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에 차임을 연체 중인 임차인이 있고, 이 임차인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건물을 양수하는 경우, 생각해야 할 법률문제가 적지 않다.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연체된 차임에 대한 권리 내지 귀속 문제인데,
건물양수도자들 간의 합의에 따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소유권이전등기일자를 기준으로 그 이전까지 기발생한 연체 차임에 대한 권리가 건물양도인에게 귀속된다는 취지로 합의하게 된다.
차임은 임차건물을 사용한 대가로서 임차인에게 임차건물을 사용하도록 할 당시의 소유자 등 처분권한 있는 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약정 임대차보증금이 1억 원인데, 이전등기일자를 기준으로 한 연체차임이 2천만 원이라고 할 때 건물양도인이 2천만 원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를 전제로,
① 연체차임 2천만 원을 공제하지 않은 임대차보증금 1억 원 전액을 승계하는 대신 1억 원을 건물 양수도대금에서 공제하거나(이 경우 임차인에 대한 2천만 원의 청구 내지 포기 등 처분권은 여전히 건물양도인에게 있게 된다),
② 아니면 연체차임 2천만 원을 공제한 8천만 원만을 승계하도록 하면서 건물양수도자들 사이에서는 매매대금에서 8천만 원을 공제하고, 건물양수인과 임차인 사이에서는 임대차보증금이 1억 원에서 8천만 원으로 변경되었다는 취지의 합의를 할 수도 있다.
한편,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체차임에 대한 권리가 건물양도인에게 귀속된다는 논리의 연장으로, 건물양수인으로서는 건물양도인으로부터 연체된 차임채권을 양수받지 못하는 한, 기존의 차임연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
★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다3022 판결[건물명도등]
--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원고 1에게 3기분 차임을 초과하는 차임을 연체하였으므로, 위 원고로부터 이 사건 임대차계약상의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원고 2, 3은 위와 같은 피고의 차임연체를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원고 2, 3이 피고에게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종료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임대인의 지위가 승계되는 경우 승계 이전에 이미 3기 이상의 차임이 연체된 것을 이유로 임대인 지위를 양수한 승계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나, ●임대인 지위가 양수인에게 승계된 경우 이미 발생한 연체차임채권은 따로 채권양도의 요건을 갖추지 않는 한 승계되지 않고, 따라서 양수인이 연체차임채권을 양수받지 않은 이상 승계 이후의 연체차임액이 3기 이상의 차임액에 달하여야만 비로소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이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임대인 지위의 승계와 차임연체로 인한 해제권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그러나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 2, 3이 이 사건 임대차 계약상의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이후에도 3기 이상의 월임료의 지급을 연체하였고, 위 원고들은 위와 같이 자신들이 지급받지 못한 차임연체를 이유로도 이 사건 명도청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피고는 결국 이 사건 점포의 명도의무를 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결국, 피고가 이 사건 점포에 대한 임대인 지위를 양도한 원고 1에게 월차임을 3기 이상 연체하였음을 이유로 위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원고 2, 3에게 이 사건 임대차의 해지권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그 뒤 피고가 원고 2, 3에 대하여 3기 이상의 월차임을 연체함을 이유로 위 원고들 자신의 해지권이 존재한다고 하는 주장이 인정됨으로서 판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임대차관계가 종료되어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경우에 임대인 지위 승계 즉 소유권이전 전까지 발생한 연체차임이 있다면 그 금액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체차임에 대한 처분권한을 가진 종전 건물주의 공제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으로 해석한다.
일반적으로 임차건물의 양도 시에 연체차임이나 관리비 등이 남아있더라도 나중에 임대차관계가 종료되는 경우 임대차보증금에서 이를 공제하겠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의사나 거래관념에 부합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다218874 건물명도
☞ 건물낙찰자가 기존 임차인인 점유자를 상대로 한 명도소송에서, 반환할 보증금과 연체차임 액수가 쟁점이 됨
1.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는 ‘대항력등’이라는 표제로 제1항에서 대항력의 요건을 정하고, 제2항에서 “임차건물의 양수인(그 밖에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임차인이 취득하는 대항력의 내용을 정한 것으로, 상가건물의 임차인이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취득한 다음 임차건물의 양도 등으로 소유자가 변동된 경우에는 양수인 등 새로운 소유자(이하 ‘양수인’이라 한다)가 임대인의 지위를 당연히 승계한다는 의미이다.
소유권 변동의 원인이 매매 등 법률행위든 상속․경매 등 법률의 규정이든 상관없이 이 규정이 적용된다.
따라서 임대를 한 상가건물을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있다가 이를 분할하기 위한 경매절차에서 건물의 소유자가 바뀐 경우에도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
위 조항에 따라 임차건물의 양수인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면, 양수인은 임차인에게 임대보증금반환의무를 부담하고 임차인은 양수인에게 차임지급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임차건물의 소유권이 이전되기 전에 이미 발생한 연체 차임이나 관리비 등은 별도의 채권양도절차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양수인에게 이전되지 않고 임대인만이 임차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차임이나 관리비 등은 임차건물을 사용한 대가로서 임차인에게 임차건물을 사용하도록 할 당시의 소유자 등 처분권한 있는 자에게 귀속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계약에서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계약 종료 후 목적물을 임대인에게 명도할 때까지 발생하는, 임대차에 따른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한다.
