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토교통부의 공인중개사에 대한 중개보수 인하 추진이 사회적 이슈다. 정부는 현재 유지되는 부동산 중개보수체계가 2000년 마련된 이후 수정되지 않아 불합리한 점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특히 전세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동일가격의 주택을 매매할 때보다 전세 거래 때 중개보수를 더 많이 주고 주거용 오피스텔의 경우도 주택보다 더 높게 책정된 것이 대표적 예라고 한다. 따라서 정부는 이를 조정하면서 일반주택의 매매에 대한 요율도 가격대별로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현재 개업공인중개사의 약 20%가 폐업 상태고 주택매매 거래량도 지난 1년간 43.7% 감소해 생존권 위협에 시달린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안에 크게 반발한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경제여건에서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정부 입장도 이해가 되고 15년 전 마련된 중개보수요율체계의 경직성과 최근 부동산 거래 축소로 인한 공인중개사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논쟁에서 우리나라 부동산 중개업의 현실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빠지고 지엽적인 문제만 다루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글로벌 다국적기업 JLL은 매년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글로벌 부동산 투명성지수를 발표한다. 여기서 우리는 투명성이 낮은 국가로 분류돼 우리 경제의 성숙도에 비하면 투명성이 여전히 낮다고 평가한다.
2014년 현재 한국은 102개 국가 중 43위로, 중국과 인도의 주요 도시는 물론 인도네시아보다 낮다. 특히 부동산의 환경적 지속가능성 투명성부문은 루마니아, 멕시코, 슬로바키아와 같이 최하등급에 속한다.
부동산 거래분쟁도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0년 5000건에 그친 부동산 소유권 관련 분쟁건수가 2010년 평균 2만건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중개사고의 경우를 협회의 공제금 지급내역으로 살펴봐도 과거에 비해 늘었으며 이 같은 사고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과 관련된 것이 60%에 달한다. 즉 중개제도의 신뢰성이 저하되고 있으며 소송 등으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야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중개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무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국가별 수수료율은 △미국 3.5∼6% △일본 3.3% △프랑스 3.5∼4% △중국 2.5∼2.8% 등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0.4∼0.6%(고액은 0.9%)에 그친다. 기본적으로 선진국에서 행하는 실질적인 서비스를 요구하기 힘든 가격구조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부동산 거래량 감소와 중개사무소 과당경쟁으로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인 중개인들의 생활이 더욱 힘든 상황임을 감안할 때 중개인들의 반발도 충분히 공감이 된다.
하지만 적어도 가격체계를 점검할 때 단순한 요율조정만이 아닌 중개업 자체의 문제점과 발전방향도 고민했어야 했다. 선진국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실질적 서비스를 도입, 국민들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투명한 서비스가 되도록 중개업 선진화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고 나서 요율체계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나았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인데, 중개보수만을 건드리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명분상으로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필자도 최근 전세난으로 이사를 하게 됐는데 이사 올 세입자와의 문제로 이사가 4시간가량 중단된 적이 있다.
이때 중개사는 아주 곤혹스러워 하며 일을 수습하려 했지만 결국 이사를 밤 늦게까지 하는 상황으로 귀결됐고 이 같은 불편은 필자만이 겪은 일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단순한 요율문제가 아닌 에스크로 활성화와 배상책임 강화 같은 안전성 제고와 거래관리체계 개선, 전속중개 계약, 종합부동산업 육성과 같은 부동산업 자체의 선진화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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