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20. 도산법
채권조사확정재판에서 추완 신고의 적법 여부 다툴 수 없어
채무자의 부채증명서 발급의뢰는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채무승인'
이진만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1. 들어가며
2018년에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의 개정은 없었지만 실무상으로는 의미 있는 대법원 판례가 많이 나왔다. 2018년 판례의 특징은 도산법과 민법, 민사집행법, 공정거래법 등 다른 법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많이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2. 채권조사확정재판에서 추완신고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는지 여부(2018. 7. 24. 선고 2015다56789 판결)
(1) 사안
피고가 관리인의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채권을 회생계획이 인가된 후 회생채권으로 뒤늦게 신고하였다.
특별조사기일에서 관리인은 추완신고한 회생채권을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채권자 새마을금고도 피고의 회생채권 신고 지연은 피고의 귀책사유에 의한 것이고 추완신고를 허용하는 것은 기존채권자들의 이익에 반하므로 채권신고에 대하여 이의를 한다고 진술하였다.
회생법원은 회생채권자표에 특별조사기일의 조사결과로 관리인만이 이의를 하였다는 취지로 기재하고 같은 취지의 이의통지서를 피고에게 보냈다.
피고가 관리인을 상대로 조사확정재판을 신청하였고,
그 재판에서 피고의 추완신고가 적법하다는 전제 하에 피고의 회생채권을 확정하는 결정을 하였고,
이에 관리인이 원고로서 이 사건 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1심은 새마을금고를 제외하고 관리인만을 당사자로 하여 조사확정재판을 신청하였으므로 그 신청은 부적법하다고 하였다.
원심은 추완신고의 적법여부에 관한 이의의 진술은 채권조사확정재판을 제기하여야 할 이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2) 판결요지
회생채권자가 회생법원이 정한 신고기간 내에 회생채권을 신고하는 등으로 회생절차에 참가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법 제152조 제3항에도 불구하고 회생채권의 신고를 보완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
이 경우에도 회생법원이 추완신고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특별조사기일에서 추완신고된 채권에 대한 조사절차까지 마쳤다면, 채권조사확정재판에서 신고의 추후 보완 요건을 구비하지 않았다는 사유를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특별조사기일에서 추완신고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이의의 진술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채권조사확정재판을 제기하여야 할 채무자회생법 제170조 제1항에서 정한 ‘이의’에 해당하지 않는다.
(3) 평석
회사정리법 하에서 대법원은 정리법원이 정리채권추완신고에 대하여 추완신고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하고 특별조사기일을 연 이상 정리채권확정의 소에서 새삼스럽게 추완신고의 적법여부를 다툴 수 없다고 하였다(90다카19906).
이러한 판례가 현행법 하에서도 유지될 것인지가 문제된 사건이다.
추완신고의 적법성에 관하여 이의를 진술한 당사자의 재판권보장 차원에서도 특별조사기일에서 추완신고가 부적법하다고 이의를 진술한 이상 조사확정재판에서 추완신고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추완신고의 적법 여부 판단에 대해 즉시항고 등으로 다툴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이 없고,
추완신고의 적법 여부는 채권신고나 조사의 대상이 아니고 채권조사절차 등에 의한 확정 대상이 아니며, 채권조사확정절차는 신고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이를 구비한 채권만을 권리로 인정하고
이를 구비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채권을 실권시키기 위한 절차가 아니고,
실권시키는 것이 가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가급적 그 책임질 수 없는 사유를 넓게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며,
추완신고의 적법 여부에 대한 회생법원의 판단은 절차적 판단에 불과하여 신고가 수리되었다고 하더라도 채권의 존부와 내용에 관하여 다툴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 있어 이해관계인의 재판청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툴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3. 부당공동행위가 회생절차개시결정 전후에 걸쳐 있었던 경우, 개시결정 이전의 담합 부분에 관한 과징금청구권이 회생채권인지 여부(2018. 6. 12. 선고 2016두59102 판결)
(1) 사안
원고 등은 2007. 4.부터 2011. 7.까지 9차례에 걸쳐 A표준가격 인상 합의를 하고 실행하였고,
원고 등은 2007. 5.부터 2011. 7.까지 6차례에 걸쳐 B 표준가격 인상 합의를 하고 실행하였다.
