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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산업이 새로운 틀에서 살아남기 위한 메모(1)

LBA 효성공인 2016. 2. 29. 18:46


한국건설산업이 새로운 틀에서 살아남기 위한 메모(1)

작성자 : 이순병 

       


               

양극화 


제가 들었던 경제학 강의 첫시간에 교수님께서 경제학은유한한 자원으로 무한한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채우는가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경제가 공급과 분배의 문제라면 쉽게 말해서 공급은 파이를 키우는 것이고, 분배는 파이를 나누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파이를 키우는 것은 이공학적인 반면, 파이를 나누는 것은 인문사회학적 주제이기 때문에 어떻게 나누느냐가 늘 시끄러운 문제입니다. 비록 시끄럽고 느리고 비효율적인 것 같지만 정치는 민주주의, 경제는 자본주의가 여지껏 사람들이 함께 살면서 만든 어떤 제도보다 낫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검증되었습니다. 인간의 욕구 본능을 뛰어넘는 이상적인 제도들은 불행하게도(?) 대부분 실패하였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기본이념으로 잘 키워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세계경제의새로운 틀을 두가지로 요약하면 저성장과 양극화인 것 같습니다. 


한 나라가 훌륭한 지도자를 만나 온 국민이 힘을 합치면 기본수요를 충족시키기까지는 경제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합니다. 대부분의 기본수요는 첨단기술보다는 범용기술로 공급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 단계가 지나면 투자대비 효과가 체감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기존의 기술을 뛰어넘는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시장을 만들어주어야 성장이 지속됩니다. 전 세계 경제도 지난 40여년간 미국이 주도한 컴퓨터와 인터넷이 꾸준히 새로운 먹거리를 공급했기에 인류역사에 없었던 평화로운 성장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린에너지가 바톤을 이어받아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 세계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을 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은 아직까지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작년 11월 결실을 본 기후변화협약은 에너지 절감에 강제성을 띠는 것인데 이것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들이 얼마나 새로운 시장창출에 기여할 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자본가들과 기술자들에게 아무리 도전하라고 채찍과 당근을 흔들어도 파이를 더 키울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그리 쉽게 나오지는 않습니다 


프랑스의 젊은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금융소득이 노동소득보다 빠르게 성장하였음을 검증하면서 과도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전세계에서 동시에 가진 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자고 주장하였습니다. 파이를 만드는 사람보다 나누는 사람이 더 먹더라는 이야기이지요. 금융자본가들의 본거지인 미국 뉴욕 월가는 총력을 다해서 이 주장을 방어하였고, 작년도 노벨경제학상은적당한 불평등은 발전을 촉진한다고 설파한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의 점잖고 잘생긴 원로경제학자에게 돌아갔습니다. 자본주의가 지금의 세계경제에 파이를 키운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저는 경제학의 문외한입니다만, 양극화의 가장 무서운 현상은 파이를 만들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이를 안 만들면 나눌 파이도 없으니까요. 


부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부분에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향후 사회에는 중산층이 사라지고 기업등 조직에서도 중간관리층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이 나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가졌다는 인간이 허리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양극화가 지속되면 희망을 잃은 어디에선가는 극렬한 저항과 파괴가 일어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세상이 될 것 같은 우울한 걱정이 듭니다. 


건설산업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로 국가 경제가 파탄날 지경에 이른 정부는 달러확보가 매우 시급했습니다. 반면에 유가의 급상승으로 돈을 주체하지 못하던 산유국들이 인프라를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건설수요가 폭발한거지요. 아마 인류역사에 다시는 그런 시장은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그 시장에 딱 맞는 나라가 한국이었습니다. 선진국보다는 인건비가 엄청 쌌고, 기술은 후진국보다 높았습니다. 그때 제가 국가경제를 걱정해서 사우디아라비아에 간 것은 아닙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돈을 많이 준다기에 나갔을겁니다. 작년이 해외건설진출 50년이라고 대대적으로 행사도 했습니다. 그러나 50년전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완전히 다릅니다. 생산성까지 감안한다면 지금 우리의 인건비는 아마 세계에서 가장 비쌀 겁니다. 해외진출을 독려하는 분들은 영화 국제시장을 들먹이면서 자꾸 과거이야기를 하는데 솔직히 듣기 거북합니다 


지금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건설분야는 공급과잉 수요정체의 시대입니다. 요즈음 중국이 아프리카나 동남아의 인프라건설에 돈을 쏟아붓는 것도 수출주도형 경제가 이미 고도성장 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라 합니다. 일대일로(一帶一路)니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니 하는 것도 저는 그런 틀에서 이해합니다. 


