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축주가 풀어야 할 숙제
혹시 "상가주택은 살기가 불편하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다음 내용을 꼭 읽어야 한다. 상가주택도 집이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상가나 사무실이 들어찬 상가와 상가주택은 엄연히 다르다. 상가주택은 주택에 속한다. 상가주택이 들어설 수 있는 용지가 1종, 2종 주거용지나 신도시의 단독주택용지 안에 있는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 등으로 제한되는 이유다. 건축용어로는 점포 겸용 주택이라고 부른다. 주택지 안에 소규모 점포가 있는 주택이라는 의미다. 가끔 상가주택을 수익형부동산이라고만 생각해서 주택의 기능을 매우 소홀히 취급하는 경우를 보는데 안타깝다. 요즘에는 상가주택을 즐겁게 짓는 사람들이 많다. 내 집 마련 욕구나, 마당 있는 단독주택에 살고 싶은 로망을 상가주택에 얼마든지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다수의 상가주택은 임대만을 고려한 나머지 본인이 사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주거환경을 만족스럽게 꾸리지 못한 경향이 컸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져서 얼마든지 사는 사람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주택으로 상가주택이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가주택에 단독주택의 로망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 것일까. 어찌 보면 간단하다. 자신이 꿈꾸는 삶을 건축에 반영하면 되는 것이다. 건축주의 삶이 스토리가 되어 공간이나 형태로 도출되면, 그것이 바로 건물의 개성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상가도 만들고 임대도 해야 하는 상가주택에서 주인의 생활공간을 개성 있게 만드는 게 어디까지 가능할까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얼마든지 가능하니 지금 당장 위시리스트를 작성해보라. 내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라 "어떤 집에서 살고 싶습니까?" 건축주와 처음 대면하면 어김없이 이런 질문을 한다. 그러면, 10명 중 9명이 다음과 같은 대답을 내놓는다. "방 3개에 거실, 부엌, 욕실 2개, 안방에 드레스룸이 있어야 하고… 30평대로 짓고 싶어요." 아파트의 삶이 얼마나 많은 것을 잃게 했는지 깨닫는 순간이다. 우리는 아파트처럼 일률적으로 똑같이 만든 공간에 맞춰 살아왔기에 스스로 집의 주체가 되지 못했다. 물론 질문에도 모순이 있다. 어떤 집이냐 물으면 건축주는 자기 경험에 비추어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여러 형태의 건물에서 살아보며 장단점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선뜻 어떤 집에 살고 싶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터넷을 뒤져 유혹되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고작이다. 결국 질문부터가 잘못됐다. 건축주의 삶을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는 질문이다. 그러면 다시 질문을 다양하게 바꾸어 보자. "지금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습니까?" "앞으로는 어떻게 생활하고 싶습니까?" "가족들에게 중요한 생활이나 공간은 어디인가요?" "원하는 공간을 자유롭게 말해 주세요."(남편, 아내, 자녀 각각에게 질문) "나만의 공간이 있기를 바랍니까? 그렇다면 어떤 규모와 기능의 공간이길 바랍니까?" "자신이 원하는 삶에 대해 두서없이 말해 보세요." 건축주가 원하는 삶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양한 질문이 있어야 한다. 답변 역시 가족을 대변하는 한 사람(아빠나 엄마)이 담당하는 게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답변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간접적으로나마 건축주 가족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는다. 