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부동산 이중저당 배임죄 아니다"… 대법원, 판례 변경
채무자의 근저당 설정 의무는 계약 따른 자신의 사무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어
"민사적 거래에 형사적 제재 완화 최근 경향 반영"
손현수 기자 boysoo@lawtimes.co.kr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겠다고 약속한 뒤
이를 어기고 제3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는 이른바 '이중저당'을 했더라도 이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여기서의 채무자를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이중저당을 배임죄로 처벌해 온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것으로,
이같은 법리는 부동산에 관한 양도담보계약을 설정한 채무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변호인 법무법인 클라스 윤성원 대표변호사)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19도14340).
A씨는 2016년 6월 14일 B씨로부터 18억원을 빌리면서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에 4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A씨는 B씨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지 않았고,
2016년 12월 15일 이 아파트를 채권최고액 12억원에 C사에 4순위 근저당권을 경료해줬다. (C사에게 대출을 빌렸다 즉 이중대출을 받고 담보는 B씨가 아닌 C사에게 제공하였다)
이 일로 A씨(채무자)는 12억원 상당의 이득을 취하고 B씨에게는 12억원 상당의 손해를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A씨의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상고심에서는 A씨가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가 최대 쟁점이 됐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부동산에 관해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채무자는 '채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행하는 경우처럼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 신임관계에 기초해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관계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담하는 저당권설정의무는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해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채무자의 저당권설정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자신의 의무이자 자신의 사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무자가 저당권설정의무를 위반해 담보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했더라도 배임죄가 성립될 수 없다"며
"이러한 법리는 채무자가 금전채무에 대한 담보로 부동산에 관해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김재형·민유숙·김선수·이동원 대법관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이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는데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당권설정계약에서 신임관계의 본질은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부동산의 담보가치를 채권자에게 취득하게 하는데 있다"며 "
채무자의 의무는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하고,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배임죄를 인정하는 것과 같이 부동산 이중저당에서도 배임죄가 인정돼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상원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이 판결에 대해 "민사적인 거래에 형사적인 제재를 완화시키려고 하는 최근의 경향과 일맥상통하는 판례라고 평가된다"며
"법리적으로는 배임죄 구성요건인 '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타인의 사무로는
'대행사무'와
'협력사무'가 있는데,
이 중 '협력사무'의 범위를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법원은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해서는 배임죄로 보는 기존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5월 중도금을 받은 상태에서 부동산을 이중매매하는 행위는 배임죄에 해당한다(2017도4027)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이후
지금까지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해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고 그때부터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권리가 확정되었으면 물론 공동의 지분으로 할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효력규정이고 부동산의 중도금 지급이 청산금의 일부로도 보기에 많은 의견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는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접해 보아 의견을 좁히는 수 밖에 없는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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