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7350 판결의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
1. 문제제기
우리 법제는 유치권자가 피담보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인도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유자의 변제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부동산에 대하여
(신의칙과 선행저당권자의 담보가치를 침해할 수 없다는 두가지 법리에서 )
후자의 법리는 경매절차와 인도절차에서 몇 가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 (담보가치의 손상에 대하여)
2. 판결요지
후자의 법리에 입각한 판결들(2010다57350, 2010다57299, 2010다67678, 2012다94285, 2012다25753, 2014다53462)은,
선행저당권자를 보호하려는 판례이론의 취지를 경매절차 또는 인도절차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제도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다.
3. 문제점과 해결방안
위 판례이론은 상사유치권자가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없게 함으로써(즉, 매수인이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고려하지 않고 매수하게 함으로써) 선행저당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즉, 상사유치권자가 경매절차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경우(즉, 매수인에 대한 대항력을 부정하는 경우)에는,
가. 선행저당권자(乙1)가 경매를 신청한 경우
예컨대, 甲 소유의 부동산에 대하여 乙1 명의의 저당권설정등기(피담보채권액 100원), 丙의 상사유치권 취득(피담보채권액 150원), 乙2 명의의 저당권설정등기(피담보채권액 100원), 乙1의 신청에 의한 경매절차 개시(부동산 평가액 200원), 丁1(매수자)의 매수(최저매각가격의 80%에 매수) 및 대금납부 등이 순차로 이루어지는 경우에 관하여 살펴보자.
판례이론과 같이 丙(상사유치권자)이 甲(채무자) 및 乙2(후행저당권자)에 대하여는 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있으나 乙1 또는 丁1(매수자:점유상실로)에 대하여는 대항할 수 없다고 보는 경우,
첫째, 丙(상사유치권자)이 甲乙2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다는 설시 부분은 실질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丁1의 인도청구 등에 대하여 丙은 유치권의 항변을 할 수 없으므로, 丁1의 인도집행신청으로 丙은 점유를 상실하고 그에 따라 유치권이 소멸하게 되기 때문이다. 매각으로 甲은 소유권을 상실하고, 乙1은 물론 乙2의 저당권도 소멸하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둘째, 乙2는 유치권이 없는 경우와 동일하게 배당을 받는 반면 丙은 유치권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는 丙이 乙2에게 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있다는 판례이론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
그러나 현행 법령, 판례와 제도 하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나. 후행저당권자(乙2) 등이 경매를 신청한 경우
위 ‘가’의 사례에서 선행저당권자(乙1)가 아니라 후행저당권자(乙2) 또는 집행권원 채권자가 경매를 신청한 경우,
ⓐ 판례의 문언에 충실하게 丙(상사유치권자)이 선행저당권자(乙1)에 대하여만 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없고 후행저당권에 기한 경매절차의 매수인(丁2:매수자)에 대하여는 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있다고 본다면
丁2는 40원{(200―150:상사유치권 피담보채권)×0.8} 정도에 매수하고,(매수자는 상사유치권자의 피담보채권을 인수하고 입찰함으로 배당액은 40원에서 배당되며 이 경우에는 乙1에게 40원을 배당하면 신청자 乙1의 무잉여로 경매취소가 된다)
ⓑ 위 판례의 취지를 丙이 乙1은 물론 丁2에 대하여도 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없다고 파악한다면 丁2는 160원 정도에 매수하게 된다. 乙1에 우선하는 채권(집행비용 포함)이 없는 것으로 가정하면 乙1은 위 ⓐ의 경우에는 40원 정도를 배당받을 수 있을 뿐이고(乙2는 배당받지 못함), 위 ⓑ의 경우에는 위 ‘가’의 경우와 같이 피담보채권액 100원 전부를 배당받을 수 있다(乙2는 60원 정도를 배당받을 수 있음).