따라서 이러한 채무는 임대차관계 종료 후 목적물이 반환될 때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된다(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5다8323, 8330 판결 참조).
임차건물의 양수인이 건물 소유권을 취득한 후 임대차관계가 종료되어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경우에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기 전까지 발생한 연체차임이나 관리비 등이 있으면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차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된다고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임차건물의 양도 시에 연체차임이나 관리비 등이 남아있더라도 나중에 임대차관계가 종료되는 경우 임대차보증금에서 이를 공제하겠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의사나 거래관념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2010. 4. 23. 이 사건 건물의 공유자들인 전00 등 5인(이하 ‘전00 등’이라고 한다)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의 1층에 있는 이 사건 점포를 임대차보증금 2,500만 원, 월 차임 187만 원(매월 말일 지급, 부가가치세 별도), 관리비 164,800원(부가가치세 별도), 임대차기간 2010. 4. 29.부터 2011. 4. 30.까지로 정하여 임차하였다(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고 한다).
피고는 그 무렵 전00 등에게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고 사업자등록과 함께 이 사건 점포를 인도받아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면서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여 왔다.
나. 원고는 이 사건 건물에 관한 공유물분할을 위한 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건물을 낙찰받아 2014. 7. 30. 그 소유권을 취득하였다.
다. 피고는 2014. 7.까지 전 임대인인 전00 등에게 차임과 관리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총 34,951,320원의 차임, 관리비 등을 연체하였고, 2014. 7. 30. 원고가 소유권을 취득한 후에도 계속 차임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원고는 2014. 11. 7. 피고에게 3기 이상의 차임 연체를 이유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통고하였다
라. 피고가 2014. 8. 1.부터 2015. 3. 31.까지 8개월간 연체한 차임, 관리비와 부당이득금은 합계 17,906,240원[= 월 2,238,280원(차임 1,870,000원 + 부가가치세 187,000원 + 관리비 164,800원 + 부가가치세 16,480원) × 8개월]에 이르고,
또한 피고는 위 기간 동안 전기료 693,507원과 수도료 39,664원도 지급하지 않았다.
마. 피고는 2015. 6. 12. 원고에게 이 사건 점포를 인도하였다.
3. 원고는 소유권 취득 이후 발생한 연체차임 등의 지급을 구하였으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원고가 피고의 차임 연체를 이유로 계약 해지 통고를 함에 따라 2014. 11. 7. 적법하게 해지되었고,
이에 따라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원고에게 2014. 8. 1.부터 2015. 3. 31.까지 발생한 차임과 관리비 또는 같은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금, 전기료와 수도료 합계 18,639,411원(=17,906,240원 + 693,507원 + 39,664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그리고 2015. 4. 1.부터 이 사건 점포 인도 완료일인 2015. 6. 12.까지 월 2,238,280원의 비율로 계산한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원고 역시 피고에게 임대차보증금 2,500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
위 임대차보증금에서 위 연체차임 등을 공제하면 더 이상 원고의 소유권 취득 이후 발생한 연체차임 등 채무가 남지 않는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 피고가 전 임대인인 전00 등에게 연체한 차임 등이 34,951,320원에 이르러 임대차보증금이 모두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전 임대인인 전00 등과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임대차계약 종료 전에 보증금에서 연체차임 등을 공제한다는 의사표시가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원고가 전00 등으로부터 위 연체차임채권을 양수받았다는 점에 관한 주장과 증명도 전혀 없어 원고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기 전에 발생한 연체차임 등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4.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임대차관계의 종료로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원고가 피고에게 반환의무를 부담하는 임대차보증금 2,500만 원에서 원고가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까지 피고가 전 임대인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차임, 관리비 등 34,951,320원이 당연 공제되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 채무는 소멸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의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 취득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14. 8. 1.부터 2015. 3. 31.까지 발생한 차임 등 합계 18,639,411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그리고 2015. 4. 1.부터 이 사건 점포 인도 완료일인 2015. 6. 12.까지 월 2,238,280원의 비율로 계산한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의 임대인 지위 승계 전에 발생한 연체차임 등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배척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임대차보증금의 공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만약, 이 사건 원심의 해석대로라면 정상적인 정산을 통해서는 금전청구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건물양도라는 우연한 사정을 기화로 임차인이 부당한 이익을 얻고, 향후 건물양도인에 대한 연체 차임 등의 채무로 남아 다시 정산되어져야하는 복잡하면서도 불합리한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대법원 판단은 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의 당연공제라는 논리로 임차인의 건물양수인에 대한 보증금청구권을 부정함으로써 단순명료한 결론을 도출하였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