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남구청 나서
무료로 집 수리한 후
저소득층에 무상임대
“동네가 살아났어요”
市도 “주차장 등 조성”
대구시 남구 봉덕2동 앞산 고산골 인근 주택가. 사람이 겨우 다닐 만큼 좁은 골목길을 걷다보면 폐·공가(빈집)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각종 오물로 뒤범벅되다보니 악취가 곳곳에서 진동한다. 말그대로 ‘도심 속 흉물’이다.
장기간 방치된 ‘빈집’ 정비와 관련, 남구청이 지난 3월 집주인에게 색다른 제안을 했다. 무료로 집을 고친 뒤 저소득층에게 3년간 무상임대를 하자는 것. 도배기술자 등 수리전문가들이 재능기부형식으로 이 사업에 동참했다. 현재 이 곳은 ‘희망보금자리’라는 이름으로,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있는 70대 노부부의 새 둥지가 됐다.
동구 율하동의 한 빈집도 10년째 비어 있었다. 녹 슨 철근이 둘러싸고 있던 이 빈집은 주민 사이에선 ‘도깨비 집’으로 불렸다. 동구청은 자원 봉사자와 함께 집수리를 한 뒤, 역시 어려운 이웃에 임대를 했다. 지금은 방 한칸 없이 생활하던 모자(母子)가 머물고 있다. 이 모자는 이사 첫 날 부자가 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밥솥을 제일 먼저 들여놓았다. 대문앞에는 부적도 붙여놨다.
수십년째 방치된 대구지역 빈집들이 하나 둘씩 부활하고 있다. 지자체가 도심재생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인 결과다. 무엇보다 빈집이 저소득층의 소중한 주거공간으로 거듭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빈집의 회생작업은 동네 환경개선뿐 아니라 공동체 활성화 차원에서도 필요한 작업이다.
대구에서 빈집을 정비해 저소득층에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은 동구청과 남구청이 앞장서고 있다.
동구청은 지난해부터 ‘행복둥지 주거안정 디딤돌 사업’을 통해 최근까지 빈집 5곳을 수리, 저소득층에게 우선 거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집주인과 논의해 3년간 무상으로 빌렸고, 각계 단체의 재능기부도 십분활용했다. 남구청도 지난해부터 ‘희망보금자리’사업을 통해 네번째 입주식을 마쳤다.
빈집을 제공한 천모씨(55)는 “집이 낡아 잘 팔리지 않았고, 장기간 방치하다보니 이웃에게도 많이 미안했다. 다행히 남구청에서 무료로 수리한 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빌려주자고 제안해 동의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집을 수리하면서 동네 환경도 개선됐고, 이 공간이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쓰인다고 생각하니 흐뭇하다”고 했다.
두 기초단체 모두 별도 사업예산 편성이 없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사업은 각 기관의 기부금을 비롯해 배관공·도배기술자 등 집수리 전문가의 도움으로 진행된다. 무주택 서민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구식 해비타트(Habitat)’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풀뿌리 동네 민심도 한 몫하고 있는 셈이다.
이 사업이 정착하려면 해결돼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대구 곳곳에 산재된 빈집이 그만큼 많아서다.
대구시도 더 이상 정비할 수 없는 빈집을 주차장이나 텃밭, 쌈지공원으로 조성토록 지원할 계획이다. 올 한해 지역의 빈집 2천587동 가운데 30개동이 주차장과 텃밭으로 바뀌었다. 내년에도 빈집 60곳이 지역민을 위한 편의시설로 정비될 예정이다.
박춘욱 대구시 도시재생추진단장은 “빈집을 주민 품으로 돌려주기 위해 갖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빈집 재활용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3년 무상임대방식도 집주인에게 일정 부분 임대료를 주고, 5년 임대하는 방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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