 하드쉽면책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박재완 교수 (한양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