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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5. 민사소송법

LBA 효성공인 2019. 2. 15. 19:20

[2018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5. 민사소송법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새 방식의 확인소송도 허용된다
반대채권 부존재 기판력은 수동채권 원금 잔액을 초과할 수 없다

김홍엽 변호사 (성균관대 로스쿨 초빙교수)     


 

1. 제1심법원의 이송결정을 취소한 항고법원의 결정에 대하여 재항고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18. 1. 19.자 2017마1332 결정

 

(1) 사안

피고가 관할위반을 이유로 제1심법원(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 이송신청을 하였고, 제1심법원은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으로 이송하는 결정을 하였으나, 원고의 즉시항고에 따라 항고법원이 제1심법원의 이송결정을 취소하자 피고가 이에 불복하여 재항고를 제기하였다.(피고가 관할위반을 이유로 수원에 이송신청을 하였고 1심법원은 관할권이 없다하여 마산으로 이송하였으며 항고법원은 수원으로 결정하였으나 피고가 창원으로 이전하고자 재항고를 제기하였다) 

(2) 결정 요지

당사자에게 관할위반을 이유로 하는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직권발동으로 이송결정을 한 경우에는 즉시항고가 허용되지만(민사소송법 제39조), 당사자에게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항고심에서 당초의 이송결정이 취소되었다 하더라도 항고법원의 결정에 대하여 재항고는 허용되지 않는다.

(3) 분석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은 직권에 의해서만 할 수 있다.

관할위반에 의한 이송에서는 당사자(피고)의 이송신청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민사소송법 제34조 제1항).

이 경우 이송신청은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송신청을 하더라도 관할위반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면 구태여 이송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할 필요가 없다.

 만약 법원이 이송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불복신청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즉시항고가 허용되지 아니한다.

민사소송법 제39조는 이송결정과 이송신청의 기각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판례는 관할위반을 이유로 하는 이송신청의 기각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1993. 12. 6.자 93마524 전원합의체 결정).

물론 특별항고도 항고의 이익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6. 1. 12.자 95그59 결정 등).

관할위반을 이유로 한 제1심법원의 이송결정에 대하여 원고가 즉시항고를 한 결과 항고법원이 관할위반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제1심법원의 이송결정을 취소하였다 하더라도 항고법원의 이러한 결정에 대하여 피고의 불복신청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재항고가 허용되지 아니한다.


2.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하여 신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안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구상금청구소송을 제기하여 1997년 4월 8일 승소확정판결을 받았다.

 원고는 시효연장을 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같은 소송을 제기하여 2007년 2월 23일 확정된 이행권고결정을 받았다.

원고는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2016년 8월 19일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확정된 승소판결에는 기판력이 있으므로, 승소확정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그 상대방을 상대로 다시 승소확정판결의 전소와 동일한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그 후소는 소의 이익(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나,

예외적으로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라면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는 소의 이익이 있다는 종래 판례는 현재에도 여전히 타당하다고 보았다.

그 이유로, 다른 시효중단사유인 압류·가압류나 승인 등의 경우 이를 1회로 제한하고 있지 않음에도 유독 재판상 청구의 경우만 1회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보아야 할 합리적인 근거가 없으며,

확정판결에 의한 채무라 하더라도 채무자가 파산이나 회생제도를 통해 이로부터 전부 또는 일부 벗어날 수 있는 이상 채권자에게는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는 것이 균형에 맞다는 것을 들고 있다.

 이에 대하여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판결로 확정된 채권이 변제 등으로 만족되지 않는 한 시효로 소멸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는 채권의 소멸과 소멸시효제도를 두고 있는 민법의 기본원칙과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인정하는 민사소송의 원칙에 반하므로 다수의견이 따르고 있는 종전 판례는 변경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3) 분석

1)
대상판결은 전소 승소확정판결이 있는 경우라도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완성이 임박한 상황이라면 시효중단을 위하여 재소를 허용할 것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이를 허용하는 종래 판례가 현재에서 여전히 타당함을 재확인하였다.

전소 승소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재소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확정판결의 기판력 때문이다.

판례는 기판력의 본질에 관하여 모순금지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전소 승소확정판결이 있음에도 후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아예 소의 이익을 부정하고 있다.

 다만 전소 승소판결이 확정된 후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경과가 임박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다시 동일한 소를 제기하는 것은 소의 이익을 인정하지 아니하나, 그 기간의 경과가 임박한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필요성이 있으므로 후소를 제기할 소의 이익을 인정한다.