위 ⓑ와 같이 보는 경우에는 위 ‘가’에서 살펴본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판례의 문언에 충실하게 위 ⓐ와 같이 보는 경우에는, 丙이 유치권으로 丁2에게 대항할 수 있어 유치권이 소멸하지 않게 되고 乙2가 배당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게 되는 면에서는 판례이론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으나, 乙1을 보호하려는 판례이론의 취지가 몰각된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위 ⓐ와 같은 경우 乙1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첫째, 일본의 실무와 마찬가지로 경매법원이 유치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하고 최저매각가격을 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즉, 위 사례에서 최저매각가격을 50원(200―150)으로 정하여 乙2가 신청한 경매절차가 무잉여로써 취소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는 乙1에 대한 직접적·실효적인 보호방안이라고 할 수 없고, 이 방안을 채택하면 유치권의 존부와 그 피담보채권액을 경매법원이 판단하는 것으로 실무를 변경하여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 선행저당권이 인수된다는 특별매각조건을 붙여 매각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乙2에 대하여 배당을 하고 그의 후행저당권을 소멸시키는 한편, 乙1에 대하여 배당을 하지 않고 그의 선행저당권을 丙의 상사유치권과 함께 매수인에게 인수시키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방안을 채택하면 경매절차가 무잉여로써 취소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상사유치권의 존부를 경매법원이 판단하는 것으로 실무를 변경하여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4. 제언 - 효력 제한에서 존속 제한으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선행저당권이 있는 경우 상사유치권의 효력(대항력)을 제한하는 판례이론은 이론적 부정합을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무를 변경하지 않는 한 경매절차와 인도절차에서 그 취지를 구현할 수도 없다.
선행저당권이 있는 경우 상사유치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입론에 관하여 상사유치권의 효력(대항력)을 제한하지 않고 그 존속(인수)을 제한하는 입장을 취한다면 이론적 부정합 없이 그리고 실무의 변경 없이 판례이론의 취지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이재석, ‘유치권의 아킬레스건’, 푸른솔(2018), 572~586 참조}.
선행저당권이 있는 경우 매각으로 상사유치권이 소멸하는 것으로 본다면(즉,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을 축소해석한다면) 경매신청을 누가 하든 丙의 유치권은 소멸하고 乙1과 乙2는 유치권이 없는 경우와 동일하게 배당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매절차개시 후에 성립한 유치권의 효력을 제한하는 판례이론(2005다22688, 2009다60336 등)과 신의칙에 반하여 성립한 유치권의 효력을 제한하는 판례이론(2011다84298)도 그 유치권의 효력이 아니라 존속을 제한하는 입장을 취한다면 이론적 부정합과 실무의 변경 없이 그 취지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위 책 145~152 참조).
이재석 사무국장(서울남부지법, 한국민사집행법학회 부회장)
상사유치권:
민법상의 유치권과 대비되는 것으로서, 상인간의 유치권(상법 58조), 대리상(代理商:91조) ·위탁매매인(111조) ·운송주선인(運送周旋人:120조), 육상과 해상의 운송인(147 ·800조) 등에 관한 유치권을 총칭한다. 그러나 좁은 뜻으로는 상인간의 유치권만을 뜻한다.
로마법에 기원(起源)을 둔 민사유치권이 오직 형평의 관념을 기초로 하는 데 대하여, 상사유치권은 상거래의 필요성, 즉 신용거래의 신속성과 개별적인 담보설정의 번잡함을 회피하려는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상사유치권은 민사유치권과 다른 바가 없고, 다만 성립요건이 완화 또는 변경되었을 뿐이다.
⑴ 성립요건:피담보채권에 관하여 ① 당사자 쌍방이 상인일 것, ② 상행위로 발생한 것일 것, ③ 변제기에 있을 것 등이다. 그런데 채권 발생원인에 관하여 당사자 ‘쌍방’을 위한 상행위로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는 설이 있다. 유치물은 ① 물건 또는 유가증권일 것,
② 채무자의 소유물일 것,
③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상행위로 채권자의 점유(占有)에 귀속한 것일 것 등이 필요하다.
⑵ 민사유치권과의 차이:주된 차이점은 피담보채권과 유치물과의 관련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상인간의 유치권은 당사자간의 특약으로 그 성립을 배제할 수 있는 점(58조 단서)을 차이로 드는 사람도 있으나, 명문의 규정이 없는 민사유치권에 대하여서도 통설은 이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차이점이라 할 수 없다.
[네이버 지식백과] 상사유치권 [商事留置權]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