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변호사(법무법인 한중) |
![]() “또 몇백만 원 어치 한약 먹으라고 하는 거 아냐?” 아버님은 예전 경험을 떠올리며 걱정부터 하셨다. 한의원은 허름한 건물의 2층이었고, 한의사 선생님도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분이었다. 한의사라면 일반적으로 떠올릴만한 권위나 포스(?)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20분 정도 진료를 받고 나서 나와 아버지는 그 선생님의 팬이 되었고, 주위 분들에게도 그 한의원을 추천하게 되었다. 그 20분 동안 어떤 일이 있었을까? 1. 다양한 문진과정을 통해 증상을 청취한 후 관련 서적을 뒤적이며 연구 여러 병원을 다녀 봐도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우리 설명 때문인지 한의사분은 열심히 문진(問診)을 진행한 후 전문서적 여러 권을 펼쳐보면서 몇 가지 가능성을 두고 고민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의뢰인 앞에서 책을 뒤적이는 모습을 잘 안보여 주려고 하는데(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마음 때문일까), 오히려 여러 권을 책을 탐구하는 모습이 진실되게 와 닿았다. 2. 화이트보드에 자세한 설명 한의사분은 자신이 생각하는 병의 원인에 대해서 몇 가지 가능성을 두고 화이트 보드에 그림을 그리며 설명해 주었다. 그 설명을 듣다보니 아버지와 나는 추가적인 질문이 떠올랐고, 그 질문에 대한 그 분의 답변을 듣다보니 막연하던 원인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3. 같이 노력해 보자는 격려 한의사분은 “제 생각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이 절 믿어 주신다면 저도 계속 연구하면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겸손함과 진정성이 느껴졌다. 4. 비용을 고려한 처방법 제시 한의사분은 당장 비싼 약을 쓰기 보다는 경제적인 부담이 적은 방법부터 차근차근 접근해 보자고 제안했다. 약이 아니라 침이나 뜸을 통한 선제조치가 가능해 보이므로, 조금씩 단계를 올려가는 방식을 쓰자는 것이었다. 5. 그동안 힘들었을 아버지에 대한 공감 “보통 이런 경우엔 밤에 주무시다가도 통증 때문에 여러 번 깨시는데, 정말 많이 힘드셨죠?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의사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아버님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물론 나 역시. 그 동안 무심했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들었다. 6. 작은 선물 아버님이 최근 마른기침을 하고 계신데, 그 부분을 파악한 한의사분은 약재 몇 개를 싸 주면서 끓여서 드시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부분은 어떻게 계산해야 하나요?”라고 했더니 “무슨 말씀을. 괜찮습니다”라면서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한의원을 나오면서 아버지와 나는 서로를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정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같이 고민해 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전문가를 만난 것 같아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과연 내가 변호사로서 의뢰인들을 대하는 모습은 어떤지 돌아보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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