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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입점해 믿고 산 건물, 계약하자마자 은행이 나간다면

LBA 효성공인 2020. 3. 17. 19:15

은행 입점해 믿고 산 건물, 계약하자마자 은행이 나간다면

작성자 최광석     
           

-부동산 계약 시 생기는 ‘동기의 착오’…액수 큰 만큼 내용 더 신중히 확인해야


부동산 거래는 적지 않은 금액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중하게 검토하지 못하고 막연한 느낌이나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려 결정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거래 상대방이 고의적으로 거래의 중요 부분을 속인 것이 아니라면 ‘의사 표시의 착오’라는 법리 구성이 적용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착오를 이유로 거래가 취소되기 어렵다.

착오를 이유로 계약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 즉 △법률 행위의 내용에 대해 착오가 있어야 하고 △중요 부분의 착오여야 하며 △착오가 중대한 과실에 기인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착오를 이유로 실제로 계약을 취소하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착오가 문제되는 상당 부분이 ‘동기의 착오’인데 입증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전원주택 건축을 목적으로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했는데 계약 체결 당시에는 당연히 건축이 가능한 것으로 알았지만 나중에 확인해 보니 건축이 불가능한 것이 대표적인 동기의 착오다.

최근에 상담한 실제 사례다. 의뢰인은 상가 점포 1채를 20억여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해당 점포에는 모 은행이 임차인으로 있었다. 이 은행의 임대료 수준은 매매 가격 대비 높은 편이었고 임대차 계약 기간도 무려 4년 가까이나 남아 있었다.

의뢰인은 양호한 수익률을 기대하고 이 점포를 매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계약한 지 불과 며칠 후 은행이 임대차를 종료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던 것이다.

임대차 만기가 4년 가까이나 남았지만 임대차 계약서에 ‘임차인인 은행이 임대차 기간 만기 이전에 임의로 중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대차 계약서를 보지도 않은 채 매매 계약을 체결한 의뢰인에게는 날벼락이었다. 매도인에게 계약을 무효로 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결국 지급한 계약금 2억원을 반환해 달라는 소송을 매도인을 상대로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도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 표시 취소가 대표적 청구 원인이었다. 하지만 1심 재판 결과 의뢰인은 패소하고 말았다. 이유는 이렇다.

우선 이 사건 원고의 착오는 법적으로 동기의 착오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즉 “원고의 이 사건 매매 계약 체결의 의사 표시 중 이 사건 임대차 계약과 관련된 부분은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이 사건 상가를 20억4000만원에 매수하되 그 매매 대금 중 9억6500만원은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이 사건 임대차 계약상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해 ○○은행에 대한 임대차 보증금 반환 의무를 인수하는 것으로 갈음하는 것’이고 원고가 ‘이 사건 임대차 계약이 중도에 해지되지 않고 2022년 6월 9일까지 존속함으로써 2022년 6월 9일쯤에야 임대차 보증금 반환 의무를 부담하고 그때까지 ○○은행으로부터 차임 월 815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믿은 것은 원고가 이 사건 매매 계약을 체결하게 된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것이라고 봤다. 이른바 의사 표시의 동기의 착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위 동기를 의사 표시의 내용으로 삼았다거나 피고들이 원고의 위 착오를 유발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의뢰인은 다른 소송 대리인을 통해 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심 진행을 위해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판결 검토 결과 은행의 임대차 승계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나머지 계약 과정에서 임대차계약서조차 확인하지 않는 등 임대차 문제를 계약 내용으로 삼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한 것이 기본적인 패소 이유였다.

게다가 위 판결에서 따로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의뢰인의 계약금 반환 청구 본소에 대해 상대방 매도인이 제기한 나머지 매매 대금의 반소 청구까지 얽혀 있어 이 사건 분쟁은 계약금 반환 여부에 그치지 않고 의뢰인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었다.

‘한 번 체결된 계약은 취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한 발짝 떨어진 제삼자의 시각에서 보다 섬세하고 진중하게 계약할 필요가 있다.

최광석 법무법인 득아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