2)
대상판결은 채권의 소멸시효완성이 임박한 시기에 관한 구체적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으나, 비록 다수의견과 같이 소멸시효의 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는 경우에도 그 임박성의 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대상판결의 사안은 소멸시효완성을 6월 앞둔 시점에서 재소를 한 사안인데, 뒤에서 볼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의 사안은 소멸시효완성을 1월여 남겨둔 시점에서 재소된 사안이다.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인 10년의 도과가 임박하여 강제집행의 실시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되었다면, 그 이전에 강제집행의 실시가 가능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시효중단을 위해서는 같은 내용의 재판상 청구가 불가피하다.

 채권자가 확정판결에 기하여 채무자에 대한 강제집행을 하는 경우에는 압류시에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므로(민법 제168조 제2호), 강제집행에 의하지 아니하고 재소로써 소멸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당장 중단시키지 아니하면 안 될 정도의 시간적 급박성이 있어야 한다.

 한편 판례는,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가 전소 판결이 확정된 후 10년이 지나 제기되었다 하더라도 곧바로 소의 이익이 없다고 하여 소를 각하해서는 아니되고, 채무자인 피고의 항변에 따라(피고는 후소 절차에서 전소의 변론종결시 이후 발생한 채권소멸사유를 들어 항변할 수 있다)

원고의 채권이 소멸시효완성으로 소멸하였는지에 관한 본안판단을 하여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하였다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9. 1. 7. 선고 2018다24349 판결).

3)
이 사건 사안은 원고가 동일한 소를 3번이나 반복한 경우이다(첫 번째 소에 대한 확정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하여 두 번째 소를 제기하고, 두 번째 소에 대한 확정된 이행권고결정에 따라 시효가 연장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하여 세 번째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사안에서 시효중단을 위한 신소제기가 허용되는지 여부는 기판력 있는 첫 번째 확정판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차례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로 시효중단이 되었음에도 또 다시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두 번째 소에 대해서는 확정판결이 아닌 확정된 이행권고결정이 있었는데, 확정된 이행권고결정은 비록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나(소액사건심판법 제5조의7 제1항), 확정된 이행권고결정에는 집행력이나 법률요건적 효력이 인정될 따름이며 기판력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6다34190 판결).

따라서 확정된 이행권고결정에 의하여 시효연장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확정판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10년이므로(민법 제165조 제2항),

소멸시효완성의 임박성 여부의 판단에서는 이러한 이행권고결정의 확정일이 문제가 되나, 그 허용 근거에서는 여전히 첫 번째 기판력 있는 확정판결의 존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대상판결이 이 점을 분명히 하지 아니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이 사건과 달리 확정된 이행권고결정만이 있는 경우라면 시효중단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기판력 있는 확정판결을 받기 위하여 재소할 수 있다(김홍엽, 민사소송법(제8판, 2019년), 272쪽).


3. 확정판결에 의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하여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 허용되는지 여부: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안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대여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2004. 11. 11. 원고 전부승소판결을 선고받고 2004. 12. 7.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원고는 2014. 11. 4. 위 확정된 대여금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전소와 같은 내용의 이행의 소를 제기하였다.

(2) 판결 요지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확정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신소는 이행소송 외에 이러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 즉 ‘재판상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소송(‘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허용된다고 보았다.

 그 이유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하여 종래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동일한 소송으로 이행소송만을 인정할 경우 전소 확정판결의 변론종결시(표준시)를 기준으로 청구의 존부와 범위를 새로 심사하여 판단하는 결과 불필요한 심리가 이루어지게 되고, 채무자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주장하면 될 사항을 굳이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에서 심리하여야 하므로 법원과 당사자의 노력과 자원이 낭비되는 결과가 야기되는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재판상 청구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만 확인을 구하는 형태의 새로운 소송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들고 있다. 이에 대하여 ①‘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은 허용될 수 없다는 의견, ② 이행소송 외에 다른 소송형태가 허용된다면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보다 ‘청구권(전소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채권) 확인소송’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있다.

(3) 분석

1) 시효중단을 위한 후소의 판결은 전소 승소확정판결의 내용에 저촉되어서는 아니 되므로, 후소 법원으로서는 그 확정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모든 요건이 구비되어 있는지에 관하여 다시 심리할 수 없다(예컨대 전소에서의 문서의 진정성립 여부에 관한 판단에 관해서는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61557 판결, 전소에서의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의 구비 여부에 관해서는 대법원 2018. 4. 24. 선고 2017다293858 판결).

원칙적으로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후소의 변론종결시(표준시)를 기준으로 발생한다.