그 중간인 2009. 7. 16. 원고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었고, 회생계획인가결정도 있었다.
피고(공정위)는 원고에 대하여 부당공동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원고는 공동행위 중 회생절차개시결정 이전에 이루어진 부분에 대한 피고의 과징금청구권은 회생채권으로 신고하지 아니하여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다.
(2) 판결요지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개시 전에 과징금 부과의 대상인 행정상의 의무위반행위 자체가 성립하고 있으면 부과처분이 회생절차개시 후에 있는 경우라도 과징금 청구권은 회생채권이 된다.
부당공동행위는 가격 결정 등에 대한 당사자들의 합의가 존재하기만 하면 성립한다.
따라서 특정한 담합가담자의 회생절차개시 전후로 사업자들이 수회에 걸쳐 가격 결정 등에 관한 합의를 하였다면, 설령 회생절차가 개시된 사업자 외의 다른 담합가담자들에 대하여는 그 수회의 합의를 전체적으로 1개의 부당공동행위로 평가하더라도, 회생절차가 개시된 담합가담자가 회생절차개시 이전에 한 합의에 대한 과징금 청구권은 회생채권이 된다.
(3) 평석
회생절차개시 전에 합의의 존재라는 과징금 부과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는
설령 과징금 부과처분이 회생절차개시 후에 있었던 경우라도 그 과징금 청구권은 회생채권이다.
그런데 이 사건과 같이 부당공동행위의 일부 합의와 실행행위가 회생절차개시 전후에 나뉘어 있는 경우, 이를 회생채권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된다.
종래 대법원은 부당공동행위에 관하여 형법상 포괄일죄와 유사한 법리인 계속적 담합을 인정해 오고 있다. 즉, 사업자들이 일정한 기간에 걸쳐 수차례의 합의를 하는 경우, 장기간에 걸친 수회의 합의가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 그것이 단절 없이 계속 실행되어 왔다면 그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구성원에 일부 변경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일련의 합의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부당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2007두3756).
이러한 입장을 이 사건에서도 관철하면, 최종 합의 시점이 의무위반행위 성립일이 되고 이는 회생절차개시 이후이므로 과징금청구권 전체가 회생채권이 아니라고 보게 된다.
그러나 회생절차개시 이전에 있었던 합의 부분에 관하여는 의무위반행위가 회생절차개시 전에 이미 성립하고 있었다고 보아 그 부분 합의에 대한 과징금청구권은 회생채권으로 볼 수도 있다.
회생절차개시 전후에 있었던 일련의 합의가 과징금부과 처분을 할 때에는 포괄일죄와 같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평가된다고 하더라도, 각각의 개별 합의는 별도의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부과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고 개별 합의에 대하여 해당 위반기간에 대응하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 액수를 산정하는 것이 가능하며,
회생절차개시로 인하여 관리처분권이 관리인에게 이전하기 때문에 회생절차개시 전후의 의무위반행위를 하나의 공동행위로 평가할 수 있을지에 관하여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회생절차개시 전후의 의무위반행위를 나누어 개시 전에 성립한 의무위반행위로 인한 과징금청구권은 회생채권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수도 있다. 대상판결은 후자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4. 주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 보증인이 민법 제434조 따라 상계할 수 있는지 여부(2018. 9. 13. 선고 2015다209347 판결)
(1) 사안
S건설회사가 원고로부터 공사를 도급받으면서 공사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부담하는 채무에 관하여 공제조합을 보증인으로 하는 계약이행보증증권을 원고에게 제출하였는데,
공사를 마치지 못한 채 S회사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
원고는 공제조합을 상대로 계약보증금의 지급을 청구하였고,
피고인 공제조합은 민법 제434조에 따라 S회사의 원고에 대한 미지급 공사대금채권으로 원고의 S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채권(회생채권)과 상계한다고 주장하였다.
주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개시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434조에 의한 상계를 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는데, 1심은 긍정, 2심은 부정이었다.
(2) 판결요지
공제조합의 보증계약은 성질이 보증보험과 유사하나,
실질적으로 보증의 성격을 가지고 보증계약과 같은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점에서 보증에 관한 민법 제434조 등의 규정이 유추 적용된다.
