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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보다 텃새?

LBA 효성공인 2013. 5. 16. 12:40

 

전문가 칼럼

철새보다 텃새?

철새, 이리 저리 옮겨 다니는 사람을 빗대어 일컫는 말이죠. 철새정치인처럼 철새는 부정적인 개념으로 더 친숙합니다. 그럼 텃새의 이미지는 어떨까요? 참새나 까치, 까마귀 등 우리에게 익숙한 대표적인 텃새들은 그 모양과 성향에 따라 긍정적이기도 부정적이기도 합니다만 대개는 긍정적인 이미지였습니다. 우리 곁에 늘 같이 있는 존재. 어느 날 아침에 반가운 소식의 징조를 보여주는 까치와 같이.

주택시장에도 철새와 텃새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한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주자들을 텃새라고 한다면, 철새는 그때그때의 환경에 따라 집을 옮기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가구라면 생애주기에 따라 거주지를 옮겨가게 됩니다. 젊은 시절에는 편의시설이 많은 도심에 사는 것을 좋아하고, 아이들이 생기면 보다 넓은 집, 깨끗한 주거환경을 찾아 이동하고, 자녀가 학교에 가면 교육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고, 나이가 들면, 노인의 건강이나 여가에 적합한 지역으로 이동해 가게 됩니다. 이른바 고향으로 향하는 U-tern현상이나 도심 주변부로 이동하는 J-turn 현상도 바로 이와 같이 생애주기에 따를 이동으로 생겨난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 있어 어느 정도의 주거이동이 적절한 것일까요? 주택가격이나 거래비용(관련세금, 부동산중개료, 탐색비용 등)이 높은 경우, 과도한 규제가 있는 경우 주거이동률이 지나치게 낮게 나타나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노동력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아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즉,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자유롭게 이동해가지 못함으로써 기업은 저렴한 노동력을 인근에서 확보하지 못하고 근로자들은 먼거리를 출퇴근하게 되는 것이지요. 반면, 주거이동률이 지나치게 높으면 주거안정성이 떨어지고 사회적 자본(끈끈한 이웃관계 및 커뮤니티의식 등) 형성이 어렵게 됩니다. 자녀들은 잦은 전학으로 일관된 교육의 기회를 잃게되어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적절한 주거이동률이 좋겠지요.

 

그렇다면 적절한 주거이동률은 어느 정도일까요? 상당수의 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주거이동이 너무 잦고, 상당부분이 비자발적 이동(forced movement)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의 주거이동률이 너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가 적절한가에 대하여서는 아직 충분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2011년 OECD에서 발간한 보고서, 『Residential Mobility and Public Policy in OECD Countries』는 적절한 주거이동률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아래 그림1은 OECD국가의 주거이동률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가장 높은 나라는 아이슬란드로 주거이동률이 29%에 달합니다. 호주(24%)나 미국(21%)을 포함하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주요 선진국들은 주거이동률이 15-25%사이에 있습니다. 반면, 슬로베니아, 폴란드(각 4%), 체코(5%) 등 주로 동유럽국가나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은 나라들은 주거이동률이 매우 낮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선진국 중에도 최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들, 예를 들어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등은 주거이동률이 10% 미만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자료를 참고한다면, 적절한 이동률은 선진국들이 보여주는 대략 15-25%사이가 될 것 같습니다.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의 2012년 주거실태조사 자료(국토교통부 보도자료. 5.13)를 보면, 최근 2년 내의 이사가구 비율인 ‘주거이동률’이 32.2%로 나타났습니다. OECD통계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아주 높은 주거이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 집 중 한 집은 최근 2년 내에 이사를 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런데 또 다른 측면에서는 2010년(35.2%)에 비해 3.0%포인트 하락하였으니 그만큼 경제활력이 떨어졌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주택시장을 포함하여 전반적으로 경기에 활력이 없으니 이사를 가고 싶어도 집이 안 팔리거나 자산과 소득이 충분치 않아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가구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체력이 떨어진 철새가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텃새가 되어가고 있다는 얘기이지요. 만약, 경기가 좋은 상태에서 주거이동률이 떨어지고 있다면 매우 바람직한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불황인 상태에서 주거이동률이 떨어지고 있으므로 이는 더 많은 자발적 주거이동이 제약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결국 비자발적 텃새화가 진전되고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텃새들이 상호신뢰에 바탕을 둔 사회적 자본을 잘 형성할 수 있을까요? 다행스러운 것은 2010년에 비해 2012년 조사에서 주거만족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경기불황 상황을 비춰볼 때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입니다만, 이것을 믿는다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에 있어서 적절한 주거이동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가 필요하고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거이동률이 다소 높은 것은 사실이나 주거이동이 낮아 텃새거주자가 많을수록 주거안정성이 높다는 개념적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경제가 성장함에따라 산업구조가 변하게 되면 가구의 주거수요도 시시각각 달라지고 자연스레 잦은 주거이동을 수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적절한 주거이동은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파생적으로 관련 산업(부동산, 건설, 주택, 가전, 가구 등)의 성장을 촉진하므로 나라 경제 활성화에 큰 동력이 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는 국가에서는 주거이동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가 성숙되면서 성장이 둔화되면 자연스레 주거이동률도 하락할 것이고, 최근 2년간의 통계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주거이동률이 경제상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적절할 것으로 보이며, 주거이동률 하락을 면밀히 분석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