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법률정보

중앙지법 "이자 일부 갚았다고 무권대리 추인 안 돼"

LBA 효성공인 2017. 5. 25. 17:51

[판결](단독) 딸, 서류위조 대출… 아빠, 빚 안갚아도 돼

중앙지법 "이자 일부 갚았다고 무권대리 추인 안 돼"

이순규 기자 


118150.jpg

  

딸이 아버지의 신분증 등을 이용해 서류를 위조하고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았다면 명의를 도용당한 아버지는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딸의 행위는 무권대리(無權代理)에 해당하고 아버지가 대출금 이자를 일부 갚았더라도 무권대리의 추인(追認)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심병직 판사는 A씨가 B사 등 대부업체 3곳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2016가단5089703)에서 "A씨와 대부업체 사이의 대출거래계약에 따른 대출금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최근 원고승소 판결했다.

 

A씨의 딸 C(20)씨는 2013년 8월 인터넷을 이용, B사에 아버지 명의로 대출신청을 한 후 아버지의 주민등록초본, 신분증 사본 등을 팩스로 송부했다. 이후 C씨는 B사로부터 대출거래계약서 양식을 받아 아버지의 성명을 기재하고 서명하는 방법으로 대출계약서를 위조해 아버지 명의 계좌로 500만원을 입금받았다. C씨는 2015년 8~10월 같은 수법으로 다른 대부업체 두 곳에서 2000만원과 100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지난해 4월 "딸이 권한 없이 B사 등과 대출계약을 체결했다"며 소송을 냈다. B사 등 대부업체들은 "우리 직원이 2014년 5월 A씨와 통화해 대출금 채무가 있다고 알려 줬다"며 "이후에도 A씨가 이자를 입금하는 등 거래를 지속해 C씨의 무권대리 행위를 추인했다고 봐야 한다"고 맞섰다.

 

심 판사는 판결문에서 "무효행위 또는 무권대리 행위의 묵시적 추인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그 행위로 처하게 된 법적 지위를 충분히 이해하고 행위의 결과가 자신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B사 직원으로부터 대출금 채무가 있다는 것을 전화로 통지 받고 지난해 4월까지 B사에 대출금 채무의 이자를 지급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 같은 사정만으로 A씨가 C씨의 무권대리가 있음을 알고 그 행위의 효과인 대출금 채무를 자신이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씨 명의의 대출계약은 C씨가 관련 서류를 위조해 B사 등과 체결한 것으로 그 효력이 A씨에게 미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