공제조합은 계약자인 채무자의 채권에 의한 상계로 보증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고
상계로 보증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이 소멸하는 만큼 공제조합의 보증채권자에 대한 계약보증금 지급채무도 소멸한다.
그러나 회생절차에서는 보증인의 상계권이 제한되므로 계약보증의 보증인에 해당하는 건설공제조합의 상계권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3) 평석
주채무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민법 제434조가 여전히 적용되는지가 쟁점이다.
긍정설은, 채무자회생법에 민법 제434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고, 주채무자의 무자력에 대한 보증인 보호와 법률관계의 간이한 해결이라는 입법목적은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여전히 필요하며,
상계를 불허하면 회생채권자의 선택에 따라 보증인의 이해관계가 좌우되는 불합리가 있고, 보증인의 상계권을 인정하더라도 결국 채권자에 의한 상계가 있는 경우와 실질적인 결과에서 동일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든다.
부정설은, 주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주채무자의 채권자에 대한 자동채권의 처분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하게 되어 주채무자는 더 이상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상계를 할 수 없게 되는 점,
채무자회생법의 규정이 민법 제434조에 대하여 특별규정인 점,
회생절차에서 주채무자의 상계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고, 채권자의 상계도 일정한 제한을 받는 데 비하여,
채권자와 직접적으로 채권·채무 관계에 있지 아니하여 채권자와 사이에서 상계의 담보적 기능을 주장할 위치에 있지 아니한 보증인에게 주채무자의 채권에 기한 상계를 제한 없이 허용하는 것은 균형에 맞지 않는 점,
채권자와 보증인의 상대적인 법적 지위 및 이익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주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 보증인으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채무자의 채권으로 채권자의 채권과 상계할 수 있도록 한다면 당사자의 합리적인 의사 및 형평에 반하는 결과가 되는 점,
주채무자의 채권에 기한 보증인의 상계를 제한 없이 인정하면, 회생채무자의 재산을 최대한 확보하여 회생계획에 따라 채무자를 회생하도록 함으로써 이해관계인의 권리에 최대한의 공평한 만족을 주려고 하는 목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그 논거로 하고 있다.
주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라 하더라도 신고기간 만료시까지 상계적상에 있고 상계권 행사 시점 또한 신고기간 만료 이전이라면 민법 제434조에 따른 보증인의 상계권 행사를 허용한다는 절충설도 있을 수 있다.
회생절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재산의 처분에 일정한 제한을 가한 것이라고 이해하여 보증인의 상계를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2015다240201 판결에서도 이 결론은 다시 확인되었다.
5. 파산채권자가 파산선고 후에 제기한 채권자취소소송을 파산관재인이 수계할 수 있는지 여부(2018. 6. 15. 선고 2017다265129 판결)
(1) 사안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있은 후, 파산채권자가 파산선고 전에 체결된 채무자와 피고 사이의 매매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그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사해행위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
파산관재인이 소송수계신청과 동시에 청구취지·원인변경신청서를 제출하여 부인의 소로 변경하였다.
1심은 수계신청을 받아들여 소송절차를 진행한 후 원고 승소판결을 하였다.
2심은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은 후에는 파산관재인이 부인권 행사를 할 수 있을 뿐 파산채권자가 채권자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파산선고가 있은 후에 매매계약이 사해행위라는 주장을 내세워 제기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하여 각하하였다. 원고 상고.
(2) 판결요지
파산채권자가 파산선고 후에 제기한 채권자취소의 소가 부적법하더라도 파산관재인은 이러한 소송을 수계한 다음 청구변경의 방법으로 부인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 경우 법원은 파산관재인이 수계한 소송이 부적법한 것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소송수계 후 교환적으로 변경된 부인의 소마저 부적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
(3) 평석
파산재단에 관한 소송에서는 파산관재인만 당사자가 될 수 있으므로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관한 소송이 파산선고 당시 법원에 계속되어 있을 때에는 그 소송은 중단되고 파산관재인 또는 상대방이 이를 수계한다.
사해행위취소소송은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에 관한 소송’도 아니고 ‘파산선고를 받은 채무자’가 그 당사자도 아니지만
그 소송의 결과가 파산재단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그 실질이 부인소송과 같기 때문에,
채무자회생법은 사해행위취소소송이 파산선고 당시에 계속되어 있으면 그 소송은 중단되고 파산관재인이 이를 수계한 후 부인소송으로 변경하여 모든 채권자를 위하여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제113조, 제406조).
