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시민단체 ‘깡통 전세’ 근본 처방 요구
ㆍ“은행의 우월적 지위에는 변함없어… 세입자만 손해보는 기조를 바꿔야”
정부가 ‘깡통 전세’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세들어 살던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세입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세입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은행은 꼬박꼬박 대출이자를 챙기다 석 달만 연체하면 아파트를 경매에 넘겨 손실이 거의 없고, 세입자만 손실을 떠안는 ‘익숙한 차별’이 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경매 아파트 세입자를 보호하려면 최우선변제권 대상을 보증금 1억원 이상 주택으로 확대하고, 현재 2500만원인 최우선변제금액도 두 배 이상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소액임차금 우선변제권이라는 제도를 체감하려면 우선변제 대상 주택의 보호대상을 서울의 경우 현재 보증금 7500만원에서 1억원까지 확대하고, 우선변제금액도 25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액임차금 우선변제금액은 전셋값 폭등을 즉시 반영하지 못하고 사후약방문식으로 한참 뒤 반영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과는 동떨어져 있는 법무부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담당하기보다는 국토교통부로 이관하거나 최소한 국토부와의 협력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시장 상황을 빠르게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이 세입자에게 집주인의 연체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는 금융위원회의 ‘사전적 예방책’은 은행이 세입자에게 손실을 전가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 대출을 받을 때 은행이 1순위 채권자가 되도록 기존 세입자에게 주소지를 잠시 이전시키도록 하는 편법까지 동원하는 등 은행의 우월적 지위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1순위자라는 이유로 경매에서 은행은 손해를 보지 않고 대신 모든 손실을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에게만 요구하는 기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임차계약 전에 집값 대비 경매낙찰가는 얼마나 될지, 집주인의 대출금은 얼마인데 어느 정도까지 안전할지 등 모든 책임을 세입자에게만 지울 게 아니라 ‘임차금 보험’제도를 활성화하는 등 전세금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에 당사자인 은행권은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입자는 집주인이 은행 대출을 받은 사실을 알고 계약을 하기 때문에 2순위자인 세입자가 우선변제를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것은 법률 체계상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은행이 세입자에게 집주인의 연체 사실을 알리도록 강제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은행에 책임을 돌리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며 “세입자에 대한 우선변제금액이 늘어난다면 은행은 대출금액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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