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의 부동산투자 |
작성자 : 오규배 대표 |
“이 불경기는 언제쯤 끝날 것 같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경기라고 느끼는 것을 보면 불경기는 불경기인 모양이다. 그렇다.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불경기이다. 그러나 이런 불경기에도 기회는 숨어 있을 것이다. 오히려 불경기에 찾아오는 기회가 더 알짜 기회일 수도 있다. 문제는 불경기를 잘 이해하고 그 속에서 선택과 포기를 가려내는 지혜일 것이다. 그렇다면 불경기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자. 한글학회에서 발간한 우리말큰사전을 찾아보니 불경기란 ‘생산, 수요가 줄고 실업자가 느는 따위로, 경제활동이 침체한 상태’라고 한다. 부동산시장이 불경기라 한다면 부동산의 생산과 수요가 감소되었다는 뜻이다. 그럼 부동산시장에서의 생산과 수요는 어떨까? 올해 주택인허가 실적은 2012년 대비 1월 -18.6%, 2월 -32.7%, 3월 -21.3%, 4월 -26.7%로 감소했다. 2월과 4월에 착공과 준공 물량이 증가했을 뿐, 인허가 뿐 아니라 착공물량, 분양물량, 준공물량 등 대부분의 주택시장 생산과 공급 지표들이 올 상반기 전체적으로 감소추세이다. 주택 매매시장에서의 생산과 공급이 줄었으니 매매시장의 불황이라 하겠다. 부동산 계약의 각론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는 크게 매매, 교환, 임대차의 3가지가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들 중 매매에 너무 큰 비중을 둔 나머지 임대차를 소홀히 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임대시장의 공급과 수요는 어떨까? 대표적인 주택임대시장을 알아보자.
올해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2012년 대비 1월 26.3%, 2월 3.5%, 3월 8.3%, 4월 5.4%로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1월은, 잠실 및 동탄 등 대규모단지의 재계약주기와 진접, 광교, 세종 등의 신규입주에 맞물렸었다 하더라도, 전월세 비수기인 1월임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상승세임이 분명하다. 이사 성수기인 3월이나 비수기인 8월 등 특이점을 제외하면 지난 2011년부터 전월세거래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전월세 거래가 증가하는 이유로 국토해양부는 주택 매수심리 위축에 따라 임대인의 월세 선호 현상에 기인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주택임대시장도 거래량은 성장세지만 실거래가를 들여다보면, 가격은 서울 강남권에 다소 강세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보합세라고 볼 수 있다.
아파트 미분양에 아파트값 반토막 등 뉴스를 보시고 불경기를 걱정하시는 분들께 거꾸로 이런 질문을 드린다. 많은 분들이 그래서 지금이 부동산을 팔 때인지 아니면 살 때인지를 고민하신다고 한다. 가격이 더 오를 것인지 아니면 이제 오를 것인지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둑 속담에, 어려우면 발을 빼라는 말이 있다. 답이 어려운 문제를 너무 오래 들여다보다가 오히려 큰 판국의 형세를 그르칠 수 있다는 뜻이다. 떨어지는 매매가에 불안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잠시만 눈을 돌려 오르는 임대료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자. 어쩌면 기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대로에서 점포를 하시는 최사장님은 경기도 어려운데 가게 월세는 그대로라고 불평을 하신다. 경기도 광명시의 한 가정주부도 집주인이 월세를 20만원 올려달라고 했다며 걱정이라고 한다. KBD의 오피스들도 공실률이 다소 증가했음에도 임대료를 내려주진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지난 2~3년을 돌아보면 임대료는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불경기인데 왜 임대료는 오르는 것일까?
임대료가 받쳐주는 것은 흔히 이야기하는 바닥수요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매매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는 사라졌을지 몰라도 그 부동산을 활용할 실수요자는 아직 살아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매매시장의 수요 감소와는 달리 임대시장의 수요는 아직 감소 일변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 특이점을 형성하는 지점은 있겠지만, 그것은 주택, 상가, 사무실 등 다른 분야에서 유효하다.
그럼 임대료가 오르는데 왜 매매가는 오르지 않는 것일까? 매매시장의 불경기를 우려하시는 분들이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호경기 시절엔 월세가 적게 나와도 관계가 없는 시대였었다. 매년, 적은 월세나 금융비 부담을 만회하고도 훨씬 남을 만큼 토지가가 상승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성장기는 지났고,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세종시처럼 특수가 있는 지역이 아니라면, 이제 한해에 몇십퍼센트의 상승을 기대하기는 무리인 시대가 되었다.
시장의 부침을 예상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지금의 시장에서 일관되게 읽혀지는 패턴이 있다. 시세차익(Capital Gain) 중심에서 수익률(Cap Rate) 중심으로 그 무게가 흐른다는 점이다. 최근 거래된 강남구 삼성동 소재의 근생빌딩의 경우 약 1년 전 60억 원에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것이 최근 51억 원에 거래되었다. 시장상황이 매도가를 낮췄다고 분석할 수도 있지만 조금 들여다보면 다른 분석도 가능하다. 처음 60억 원에 매물로 나왔을 때는 건물 전체가 공실이었던 건물이어서 수익률로 보면 당장 큰 메리트가 없었고, 인수인 입장에서는 임차인을 구할 때까지 공실을 견뎌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쉽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고, 결국 건물주가 월세 2,300만 원에 임차인을 맞춘 후에 51억 원에 거래가 된 것이다.
삼성동 사례의 경우, 같은 월세에 매가가 60억 원이었다면 단순 계산으로 연수익율 4.6% 이 된다. 그러던 것이 매가 51억원일 경우 5.4%의 연수익률로 상당히 개선된 것을 볼 수 있다. 매도인 입장에서 싸게 팔면 손해이기에 쉽게 매가를 낮춰서 매도할 수 없겠지만, 매수인 입장에선 비싸게 사면 손해이기에 쉽게 매가를 높여 살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싸고 비싼 기준은 무엇이 되는게 적당할까? 과거 Capital Gain 중심의 시장에서는 향후 전망과 호재 등이 기준이었고 최근 Cap Rate 중심의 시장에서는 현금흐름이 중요 기준이 되고 있다. 최근 수익형부동산이 인기인 이유이기도 하다. 사시는 분이나 파시는 분이나, 이러한 시장 흐름을 이해해야 손해를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무턱대고 비싸게만 팔려고 하다간 자칫 타이밍을 빼앗겨 매기를 놓치게 되고, 결국 매매대금으로 취할 수 있는 다른 기회이익까지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무턱대고 싸게만 사려고 하다간 어렵게 찾아낸 알짜 매물을 제대로 맛도 보지 못하고 남에게 빼앗겨 버릴 수 있다.
가을철 강가, 연어를 잡기 위해 물가에 서서 물속을 노려보는 곰은 신중하게 기다리지만 목표를 정하면 과감하게 앞발을 휘둘러 원하는 고기를 낚아챈다. 불경기라는 강물 속에는 수없이 많은 매물이 지금도 시장에 나와 흘러 다니고 있고, 발빠른 투자자들의 이 계절을 이용한 특수 잡기는 이미 시작 되었다. 불경기라는 포괄적인 시대상황에 두려워만 하기 보다는, 그 흐름을 잘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한다면 매도든 매수든 훨씬 개선된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적당한 수익률과 매가의 판단은 결국 투자자의 몫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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