그렇다면 파산선고 당시에 이미 채권자취소소송이 계속 중인 것이 아니라, 파산선고 후에 파산채권자가 비로소 제기한 사해행위취소소송은 어떻게 되는가?
파산선고가 있으면 파산채권자는 파산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없으므로
파산선고 후에 파산채권자가 제기한 채권자취소소송은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이와 같이 부적법하다고 하여도 파산관재인이 이를 수계하여 부인소송으로 변경하는 것까지 불허할 것은 아니다.
제406조를 이와 같은 경우 중단과 수계를 불허하는 취지라고 해석할 이유가 없고,
부적법한 소송이라고 하여 수계까지 불가능하다고 볼 이유 역시 없으며,
채권자취소소송 계속 중 채무자의 파산선고로 인한 중단과 수계는 민사소송법상 당연승계와는 구별되는, 특별 규정에 따른 것이어서 적법한 소송계속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고,
파산관재인은 소제기를 통해 부인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므로 소송경제의 측면에서도 파산선고 전에 제기된 것이든 아니면 파산선고 후에 제기된 것이든 파산관재인이 채권자취소소송을 수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소 제기에 따른 비용과 번거로움, 재심리의 수고를 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한편 같은 날 선고된 2017다289828 판결은, 소장부본이 송달되기 전에 원고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있었고 파산관재인이 소송수계신청을 한 사안에서, 파산선고 당시 법원에 소송이 계속되어 있음을 전제로 한 파산관재인의 소송수계신청이 부적법하다고 한 바 있다. 구별을 요한다.
6. 가압류채권자가 본안에 관한 판결 확정 후 배당금을 지급 받기 전에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있은 경우 배당금의 귀속(2018. 7. 24. 선고 2016다227014 판결)
(1) 사안
채무자 S 소유 부동산에 대하여 임의경매절차가 진행되어 배당기일에 가압류권자인 피고에게 2천만 원을 배당하는 내용의 배당표가 확정되자 법원은 위 금액을 공탁하였다.
피고가 S를 상대로 본안소송을 제기하여 승소 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피고는 공탁금 지급을 청구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S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있었고
이후 피고는 확정판결을 얻은 가압류권자의 지위에서 공탁금을 출급하였다.
파산관재인은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확정판결을 얻은 가압류채권자의 지위에서 출급한 공탁금이 S의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이라는 이유로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부동산에 대한 강제경매의 경우 배당표에 기하여 채권자들에게 배당액을 지급함으로써 강제경매 절차가 종료되는 것이고, 아직 배당액이 지급된 바 없다면, 지급되지 않고 남아 있는 배당액은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으로 그에 대한 강제집행·가압류 또는 가처분은 효력을 잃게 된다는 이유로 원고청구를 인용하였다.
(2) 판결요지
배당법원은 배당을 실시할 때에 가압류채권자의 채권에 대하여는 그에 대한 배당액을 공탁하여야 하고,
그 후 그 채권에 관하여 채권자 승소의 본안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공탁의 사유가 소멸한 때에는 가압류채권자에게 공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안의 확정판결에서 지급을 명한 가압류채권자의 채권은 위와 같이 공탁된 배당액으로 충당되는 범위에서 본안판결의 확정 시에 소멸한다.
이러한 법리는 위와 같은 본안판결 확정 이후에 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이 선고되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므로,
본안판결 확정 시에 이미 발생한 채권 소멸의 효력은 채무자회생법 제348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 경우 가압류채권자가 공탁된 배당금을 채무자의 파산선고 후에 수령하더라도 이는 본안판결 확정 시에 이미 가압류채권의 소멸에 충당된 공탁금에 관하여 단지 수령만이 본안판결 확정 이후의 별도의 시점에 이루어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3) 평석
대상판결은 가압류채권자의 채권에 대한 배당액이 공탁된 후 본안에서 가압류채권자의 승소판결이 확정되었음에도 가압류채권자가 공탁금을 출급하지 않고 있던 사이에 가압류채무자에 대하여 파산선고가 있은 경우,
파산선고의 효력으로 가압류가 실효되어 공탁금출급청구권이 파산재단에 속하게 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공탁금의 출급여부와 관계없이 본안판결 확정 시에 가압류채권자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경매절차에서 가압류채권자를 위하여 배당금이 공탁되고 이후 가압류채권자가 승소의 본안판결을 받아 확정된 경우에는 본안판결에서 지급을 명한 가압류채권자의 채권은 배당액으로 충당되는 범위에서 본안판결 확정 시에 소멸한다(2012다65874).
