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형사9단독 반정모 판사는 7일 불법 음란물 사이트인'AVSNOOP.club'을 운영하며 비트코인 등으로 회원들의 결제를 유도해 총 19억여원의 수익을 올린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기소된 안모(33)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추징금 3억4000만원을 선고했다(2017고단2884).
안씨는 2013년 12월부터 최근까지 미국에 서버를 둔 회원 122만여명 규모의 음란물 사이트와 이와 연계된 도박사이트 등을 운영하면서 회원들로부터 사이트 사용료와 광고비 등 19억여원의 부당이득을 거둔 혐의로 지난 5월 구속기소 됐다.
안씨는 범죄수익금 19억여원 중
■14억여원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5억여원어치(216 비트코인, 시가 4월 17일 기준)는 비트코인 등으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안씨는 또 비트코인으로 결제한 회원에게는 사이트 이용등급(총 9개 등급)을 높여주고, 더 많은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비트코인 결제를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가상화폐가 압수된 첫 사례여서
■가상화폐가 몰수 대상인지,
■압수된 가상화폐 가치를 어떻게 매길 것인지 등에 대해 재판과정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질 지 관심이 집중됐다.
2009년 출시된 비트코인은 1 비트코인의 원화환산 가격은 최초 약 3.4원에서 이날(7일) 약 508만원까지 치솟아 7년여 만에 가치가 149만5000배 증가했다. 안씨의 216 비트코인의 원화가치는 선고일 기준 11억여원이다.
검찰은
■안씨가 벌어들인 현금에 대해서는 추징,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몰수 명령을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몰수는 범죄행위와 관련된 물품·금액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조치다. 이미 처분해 몰수할 수 없거나 몰수대상의 형태가 바뀌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추징한다.
그러나
■법원의 물리적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는 몰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검찰이 기소한 19억여원 중 3억4000만원만만 안씨의 범죄수익으로 인정했다.
반 판사는 "해당 216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된 파일의 형태이고 객관적 기준가치를 상정할 수 없어 몰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판례(2008도1392) 등에 따르면 증거에 의해 범죄수익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를 추징할 수 없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216 비트코인 중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특정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씨가 검찰에서 범죄수익이라고 인정한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금과 회원으로부터 받은 포인트 수익금 3억4000만원만을 추징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비트코인 전부가 범죄수익으로 인정된 경우가 아닌 이번 사건에서 해당 비트코인이 몰수 대상이 아니라는 것 외에 가상화폐의 다른 부분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
한편 안씨가 운영한 음란물 사이트인 AVSNOOP은 AV(Adult Video·성인 비디오)와 SNOOP(염탐꾼)의 합성어로, 회원 간 음란물과 성 경험담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이트는 음란 동영상, 성 경험담 등 모두 23만5000여 건의 음란물 대부분을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게재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하루 방문자만 12만여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대해 반 판사는 "3년여 동안 아동음란물을 비롯한 수많은 음란물이 유포되도록 해 여성과 아동을 성적으로 왜곡해 사회에 미친 해악이 크고 범행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도 상당해 죄가 무겁다"고 밝혔다. 다만 △안씨가 직접 음란물을 게시하지는 않은 점 △안씨가 사이트 검색기능에 금지어를 설정하는 등 아동 음란물이 게시되는 것을 막고자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