사실 몇 시간의 짧은 면담 속에서 건축주의 삶을 제대로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좀 더 많은 다양한 질문을 집 짓는 가족들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하는 시간이 충분히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양한 답변은 삶의 스토리가 되어 공간으로 흘러들어, 나만의 건축이 된다. 상도동 반달집의 스토리와 위시리스트 상도동 반달집의 부부는 건축가가 운영하는 집짓기 모임에 찾아 왔던 건축주다. 부 부는 열악한 땅을 매입하고 설계를 하기 위해 여러 건축사사무소를 찾아다녔다고 했 다. 하지만 부정적인 답변과 함께 선뜻 설계에 나서는 건축가가 없어서 집짓기 모임을 찾게 된 것이다. "재밌는 건물이 되겠네요." 부부가 내민 땅 도면을 본 순간, 내뱉은 말이다. 이 말이 인연이 되어 반달집을 설계하게 되었다. 비뚤어진 삼각 형태의 열악한 땅 이지만 건축가의 눈에는 충분히 매력적인 땅으로 보였던 것이다. 반달집 건축주의 집에 대한 위시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 우리는 일터와 삶터가 같이 있는 집을 원해요. ▶ 일터의 공간이 자연채광과 환기가 잘 되었으면 해요. ▶ 땅이 못생겨도 개성 있는 형태가 되었으면 해요. ▶ 아들 방은 독립된 영역으로 부부와 구별되었으면 해요. ▶ 캠핑을 즐기는데 마당 공간이 없어 옥상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 작은 방을 만들어 서재나 취미방으로 활용하거나, 또는 손님방으로도 사용하고 싶어요. ▶ 취미방은 작은 테라스가 같이 있으면 좋겠어요. ▶ 옥상에 장독대를 둘 수 있는 공간도 확보해주세요. 간단하면서도 요구사항이 명료한 반달집 건축주의 위시리스트를 받아든 몇 주 후 3가지 개념을 담은 반달집 계획안을 브리핑하게 되었다. 못생긴 땅을 개성 있게 만든 "반달집"이 탄생하다 삼각형 모양의 못생긴 땅은 반달 형태의 개성 있는 집이 되었다. 낮은 북쪽 필지가 인접해 있는 땅으로 북측 일조사선과 땅 형태의 윤곽이 만나 다이내믹하면서도 개성 있는 건물을 만들 수 있었다. 도로와 접하는 1층은 전벽돌로 마감해 도로나 북쪽 아파트쪽 담장에 대응한다. 2,3층의 매스는 흰색 스타코로 마감해 길에서 볼 때 밝은 반달집 이미지를 느끼게 된다. 위치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보여지는 반달집은 동네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풍경을 제공하는 조형물이 될 것이다. * 집과 일터가 공존하는 집 건물은 크게 사업장과 살림집으로 구성된다. 좁은 땅에서 두 영역을 구성하는 전략은 진입로의 분리다. 사업장과 살림집으로 접근하는 계단실을 별도로 계획한다. 지하층은 사업장(음식 만드는 곳), 1층은 사무실과 포장실, 2~3층은 살림집으로 구성된다. 지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양쪽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지하층에 채광과 환기 기능을 제공한다. 상층부 살림집은 반달모양의 평면 윤곽을 이용해 개성 있는 방들이 구성된다. 현관에 들어서면 서재방이 있다. 거실 주방과 분리되어 남편의 독립적인 취미생활이나 손님방으로 사용 가능하다. 3층은 자녀만의 분리된 독립공간으로 옥상마당과 다락방이 연계되어 공간의 풍부함을 더하고 있다. * 취미생활로 활용되는 옥상 마당집 가족들의 요구사항 중에는 캠핑 같은 취미생활이나 장독대 만들기, 바비큐 등을 할 수 있는 외부공간이 있었다. 하지만 실사용 면적이 협소한 문제로 외부공간은 3층으로 올라갔다. 3층 자녀방 영역과 연계된 지붕 마당을 활용한 것. 바닥에 불을 피울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는 등 버려지기 쉬운 옥상을 좀 더 적극적인 장소로 만들게 된다. 도마집과 반달집 두 사례를 통해 보았듯이, 집짓기 과정은 건축주와 건축가가 상호소통하면서 지어지는 이야기 집이어야 한다. 일방적인 용역으로 지어지는 정량적인 건물이 아니라 서로의 소통 속에서 태어난 가족 맞춤형 집이 되었을 때 비로소 세상에 하나밖에 |
' 투자정보(부동산 관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청약가점제 부양가족수 계산법 (0) | 2016.10.24 |
---|---|
저금리 시대, 월세투자 잘하는 5가지 비법| (0) | 2016.10.12 |
점포겸용 단독주택 투자비법| (0) | 2016.10.12 |
권리금 분쟁 소송에서 임대인이 승소하는 사례는 여러 건 등장했다. (0) | 2016.10.11 |
울화통 터지는 공원, 공원폐지소송으로 해결 (0) | 2016.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