 대상판결은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에서 전소의 변론종결 후에 발생한 변제, 상계, 면제 등과 같은 채권소멸사유가 심리대상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의 형태가 반드시 이행소송에 국한된다고 보아야 하는지, 그렇지 않으며 이러한 전통적인 이행소송 외에 이와 별도로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도 허용된다고 볼 것인지 여부에 관한 근본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2) 전소 확정판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하여 신소를 허용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이미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8다2200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보듯이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으나,


다수의견과 같이 여전히 그 필요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전소 원고가 시효중단을 위하여 동일한 소송물에 관한 이행의 소를 제기하더라도(전소 피고가 확정판결의 사실심 변론종결 뒤의 사정을 들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한)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소송의 목적에 비추어 신소의 심리대상은 여전히 전소 확정판결의 변론종결시로 제한되고,


 따라서 그 범위 내에서 전소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김홍엽, 민사소송법(제8판, 2019년), 827쪽}.

3) 결국 원고 승소확정판결이 있음에도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하여 예외적으로 전소 원고의 재소를 허용하는 소송의 목적(또는 소의 이익을 허용하는 이유)에 부합하여 후소의 심리대상을 재정립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다.


대상판결은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를 허용하되, 이러한 재소에서도 여전히 기판력의 시적 범위는 적용된다는 전제에서 논리를 전개한 것으로(기판력 적용의 예외가 허용되는 한 그 예외로 허용되는 재판에서도 기판력의 일반 이론이 반드시 적용된다는 논리에 선 것으로) 수긍하기 어렵다.


4. 관련 민사확정판결의 불확정개념에 대한 판단과 증명효: 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6다46338 판결


(1) 사안


원고가 원·피고 사이의 동업계약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인 사건에서 전소 확정판결은 원고가 동업관계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원심은 원고가 조합원으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2) 판결 요지


민사재판에서 다른 민사사건 등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가 되고, 특히 전후 두 개의 민사소송이 당사자가 같고 분쟁의 기초가 된 사실도 같으나 다만 소송물이 달라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 결과 새로운 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해당 민사소송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관련 민사사건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법리는, ‘주의의무 위반’과 같은 불확정개념이 당사자가 주장하는 법률효과 발생에 관한 요건사실에 해당할 때, 관련 민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이유로 당사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음에도 이와 달리 후소 법원에서 위와 같은 요건사실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3) 분석


1)
일반적으로 관련 전소 확정판결의 소송물에 관한 판단이나 판결이유에서의 사실인정 및 권리관계에 관한 법률판단은 후소의 판단에 사실상 영향을 미친다.


 전소 확정판결의 판단이 후소의 판단에 대하여 갖는 사실상 증명적 효과(증명력)를 증명효(證明效)라고 한다.


판례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아닌 제도적 효력으로서 쟁점효를 부정하고 있으나(대법원 1979. 2. 13. 선고 78다58 전원합의체 판결),


소송물은 다르지만 당사자가 같고 분쟁의 기초된 사실을 같이 하는 경우 전소 확정판결에 강한 증명효를 인정함으로써(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7다36445 판결 등) 상대적으로나마 쟁점효의 대체적 기능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증명효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후소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내용에 비추어 확정된 전소 판결의 사실인정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설시하여 이를 배척할 수 있다(다만 새로운 증거가 아니거나 쟁점과 관계가 없는 것이어서 종전 사건에서 확정한 사실을 번복할 정도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증거만으로 종전 사건에서 확정된 사실과 배치되는 사실인정과 판단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48964,48971 판결).

2)
대상판결은 관련 전소 확정판결의 증명효가 법률효과 발생에 관한 요건사실 가운데 불확정개념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미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 위반’, ‘정당한 사유’, ‘고의·과실’ 등과 같은 불확정개념의 일반조항이 요건사실인 경우 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이 주요사실(material fact)로서 증명의 대상이 되고(따라서 자백의 대상이 되고),


일반조항 자체는 그 존부에 대하여 법원이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할 사항, 즉 법률적 판단 또는 법률적 평가에 속하는 사항(evaluated fact)으로 원칙적으로 증명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관련 전소 확정판결의 증명력은 주요사실뿐만 아니라, 일반조항에 속하는 불확정개념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도 미친다. 다만 후소 법원으로서는 다른 증거를 종합하여 전소 확정판결에서의 불확정개념에 관한 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주로 불확정개념에 속하는 주요사실의 인정 여부가 문제가 된다)


합리적 이유를 들어 이를 배척할 수 있다.


