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세계

을의 자세

LBA 효성공인 2015. 8. 13. 19:25

을의 자세

 

공인 중개사는 어느 모로보나 을이지 갑은 아니다 그렇드라도 너무 불필요하게 굽신 거리면 마치 개가 달아나는 사람을 쫓아 가듯이 갑은 생각없이 무작정 덤벼든다 그러면 그 후에 전개되는 절차에는 고통이 따른다 해서 남광 변호사님의 글을 잠시 보고 을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태도를 취해야 가장 현명하고 결국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자영업을 오랫동안 해 온 김 사장님은 술기운이 불콰하게 오르자 심중에 있던 말을 꺼냈다. "왜 변호사들은 자기가 을이면서도 갑 행세를 하는 것입니까."

그는 최근에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겁이 덜컥 난 그는 잘 나간다는 변호사를 선임하였다. 그 변호사의 활약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증거가 부족한 사건이었기 때문인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변호사에게 절절매야 했었는데 사건이 종결되자 그 점이 못내 분했던 모양이다.

궁금해진 나는 "을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기습 질문에 그는 잠시 당황해 하더니 "아, 뭐, 어쨌든, 고분고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을의 입장에 있을 때 어떻게 했는지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것은 을은 갑이 말할 때 토를 달지 말고 무조건 동감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대목이었다.

어떤 분의 일화가 떠 올라 빙그레 웃음이 떠 올랐다. 화려한 경력의 법관이 있었다. 그 분은 비단 법률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 지식을 뽐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법정에서도 사건 당사자들의 무지에 대하여 한심해 하는 듯한 태도를 감추지 않았다.

그가 변호사 개업을 하였다. 여전히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탁견을 설파하였는데 이상하게 예전과는 달리 곳곳에서 반박이 있었다. 심지어는 노골적인 면박까지 당했다. 영리한 그는 깨달았다. 과거 자기의 웅변은 말이 타당해서가 아니라 자기의 권력 때문에 정당성을 가졌음을.

을은 토를 달지 않는다. 윌 듀란트의 표현에 따르면 정중하게 경청하고 조심스럽게 묵살할 뿐이다.

김 사장님의 정의와 달리 갑과 을은 누가 돈을 받는 입장이냐가 아니라 누가 아쉬우냐에 따라 결정된다. 능력 있는 변호사는 돈을 받으면서도 갑이 되고 그저 그런 변호사는 을이 된다.

갑은 해당 거래 외의 권력을 누리려고 해서는 안된다. 을은 불필요하게 저자세가 되어서도 안된다. 그냥 쿨하게 해당 거래만 서로 주고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