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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1만원으로도 200개 종목 투자 가능… '족집게 투자'는 위험"

LBA 효성공인 2016. 7. 22. 19:57

단돈 1만원으로도 200개 종목 투자 가능… '족집게 투자'는 위험"

  • 김은정 기자
    • 문경석 삼성자산운용 상무
  • 세계 곳곳에서 펀드매니저들이 마구잡이 투자보다 수익률이 못하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상반기 국내 펀드매니저들의 수익률이 시장 주가지수보다 못했고, 해외에서도 난다 긴다 하는 헤지펀드들이 투자자들의 돈을 잃었다. 실망한 투자자들은 주식형 펀드에서 돈을 빼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문경석 삼성자산운용 패시브전략본부 상무는 "단돈 1만원으로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국내 200여개 종목에 분산투자 할 수 있는 시대에 왜 굳이 소수의 주식을 선별하는 위험한 길을 가려 하느냐"며 "이제는 투자 전략을 바꿀 때"라고 말했다. 문 상무는 국내 손꼽히는 금융공학 전문가로, 현재 삼성자산운용에서 11조8000억원 규모의 ETF(상장지수펀드)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150만원 들여 삼성전자 주식 1주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돈으로 국내 대형 종목 200개에 분산투자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덜 위험하겠습니까?” 문경석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금리를 뛰어넘는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해선 반드시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위험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며 ETF(상장지수펀드) 등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150만원 들여 삼성전자 주식 1주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돈으로 국내 대형 종목 200개에 분산투자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덜 위험하겠습니까?” 문경석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금리를 뛰어넘는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해선 반드시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위험을 낮추는 방법도 있다”며 ETF(상장지수펀드) 등에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 김연정 객원기자
    "펀드매니저를 믿지 마라"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은 올해 돈을 까먹고 있다.

    "IT 버블이 터지던 2000~2001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펀드매니저 4명과 일반 투자자 4명, 그리고 '원숭이' 이렇게 3개 팀이 참가한 이색 주식 투자 게임을 열었다. 눈을 가리고 주식 시세표에서 종목을 찍어 투자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원숭이' 역할을 했다. 아무 종목이나 마구잡이로 뽑아 투자한 원숭이가 평균 2.7%의 손실률을 기록하는 동안, 일반 투자자는 13.4% 손실을 냈고, 정보와 지식으로 무장한 펀드매니저들은 28.6% 손실을 내 꼴찌를 했다.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게 그만큼 어렵고 때로는 허망한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늘 이런 위험이 존재하며, 올해는 시장 변동성이 커서 특히 그렇다."

    ―갈수록 더 많은 투자자가 ETF·인덱스 펀드처럼 주가지수를 따라가는 '패시브' 상품을 찾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올 상반기 세계 투자자들의 돈 1179억달러(약 135조원)가 ETF 같은 패시브 상품으로 유입됐다. 특히 채권형 ETF의 인기가 높았고, 주식형 중엔 고배당·저변동성 상품 규모가 커졌다."

    ―이제는 펀드매니저를 믿으면 안 되는 것일까.

    "금리는 뚝뚝 떨어지는데 갈수록 수익은 안 나니 수수료는 더 아깝게 느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투자 성과를 좀 더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게 그저 시장 상황이 좋아서 난 수익인지,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잘 골라서 낸 것인지를 따져보면서 '진짜 알파(α·초과수익)'를 구별해내기 시작했다. 진짜 알파를 내는 투자가가 잘 안 보이는 게 현실이다.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얻으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최대한 자산을 배분하고 분산투자 하는 수밖에 없다. 이때 값싸고 유용한 수단으로 ETF가 주목받는 것이다."

    "채권형 ETF, 수수료 싼 게 무조건 좋아"

    ―하지만 ETF는 주가지수 이상의 수익을 내기 어렵지 않나. 사람들은 여전히 내 돈을 크게 불려주길 원한다.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위험)를 질 각오는 확실히 돼 있는 건가.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전통적으로 사랑하는 투자법인 개별 종목 몰빵투자, 추종매매(주가가 오르는 종목을 따라 사는 것)는 단기 투자법으론 의미 있을지 몰라도 오래갈 수 없는 방법이다. 10% 손실을 만회하려면 11.1%의 이익이 나야 하고, 50% 손실을 만회하려면 100%가 올라야 한다. 하락과 상승의 파동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한 번 크게 잃은 뒤에는 원금을 회복하기란 정말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위험 때문에 분산투자 하라는 것이다. 코스피200 지수에 연동하는 ETF의 경우, 2만5000원(1주당 가격)으로 삼성전자·현대차·한국전력·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대표주 대부분에 분산투자 할 수 있다. 삼성전자 한 주가 150만원이 넘는다. 투자금이 적은 사람일수록 분산투자 방법으로 ETF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부자들이 ETF를 더 알아보는 게 현실이다."

    ―좋은 ETF 고르는 법을 알려달라.

    "먼저 해당 ETF가 따라가는 지수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코스피200, S&P500 같은 시장 대표지수 연동형 ETF도 있지만, 금·원유 선물 같은 원자재에 투자하는 상품 등 6000종이 넘는다. 잘 모르겠으면 해당 지수를 만든 업체 사이트를 뒤지거나 판매 증권사에 문의해보는 게 좋다. 환 헤지 여부도 중요하다. 'H'라고 쓰여 있는 것은 헤지가 된다는 뜻이다. 통상 그 나라에 투자한다는 건 화폐 가치도 오를 거라 기대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환 오픈형으로 투자하는 게 좋고, 원자재 가격은 대부분 달러와 역(逆)상관관계에 있기 때문에 헤지를 하는 게 좋다. '인버스·레버리지' ETF의 경우에는 위험성이 높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요즘 인기있는 단기 채권형 ETF는 무조건 판매 수수료가 싼 곳에서 사야 한다. 하루치 이자가 0.5bp(1bp=0.01%포인트) 수준인데 수수료로 2bp 떼가면 4~5일치 이자가 날아가는 셈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투자 지형이 어떻게 바뀔까.

    "은행·증권·보험사·자산운용사 할 것 없이 고객에게 ETF로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시대가 올 것이다. 개인도 스스로 할 수 있다. 투자금 100만원을 갖고 국내주식·해외주식·국내채권·해외채권·원자재에 20%씩 투자한다고 할 때, ETF로는 모든 투자 바구니를 꾸릴 수 있다. 국내 주식은 코스피200 ETF, 해외 주식은 MSCI월드지수 ETF, 국내 채권은 국고채 ETF, 해외 채권은 하이일드ETF, 원자재는 금·농산물 ETF를 사는 식이다. 자산 배분을 쉽고 재밌고 싸게 하는 방법이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자산 배분 투자를 배울 수 있다. 결국 운용사들은 좋은 ETF를 골라 담은 'ETF펀드'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