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의 폐지와 배타적 사용권
도로의 폐지는 함부로 할 수 없다.
우리가 도시지역의 달동네 또는 비도시지역의 토지를 경매 등으로 취득한 경우에 간혹 지적도에 없는 통로를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상 통로는 소유자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막을 수 없다.
왜냐하면 도로는 앞에서 보았듯이 공익(公益)시설이고, 공공(公共)시설, 공용(共用)시설이기 때문에, 토지소유자의 권리보다 공공복리의 명분으로 해석해야 한다. 특히 오랫동안 다수의 사람이 이용했다면 토지소유자가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하거나, 다수를 위하여 사용을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그런 통로를 사용승락을 얻어 건축법에 의한 도로로 지정된 경우에(건축물이 오래되어 사용승락여부를 알기 어려운 경우 포함) 그 도로는 건축법의 도로(개발행위허가 포함)가 되고, 도로교통법에 의한 도로가 될 수 있고, 형법의 일반교통방해죄의 육로(陸路)가 될 수도 있고, 결국 민법의 주위토지통행권이 행사될 수 있기 때문에 토지 소유자가 막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로의 통행방해도 할 수 없다.
허가권자는 건축허가를 할 때에 그 건축물로 진입하는 통로를 건축법의 도로로 지정하여야 하는데, 허가권자는 도로의 위치를 지정ㆍ공고하려면 그 진입로 소유자의(이해관계인) 동의를 얻어야 한다.(건축법제45조제1항) 다만, 해외거주 또는 공공시설을 이용한 도로, 공익사업으로 만들어진 도로, 토지소유자의 동의여부를 알기 어려운 경우, 건축물에 접해 있는 경우에는 지자체 조례로 동의를 받지 않고 지정할 수 있는데, 이런 모든 도로는 원칙적으로 도로관리대장에 적어서 보관하여야 한다.(제45조제3항)
반대로 도로를 폐지 또는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반드시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런 도로는 건축법의 도로이므로 시장·군수가 대장을 잘 관리하여야 하며, 도로교통법의 도로가 될 수도 있다.(제45조제2항)
도로교통법의 도로란 ‘도로법의 도로, 농어촌도로정비법의 농어촌도로는 물론 그밖에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의 통행을 위하여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를 말한다.(도로교통법제2조제1호라목)
이 법의 의하면, 도로 위에 임의로 교통안전시설과 유사한 공작물을 설치하거나, 교통방해가 되는 물건을 도로에 방치하거나, 도로통행에 방해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법제68조) 벌금 또는 구류 처분을 할 수 있다.(법제153조)
도로의 훼손은 형법의 처벌을 받는다.
형법제185조(일반교통방해죄)에 의하면, ‘육로(陸路), 수로(水路) 또는 교량(橋梁)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조문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많다. 몇 가지만 소개한다.
우선 육로(陸路)란, ‘사실상 일반공중의 왕래에 공용(供用)되는 육상의 통로를 널리 일컫는 것으로서, 그 부지의 소유관계나 통행권리관계 또는 통행인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대법원 1994.11.4. 선고 94도2112 판결]
이 판례는 ‘주민들에 의하여 공로로 통하는 유일한 통행로로 오랫동안 이용되어 온 폭 2m의 골목길을 자신의 소유라는 이유로 폭 50 내지 75㎝ 가량만 남겨두고 담장을 설치하여 주민들의 통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면 일반교통방해죄를 구성한다’고 한 판결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1) 육상의 통로를 널리 일컫는 것 (2) 소유관계나 통행권리관계를 가리지 않는 것 (3) 통행인의 많고 적음을 가리지 않는 것 등이다.
또한, ‘주민들이 농기계 등으로 그 주변의 농경지나 임야에 통행하기 위해 이용하는 자신 소유의 도로에 깊이 1m 정도의 구덩이를 판 행위가 (자구행위나 정당방위에 해당되지 않고)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는 판례[2006도9418]가 있다.
