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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후 부동산 묵혀두면 '독', 굴리면 '황금알'

LBA 효성공인 2014. 6. 4. 16:29
은퇴후 부동산 묵혀두면 '독', 굴리면 '황금알'

최승호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어르신들이 탁구를 즐기고 있다. 국민 평균수명이 81세를 넘기면서 여생을 보다 건강하고 활력 있게 보내기 위한 자기계발과 노후준비, 노(老)테크 등 '100세 시대 행복한 노후만들기'에 대한 중장년층의 관심과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2014.5.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100세시대 행복한 노후만들기]
●주택연금 가입? ●월세놓기? ●내집을 캐시카우(cash cow)로 만들어라

기존 집 팔고 수익형 부동산 투자할 수도..위험요인 꼼꼼히 따져야

(서울=뉴스1) 이현아 기자 = 100세시대가 현실로 다가왔다. 현재 평균수명은 2007년 79.6세에서 2012년 81.4세로 1.8세 늘었다. 이 추세로는 우리나라 평균연령이 2020년에 84.2세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평균 수명이 늘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문제는 삶의 질. 많은 중장년층들이 내집마련과 자녀양육에 치중하느라 정작 길고 긴 노년을 어떻게 대비할지 생각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가계자산을 재구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순자산 중 부동산 자산이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자산 중 부동산 등 실물자산 비중은 76%로,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았다. 이같은 실물자산 위주의 편중현상은 50대 중반 이후 더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당장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노후 대책을 미리 준비해놓지 못했다면 가지고 있는 부동산 자산을 과감히 내려놓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으로 이동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특히 과거와 달리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옅어지면서 부동산을 처분하고 자유롭게 노후를 즐기려는 은퇴세대가 늘고 있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에는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팔아 수익형 부동산과 펀드 상품 등으로 분산투자하거나 주택연금 등을 통해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주택의 연금화'인데 방법은 여러가지다. 정책금융인 ①주택연금을 활용할 수도 있고 ②작은 집으로 옮기면서 기존집을 월세놓을 수 있다. 또③ 기존 집을 팔고 작은집으로 이사하면서 남는돈으로 다른 중소형주택을 사서 월세소득을 얻을 수 있다. 이중 주택연금은 다소의 제약조건이 있고 나머지 선택은 시세변동에 노출되는 위험이 있지만 내집에서 현금흐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같다.

◇ 주택연금? 월세놓기? 은퇴후 내집 굴리기

# 지난해 3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은퇴하고 가구공예를 배우고 있는 김ㅇㅇ(69세)씨는 지난설 연휴에 집에 찾아온 자녀들에게 폭탄 선언을 했다. 바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물려주지 않고 주 택연금을 통해 노후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자녀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김 씨의 강경한 태도에 결국 아버지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에 거주하고 있는 이ㅇㅇ(61세·여)씨 부부는 그동안 모아놓은 여유자금을 가지고 전세집을 구했다. 20년 동안 살던 25평 아파트를 리모델링하고 월세로 복덕방에 내놨더니 한달도 안돼 높은 가격에 나갔다. 이 씨는 "월세가를 높게 했는데도 집이 깨끗해 방이 금방 나갔다"며 "리모델링 때문에 빌린 대출금은 계약금으로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10억 이하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가계의 경우 대부분 '내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열심히 모아 마련한 집을 자녀에게 물려준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자녀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노후자금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는 주택연금은 거주비용을 들이지 않고 노후자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기존에 살던 '내집'에 살면서도 매달 연금을 받아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연금이란 만 60세 이상의 어르신께서 소유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한 기간 동안 매월 연금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국가가 보증하는 역모기지론이다. 지난 4월말 현재까지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총 1만9196명으로 올 상반기 중 2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주택연금 가입자의 평균 나이는 72세이며, 주택가격은 평균 2억7900만원, 월수령액은 평균 99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평균 2억7900만원의 집을 가지고 있는 72세 노인이 주택연금에 가입할 경우 매월 99만원을 받아가는 셈이다.

김 씨는 "매월 나오는 국민연금만으로 생활이 어려웠지만 주택연금에 가입한 이후 비교적 넉넉하게 소일거리를 하면서 살 수 있게 됐다"며 "자녀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만큼 자녀들에게 손벌리지 않고 노후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든든하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노후생활에 대한 욕구의 증가와 주택상속에 대한 인식변화가 부모와 자녀세대 모두에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주택연금 신청 건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여유자금이 있고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킨 경우라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현금을 만들어 주는 수익형 주택으로 탈바꿈시키는 것도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로 주택 매매가격이 떨어져 선뜻 가지고 있는 집을 팔지 못하는 가계들이 자신들은 작은 전셋집으로 이사를 가고 기존에 살고 있던 집을 리모델링 해 월세시장에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유자금으로 전세값과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비용을 내고 모자란 돈은 계약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이다. 특히 학군이 좋은 강남이나 대기업이 집중된 지역의 경우 월 80만원 이상의 고가 월세도 인기를 얻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서울지역 매물 중 월세 비중이 45%에 달하는 등 최근 월세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아파트나 85㎡ 이상의 주택은 아직까지 전세 비중이 더 높지만 다세대 주택 등은 월세 상품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 센터장은 "특히 강남지역 등 학군이 좋은 지역의 경우 교육 목적으로 월세로 들어가거나 직장 근처일 경우 월세로 들어가는 등 월세에 대한 수요가 있다"며 "85㎡ 이사의 주택을 가지고 있는 경우 월세로 내놓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집팔아 일부돈으로 수익형 부동산 살수도..위험요인 따져야

# 은퇴 3년차인 박ㅇㅇ(69세)씨는 20년 가까이 살았던 집을 약 10억원에 팔았다. 자녀들이 모두 결혼해서 집을 떠나면서 넓은 집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박 씨는 3억원대의 중소형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대신, 남은 자금으로 다가구 주택을 매입했다. 월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주택을 통해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임채우 위원은 "가격이 많이 하락해 지푸라기라도 건지는 심정으로 집을 파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단독주택이나 상가는 가격이 많이 떨어지지 않아 수익형 부동산을 구매하기 위해 주택을 팔겠다는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익형 부동산을 구매할 경우 시장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반드시 주변 입지여건 등을 점검해 임대수익이 보장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확정수익률 보장을 내건 수익형 부동산이 늘고 있지만 약정한 수익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 주겠다며 불법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후 분양을 미루거나 약속한 임대수익을 주지 않는 불법 유사수신혐의업체가 올해만도 25곳에 달했으며 지난해에는 108곳이 적발됐다.

전문가는 "수익형부동산 중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현장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며 "수익형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과장광고에 속지 않도록 브랜드 인지도와 시행사, 시공사, 운영기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부동산을 처분하고 남는 금액이 10억원을 넘어선다면 수익형부동산 외에 다른 금융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임 위원은 "수익형 부동산의 경우 수요가 살아있기 때문에 인기가 많은 상품"이라면서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부동산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펀드나 주식, 연금, ELS 상품 등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부동산 경기에 따른 손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