전 세계 건설시장은 약 10조달러가 됩니다. 그 중에 해외시장이라 불리는 시장은 그 10%, 1조달러쯤 되는데 한국이 그것의 10%, 1,000억달러를 수주목표로 합니다. 1,000억달러는 우리돈으로 100조원인데 국내 건설시장의 규모가 100조원입니다. 다시 말하면 한국의 전체 건설회사들의 총매출구조가 국내:해외= 50:50이 되어야 합니다. 매우 의욕적인 숫자이지요 


일본은 몇 년전부터 인당국민소득이 4만불에서 정체되어있고 자국 건설시장도 현재 우리돈으로 약 500조원에서 정체되어있습니다. 초대형회사(수퍼제네콘)들은 년10조원규모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데 국내 위주입니다. 한국의 대형(일본식으로 말하면 초대형)사들의 매출규모는 20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는데, 이걸 달성하려면 매출구조가 국내:해외=25:75 또는 해외 비중이 그 이상으로 가야할겁니다. 문제는 해외에서 어떻게 수주를 해야젊은 사람은 해외로, 달러는 국내로를 달성해서 창업자들의 기업보국 철학을 계승하느냐에 있습니다. 그보다 규모가 작은 대형회사와 중견회사들도 국내의 년매출이 1조원이상은 되어야 자체개발사업을 시도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작은 회사들은 공공공사와 지방의 소규모 건축사업에 매달려야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 시점에서 한국의 대형건설회사들의 해외수주가 부진해지면 국내시장만으로는 저성장과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입니다. 


건설투자가 정체/축소된다는 대부분의 주장은 건설산업의 범위를 과거의 시각으로 보기때문입니다. 지금처럼 땅파고 콘크리트치는 도급공사는 더 이상 큰 종합건설회사가 할 일이 못됩니다. 정부가 주는 물량을 기대하는 것은 더더욱 건실한 경영전략이 못됩니다 


그러나 건설의 범위와 정의를 국가인프라로 넓히면 답은 달라집니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보면 인류역사상 가장 큰 건설시장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인프라 개선, 새로운 에너지의 개발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입니다. 또한 중국에 이어서 인도가 도시화에 나설 것이고 그간 지지부진하던 다른 신흥국들도 지속적으로 도시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도시화의 핵심은 건축과 교통인데 그 바탕에는 전기, , 통신 같은 인프라가 있습니다. 구글과 GE같은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업역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종합건설회사들은 금융에 귀속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2020년에는 우리의 인당소득이 4만불이 될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구는 크게 늘지 않는다고 볼 때, 국내총생산은 2,000조원이 됩니다. 선진국의 경우 국내총생산대비 건설투자는 10%대입니다. 따라서 2020년 한국의 건설투자는 지금의 약 2배수준인 200조원이 될 것입니다. 조금 뜬금없이 들리겠지만 이건 불가피합니다. 안전성, 쾌적성, 편리성을 요구하는 국민의 눈높이와 요구수준은 정치사회적 문제와 직결되므로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안하고는 정권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K-Pop등 한류에 힘입어 주요 관광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이 새로운 먹거리를 유치하기 위해서도 안전성, 쾌적성, 편리성은 필수입니다. 선진국처럼 재정 투입은 지금보다 늘지 않고 정체되겠지만 인프라 투자 200조원을 마련하기 위한 민간참여는 불가피합니다.  유럽은 진작에 그렇게 했고, 기존 인프라의 노후문제가 심각한 미국도 결국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저는 하드건 소프트건 인프라 개선없이는 4만불 달성은 불가능하다고 확신하였습니다. 사고가 나면 인재라고 밀어붙여서 담당공무원이나 회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민심을 무마하려는 관행은 국가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됩니다. 오히려 국민들은 국가정책을 점점 더 불신하게 될 것이고, 방폐장의 경우처럼 과도하게 설계된 인프라를 비싼 대가를 치루고 만들게 될 것입니다. 


2편에서 계속 됩니다.


이순병

前 동부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前 동부건설 대표이사 사장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 졸업



한국건설산업의 살아남기 위한 메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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