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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REPORT] 월가의 역습..미국發 금융위기 또 발생하나?

LBA 효성공인 2015. 1. 5. 19:28

[US REPORT] 월가의 역습..미국發 금융위기 또 발생하나?

지난 12월 17일 저녁 늦게 미국 상원은 2015 회계연도(2014년 10월~2015년 9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통과 시한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이었다. 덕분에 우려했던 연방정부 셧다운(업무 정지) 사태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미국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각 월가 파워엘리트들은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채 쾌재를 불렀다. 그간 워싱턴 정치권을 상대로 가열차게 펼쳐온 로비가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날 통과된 것은 예산안뿐 아니다. 월가와 유착관계인 공화당이 예산안에 끼워넣은 초강력 금융감독규제법 도드프랭크 파생상품 거래금지 조항 개정안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무사통과됐다.

 

↑ 도드프랭크 파생상품 거래금지 조항 개정안이 통과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 <EUTERS>

대다수 미국 시민은 이런 게 예산안과 묶여서 함께 처리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도드프랭크법 파생상품 거래금지 조항은 월가 상업은행이 투자위험이 높은 파생상품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굳이 파생상품 거래를 해야 한다면 별도로 설립한 자회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거래하도록 요구한다.

 

 

금융기관 자회사는 연방예금보험공사 예금보호 대상이 아니다. 때문에 파생상품 투자로 대규모 손실이 나면 자회사만 망하면 된다. 그런데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은행이 파생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이 조항을 폐지해버렸다.


이와 관련해 월가 개혁론자들은 은행이 파생상품에 베팅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을 경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정부가 월가 금융기관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것처럼 또다시 납세자들이 그 뒷수습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고 비판한다. 월가 파생상품 트레이더들이 납세자 돈을 갖고 도박판을 벌이도록 허용해 월가를 카지노화한 것이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파생상품 금지조항 개정안 통과 개혁론자들 '월가 카지노화' 비판 볼커룰 조항 적용시점도 2년 연기

때문에 월가 금융기관의 투기적 파생상품 투자를 반대하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예산안 통과를 끝까지 반대했다. 하지만 셧다운을 막아야 한다는 대세론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예산안에 끼워 함께 통과시킨 도드프랭크 개정안이 금융 개혁 조치를 약화시키는 독소 조항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 역시 셧다운을 막기 위해 예산안에 서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 같은 월가의 금융기관들의 공세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중간선거 때 월가가 선거자금을 대거 몰아줬던 공화당과 월가의 유착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 미국 의회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하게 된다. 공화당이 의회를 지배하면 노골적으로 친월가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부 구제금융을 받아 겨우 살아난 원죄 때문에 정부 규제감독 강화 조치에 바짝 엎드려 있었던 월가 대형 은행들(The big banks)이 귀환의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파생상품 투자 규제 완화라는 승리를 거머쥔 월가는 며칠 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로부터 또 다른 연말 선물(?)을 받았다. 월가 은행들이 자기자본을 벤처캐피털, 헤지펀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는 볼커룰 조항 적용시점을 2년 연기해주기로 연준이 결정한 것.

이번 유예 조치로 월가 은행들은 앞으로 2년간 헤지펀드, 사모펀드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할 수 있게 됐다. 2년 후 유예 조치가 더 연장될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에 114억달러를 투자한다. 모건스탠리는 50억달러의 돈을 집어넣은 상태다. 앞으로 10~20년 뒤 또 한번 월가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뉴욕 = 박봉권 특파원 pea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89호(2015.01.01~01.0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