이 경우 판결이유에서 이를 배척하는 이유를 일일이 설시할 필요는 없다(대법원 1997. 3. 14. 선고 95다49370 판결 등).


3)
대상판결은, 원심이 변론 과정에서 서증으로 제출된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을 명시적으로 배척하지는 않았으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결국 이 사건 전소 확정판결의 ‘동업관계상의 주의의무 위반’에 관한 사실인정을 배척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그와 같이 배척하는 합리적인 이유 설시 역시 있다고 보아, 앞서 본 민사판결의 증명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등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5. 상계항변시 반대채권의 부존재에 대한 판단과 기판력의 범위: 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6다46338 판결


(1) 사안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전소에서


피고가 상계항변을 하면서 5개의 반대채권(그 합계는 원고 주장의 소구채권인 수동채권의 액수를 초과함)을 주장하였고,


전소 법원은 그 가운데 A 채권이 존재한다고 보아 원고의 수동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하는 판단을 하고 나머지 4개의 반대채권들은 모두 부존재한다고 판단하였는데,


 원고가 제기한 후소에서 피고가 위 4개의 반대채권들 가운데 B 채권으로 다시 상계항변을 하였다.

(2) 판결 요지


피고가 전소에서 상계항변을 하면서 2개 이상의 반대채권을 주장하였는데 전소 법원이 그 가운데 어느 하나의 반대채권의 존재를 인정하고 수동채권(소구채권)의 일부와 대등액에서 상계하는 판단을 하고,


 나머지 반대채권들을 모두 부존재한다고 판단하여 그 부분 상계항변은 배척한 경우에,


수동채권 중 위와 같이 상계로 소멸하는 것으로 판단된 부분은 피고가 주장하는 반대채권들 가운데 그 존재가 인정되지 않은 채권들에 관한 분쟁이나 그에 관한 법원의 판단과는 관련이 없어 기판력의 관점에서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


 따라서 그와 같이 반대채권들이 부존재한다는 판단에 대하여 기판력이 발생하는 전체 범위는 위와 같이 상계를 마친 후의 수동채권의 원금 잔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피고가 주장하는 2개 이상의 반대채권의 원리금 액수의 합계가 법원이 인정하는 수동채권의 원리금 액수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3) 분석
1)
피고가 상계항변을 제출하였을 경우에 반대채권(자동채권)의 존부에 대해서는 비록 판결이유에서 이를 판단하게 되지만 상계하고자 대항한 액수에 한하여 기판력이 생긴다(민사소송법 제216조 제2항).


반대채권의 부존재로 상계항변이 배척된 경우에 반대채권의 부존재에 기판력이 미친다.


피고가 2개 이상의 반대채권으로 상계항변을 하였으나 법원이 하나의 반대채권에 대해서만 그 존재를 인정하여 수동채권의 일부와 대등액에서 상계하는 판단을 하고,


나머지 반대채권들을 모두 부존재한다고 판단하여 그 부분 상계항변을 배척하는 경우 반대채권들이 부존재한다는 판단에 대하여 기판력이 발생하는 전체 범위는 상계를 마친 후의 수동채권의 잔액을 초과할 수 없다.


상계항변은 수동채권의 존재가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기 위한 방어방법(예비적 항변)이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반대채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상계항변을 배척하는 판단을 한 경우에, 그와 같이 반대채권이 부존재한다는 판결이유 중의 판단의 기판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이 반대채권의 존재를 인정하였더라면 상계에 관한 실질적 판단으로 나아가 수동채권의 상계적상일까지의 원리금과 대등액에서 소멸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던 반대채권의 원리금 액수의 범위에서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2)
이 경우 반대채권의 부존재에 대한 기판력의 범위의 상한이 되는 '상계를 마친 후의 수동채권의 잔액은 수동채권의 원금'의 잔액만을 의미한다.


 부존재한다고 판단된 반대채권에 관하여 법원이 그 존재를 인정하여 수동채권 중 일부와 상계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을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그러한 상계에 의한 수동채권과 해당 반대채권의 차액 계산 또는 상계충당은 수동채권과 해당 자동채권의 상계적상의 시점을 기준으로 하였을 것이고,


그 이후에 발생하는 이자, 지연손해금 채권은 어차피 그 상계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 때문이다(다만 위와 같은 가정적인 상계적상 시점이 ‘실제 법원이 상계항변을 받아들인 반대채권’에 관한 상계적상 시점보다 더 뒤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김홍엽 변호사 (성균관대 로스쿨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