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잡아라’…달라진 소비 지도
삼포 세대가 늘고 있다. 삼포 세대는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층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과거 1970~1980년대 고성장기에 태어나고 자란 세대는 그들의 부모가 그랬듯이 성년이 되면 취직하고 출산하는 것을 하나의 당연한 인생 경로로 여겼다. 그러나 경제성장 정체기를 경험하는 지금의 세대는 이 모든 것을 해도 되고 안 해도 상관없는 하나의 선택지로 간주하게 됐다.
미래의 원동력이 될 젊은층의 행보로 한국 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삼포 세대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더 암울하게 만드는 현상이라고 규정하고 전통적 가치관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훈계식 사설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하지만 삼포 세대는 역설적으로 과거 세대가 만들어 낸 결과다. 이들의 바뀐 가치관은 앞으로 되돌릴 수 없는 현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현상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제외하고 삼포 세대의 증가에 따른 소비 지도의 변화와 산업 및 증시 영향을 점검했다.
미래의 지배적 가구 형태는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한국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26.5%이지만 2035년에는 이 비율이 34.3%로 상승할 전망이다.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에 따른 1인 가구화이며 둘째 원인은 삼포 세대로 대표되는 젊은층의 결혼 기피 현상이다.
건설사, 평형 줄이고 가구 수 늘려
특히 삼포 세대의 증가는 2~3인 가구의 증가 또한 수반한다. 현재 60세 이상 서울 시민의 45%가 자녀와 동거 중이다. 예전의 자녀는 미성년 자녀(고등학생까지)를 의미했지만 현재는 독립의 나이가 지난 성년들이 취직·결혼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소위 ‘캥거루족’이 늘어가면서 2~3인 가구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들은 소득수준이 높지 않아도 부모와 함께 살기 때문에 주택 구입이나 식료품 소비 등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자기 계발이나 자아실현 및 취미 등에 소득의 많은 부분을 투자한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솔로 이코노미’가 등장했다. 즉 의식주 산업 전반에서 1인용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삼포 세대의 증가로 전체 인구가 줄어 가구당 인원이 줄어들지만 가구 수는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인원수가 줄더라도 가구당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밥솥·정수기·세탁기·침대 등은 그 크기만 줄어들고 판매 대수는 가구 수의 증가와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는 소포장 식품, 반조리 식품 등 식생활에서 편의성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식품 산업 전반에서 회자되는 키워드는 ‘도시락’이다. 전국에 가장 많이 깔린 유통망인 편의점에서는 1인용 식사를 전략 상품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1인 가구를 도시락 등으로 공략 중인 CU(BGF리테일)나 GS25(GS리테일)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주택 산업도 1인 주거 콘셉트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주택 시장의 활성화로 청약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중대형 평수는 미달되는 등 예외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건설 업체는 기존의 중대형에서 중소형으로 평형을 낮춰 시공하는 건수가 늘고 있다. 이는 가구당 평형수를 줄이고 가구 수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단순 계산으로 기존의 149㎡(40평)대를 83㎡(25평)대로 줄이면 늘어나는 가구 수는 대략 1.5배 이상이다. 가구 수의 증가에 따라 피에스텍 같은 전력량계 업체, 욕실과 부엌 시공 및 리모델링 관련 건자재 업체의 매출 기회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마트보다 온라인 쇼핑 선호
한국의 다인 가구는 주로 자녀 교육·건강·가정이 주요 관심사인 반면 1인 가구의 관심사는 경제 및 재테크, 취미 및 여가 활동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소비의 큰 부분이 가족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소비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업계에서는 이에 대응한 상품을 늘리고 있다. 여행사에선 홀로 여행을 즐기는 싱글족을 겨냥해 동행 없이 혼자 여행해도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만들고 있다. 악기 제조사들은 성인들을 위한 강의 및 강연을 준비해 취미로 악기를 배우는 1인 가구족을 겨냥한 마케팅을 늘리고 있다.
쇼핑의 판도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 및 캥거루족이 늘어나면 여럿이서 하는 오프라인 쇼핑보다 혼자 하는 온라인 쇼핑의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이 대형 마트에서 주로 구입했던 생필품조차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필연적으로 결제 방식의 변화를 수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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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과거 가족 단위의 쇼핑은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사들였지만 1인 가구가 늘어나 필요한 소량을 자주 주문하게 되면서 결제 건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KG이니시스 등 결제 업체들의 전반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주목할 또 하나의 소비층은 이른바 ‘골드미스’들이다. 경제력이 있는 미혼녀들을 뜻하는 골드미스는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데 대한 반대급부로 자신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경향은 뷰티 산업의 든든한 저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트렌드는 기존 화장품 시장의 성장뿐만 아니라 필러 및 보톡스 등 미용 시술 시장, 피부 관리 및 성형 산업의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관련주로는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협력 업체인 바이오랜드, 컬러 렌즈 및 서클 렌즈 등 미용 렌즈로 제품 믹스를 확대 중인 인터로조 등이 있다.
정리 이홍표 기자
- 이 글은 한경 비즈니스 제 102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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