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마케팅 회사의 최고재무관리책임자(CFO)로 재직중이며,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운영자이자, 저명한 부동산 칼럼니스트이다. 어느 쪽에도 치우침없는 객관적인 사고와 통계적 근거를 앞세우는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기조를 정확히 예측 ...
전세 위기의 본질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병을 고치려면 치료에 앞서 병을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세 위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세입자에게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여기저기서 전세금 상승에 대한 불평의 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전세 자금 대출 확대라는 카드를 치료제로 내세우고 있고 야당은 전셋값 상한제라는 대안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치료제가 아니다. 당장의 열은 다소 내릴 수 있어도 그 병의 근원인 상처가 곪아 가는 것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전세 위기의 본질은 전셋값이 오르는 게 아니라 전세 물량 자체가 부족한 것이다. 수요에 비해 전세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시장에 전세 물량이 풍부하다면 전셋값은 오르기 힘들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리려고 해도 다른 곳으로 이사 가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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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말 기준으로 주택 시장 전체를 볼 때 다섯 채 중 세
채는 전세지만 두 채는 월세 형태로 계약됐다. 아파트는 세 채 중 한 채가 월세로 거래됐고 아파트 외의 주택(도시형 생활주택이나 단독주택 등)은
무려 45%가 이미 월세로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이 통계보다 월세 비중이 실제로는 더 높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서 집계한 것은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 세입자가 신고한 것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으려는 이유는 보증금을 보장받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보증금이 없는
순수월세는 <표 1>의 통계에서 빠져 있다. 그러므로 시장에서 월세는 이미 임대 시장의 절반 이상을 넘었다고 봐야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아파트 시장이다. 아파트 외 주택은 월세 비중이 45.0%로, 작년 1분기의 43.0%에 비해 2.0%
포인트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아파트는 작년 1분기에 비해 무려 8.8% 포인트나 상승했다. 올 들어 아파트 시장에서도 급속하게 전세
제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전세 제도가 왜 이리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을까. 월세에 대한 선호도가 갑자기 높아져서일까. 그렇지는 않다.
전세 물량이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세 제도 몰락은 서민의 주거비
상승으로
전세 물량이 없어지면 세입자로서는 두 가지 선택밖에 남지 않는다.
⑴월세로 계약하든지,
⑵매매로 집을 매입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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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시장에서도 지역에 따라 온도 차는 있지만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이미 거의 소진되고 있다. 분당과 같은 곳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판교 테크노밸리 입주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하자 전세 물량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월세 물량만 남아 있을 뿐이다. 매달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월세보다 집을 사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실수요자들이 움직이면서 시장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는 중이다. 국토해양부의 실거래가 기준으로 지난 1분기나 2분기의 가격으로는
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전세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진 후유증이다.
그나마 집을 살 여유가 있는 사람은 다행이다.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은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임대 시장이 월세로 전이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주거비가
가장 싼 나라다.
소득 대비 임대료가 비싼 나라는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인데, 이들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임대료 수준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원인은 전세 제도에 있다. 전세 제도에서 주거비는 전세금에 대한 은행 금리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월세가 임대 형태의 전부인 다른 나라는 최대 두 배 정도 주거비를 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세 제도의 몰락은 서민의 주거비
상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집값이 많이 떨어진 일본에서조차 진짜 피해자는 월세를 받는 집주인이 아니라 자신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집주인에게 바쳐야 하는 세입자다.
그러면 현재의 위기인 전세 물량 부족은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의 해법대로 전세 자금 대출을 늘린다고 없던 전세 물량이 생기지는 않는다.
● 야당의 주장대로 전셋값 상한제를 실시한다면 그나마 남아 있던 전세도 월세로 전환돼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전셋값을 잡기 위해서도 전세 물량이 늘어나게 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 해법으로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조차 어디에다 무슨 돈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없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전세난의
진원지는 언제나 수요가 몰리는, 소위 인기 지역이다. 직장과의 접근성도 좋고 학군이 우수하기 때문에 전세 수요가 많은 곳이다. 이 때문에 이런
곳이 먼저 오르고 어느 정도 오르면 그보다 싼 인근 지역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퍼져가는 것이다. 수요가 몰리지 않는 지역에서 전셋값이 먼저 오르는
법은 없다. 그러면 공공 임대 물량을 공급한다면 어디에다 해야 할까. 비인기 지역에다 해야 할까. 문제는 인기 지역에는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기도 하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땅값이 턱없이 비싸다는 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재원의 문제다. 땅은 그린벨트가 됐든, 유수지가 됐든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건축비는 어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세금을 왕창 거둬 짓자는 것은 남의 돈으로 내 집을 마련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에서 채권을 발행해 그 재원으로 짓자는 것도 그 채권을 갚아야 할 후손의 돈을 강제로 빌리는 행위에 불과하다. 그리스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벌어진 사태의 원인이 바로 이런 것이다.
장기 전세 주택(시프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공공 임대주택이 월세
형태라는 것도 걸림돌이다. 시장에서 모자라는 것은 월세가 아니라 전세라는 점에서 공공 임대주택 정책도 생각해 볼 문제가 많다.
공공 임대주택도 해법이 될 수 없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하고 있는 매입 임대주택
사업도 해법이 될 수는 있다. 매입 임대주택은 하우스 푸어의 주택을 사서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이미 지어져 있는 주택을
매입하는 것인 만큼 대지 확보 문제 등에서 자유롭다. 자금 면에서도 국민연금 등 공적자금을 활용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특효약이
될 수는 없다. 예를 들어보자. LH에서 5억 원에 집을 사서 3억 원에 10년간 장기 전세를 준다고 가정하자. 수요자로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5억 원짜리 주택을 3억 원에 내 집처럼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LH다. 매매가와 전셋값의 차액 2억 원의 재원을 어찌 마련할까. 그리고 그 금융비용은 어찌 해결할까. 이 문제는 어찌 어찌해서 해결했다고 하자.
그 다음이 문제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소위 하우스
푸어로서는 집을 팔고 전세로 들어가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수요가 계속 증가하는 것이다. 결국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모든 국민이 무주택자가 되고
정부의 부채는 늘어나게 된다. 기존의 하우스 푸어의 가계 부채가 국가 부채로 바뀌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현재 정부나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방법으로는 전세난을 해결할 수 없다.
인위적인 규제는 더 큰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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