사실상 2가구 이외에는 달리 이용하는 사람들이 없는 통행로라 하더라도, (통행로 중 폭 100m 길이 부분을 포크레인으로 폭 2m 정도로 굴착하고 돌덩이까지 쌓아놓은 행위가) 일반교통방해죄에 해당한다는 사례 [2006도8750]
반대로, 목장 소유자가 임도를 개설하고 차량출입을 통제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통행을 부수적으로 묵인한 경우 위 임도는 공공성을 지닌 장소가 아니어서 일반교통방해죄의 ‘육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례 [2005도7573]도 있다
어떤 맹지도 진입로는 만들 수 있다.
다수가 통행하는 통로를 막을 수 없는 사법상의 이유는, 민법제219조의 주위토지통행권에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제220조의 무상주위토지통행권도 있다. 주위토지통행권이란 민법제211조의 ‘소유자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그 소유물을 사용, 수익, 처분할 권리가 있다.’의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제한하는 권리라고 볼 수 있다.
이 권리는 당사자간에 합의를 하지 못하면 결국 재판을 통해서 얻을 수밖에 없다. 몇 가지 대법원 판례를 통하여 주위토지통행권을 이해하자.
(1) 주위토지통행권만으로 곧바로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통행권의 범위는 현재의 토지의 용법에 따른 이용의 범위에서 인정할 수 있을 뿐 장래의 이용상황까지 미리 대비하여 정할 것은 아니다.[2005다30993]
(2) 주위토지통행권은 통행지역권과 달리 그 통행로가 항상 특정한 장소로 고정된 것이 아니고 주위토지 소유자가 그 용법에 따라 기존 통행로로 이용되던 토지의 사용방법을 바꾸었을 때에는 대지 소유자는 그 토지소유자를 위하여 보다 손해가 적은 다른 장소로 옮겨 통행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2008다75300]
(3) 일반주거지역에서, 현재 채소밭으로 이용하고 있는 토지를 대지로 하여 건축을 계획하면서, 통행로로 사용하는 부분을 매수하려고 하자, 아예 담장을 설치하여 통행로를 봉쇄한 경우, 건축허가를 위하여 노폭을 2m 인정한 판례[96다10171]
(4) 행정재산(공유재산)에는 사권을 설정할 수 없으나, 민법의 상린관계의 규정은 인접하는 토지 상호간의 이용관계를 조정하기 위하여 인지소유자에게 소극적인 수인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에 불과하므로, 주위토지통행권이 사권의 설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그러한 법정의 통행권을 인정받기 위하여 특별히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94다14193]
(5) 공로로 나가는 통행로로 사용되고 있는 토지가 주위토지통행권에 따른 소유권의 제한을 받고 있고, 도로 이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곤란하며 건축 또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토지 자체를 이용하려는 별다른 계획 없이 저렴한 가격에 공매 취득한 토지소유자의 인접 토지 및 주택 소유자들과 전세입자들을 상대로 한 통행금지, 침범건축물의 철거 및 대지인도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서울민사지방법원 1992.4.14. 91나13075]
(6) 주위토지통행권의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대구 86가간3852]
(7) 무상주위 통행권은 특정승계인에게 불가하다.[2002다9202] 그렇다고 하여 주위토지통행권이 없는 것은 아니므로 이 경우에는 민법제220조가 아닌 제219조로 해결해야 한다.
배타적 사용수익권의 포기는 종합적인 판단을 요한다.
(8) 새마을 농로 확장공사로 인하여 자신의 소유 토지 중 일부가 도로에 편입되었으나 손실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은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고, 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토지만을 처분한 점을 들어 독점적이고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본 판례[2005다31736]
(9) 1921년 분할되어 도로로 지목이 변경되고, 대한민국 수립 이전부터 국도로 사용되어 피고 대한민국이 아스팔트 덧씌우기 공사를 시행하여 주민 및 차량의 통행에 제공한 도로라도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례[2006다34206]
결론적으로 (8),(9) 판례는 토지소유자가 독점적이고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는지에 대한 재판부의 종합적인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나, 그 보상여부와 상관없이 도로로 사용된 것은 공익시설이므로 소유자라도 막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