배당액 범위 내에서는 본안판결 확정시에 변제의 효력이 생기고 채권이 소멸하므로 집행절차도 그 때에 종료하게 된다.
따라서 그 이후에 파산선고가 있더라도 그에 의하여 가압류채권자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 대상판결은 이 점을 분명히 하였다.
7. 채무자의 부채증명서 발급의뢰 행위가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채무승인’에 해당하는지 여부(2018. 2. 13. 선고 2017다265556 판결)
(1) 사안
주채무자 S가 신협으로부터 대출을 받았고
원고는 대출금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신협이 S와 원고를 상대로 대출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이행권고결정이 확정되었다.
피고가 대출금 채권을 양수하고 양도통지를 하였다.
S가 파산·면책 신청을 위해 부채증명서발급의뢰서를 피고에게 제출하고 피고는 S에게 부채증명서를 발급하였다.
S가 파산·면책 신청을 하면서 피고를 파산채권자로 표시하였고,
파산선고, 동시폐지결정, 면책결정을 받았다.
피고가 원고의 예금채권을 압류하자 원고는 집행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음을 내세워 청구이의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는 S가 부채증명서발급의뢰를 함으로써 채무를 승인하여 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주장하였다.
(2) 판결요지
채무승인은 시효이익을 받는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으로 채권을 상실하게 될 상대방에 대하여 상대방의 권리 또는 자신의 채무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로서,
시효 완성 후 시효이익의 포기와 달리 어떠한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S가 피고에게 부채증명서 발급을 의뢰한 행위를, S가 자신의 채무 또는 피고의 권리가 있음을 알고 있다는 뜻을 피고에게 표시한 행위로 볼 수 있다면,
설령 S가 그 채무를 면하기 위하여 부채증명서 발급을 의뢰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발급 의뢰 행위는 소멸시효 중단사유가 되는 채무승인에 해당한다.
(3) 평석
부채증명서 발급의뢰 행위가 채무승인에 해당한다는 하급심법원의 판단과 이에 대한 심리불속행 판결은 있었지만,
명시적인 판단은 이 사건이 처음이다.
원심은 파산·면책 신청 준비 초기단계에서 의례적으로 부채증명서를 발급받는 관행,
해당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를 면하려는 궁극적인 목적,
채권자도 그 목적을 알았던 점 등을 근거로 채무승인으로 볼 수 없다고 한 반면,
대법원은 채무승인은 관념의 통지로서 시효이익의 포기와는 달리 효과의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 중점을 두어 채무승인으로 본 것 같다.
게다가 이 사건은 부채증명서 발급의뢰서에 단순히 자신의 채무의 존부나 액수를 문의하는 내용만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아니라 채무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대출원금잔액이 정확히 기재되어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실무는 채무승인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지만(소멸시효중단이 아닌 것) 그럼에도 여전히 사안에 따라 채무승인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은 열려있다.
8. 기타
그밖에
①보조금 교부결정 취소에 따른 반환금채권은 다른 공과금에 우선할 뿐 그 밖의 일반채권에 우선하는 것이 아니므로 재단채권이 아니라는 2018. 3. 29. 선고 2017다242706 판결,
②매각대금 납부 후 배당절차 전에 부동산 소유자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도, 근저당권자는 여전히 회생담보권자에 해당한다는 2018. 11. 29. 선고 2017다286577 판결,
③집행행위에 대한 고의부인의 경우 그 집행행위가 ‘채무자가 파산채권자들을 해함을 알면서도 변제한 것’과 사실상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요구된다는 2018. 7. 24. 선고 2018다204008 판결,
④회생계획에서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 자의 회생채권이 회생채권조사확정소송을 거쳐 회생계획 인가 후 확정된 경우, 그 회생채권의 변제방법의 결정을 위한 회생계획의 해석에 관한 2018. 5. 30. 선고 2018다203722 판결도 주목할 만하다.
이진만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