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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작성의 눈높이 맞춰 나가야

LBA 효성공인 2013. 7. 26. 12:18

 
판결문 작성의 눈높이 맞춰 나가야

서울시내 로스쿨생 절반이 판결문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자주 있고, 92% 정도는 판결문이 필요 이상으로 난해하게 작성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한다(본보 6월 10일자 보도).판결문의 이해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는 지나치게 긴 문장과 복문, 현학적 표현 등이 거론되고 있다. 법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판결문의 간이화와 ‘쉽게 쓰기’를 위한 노력을 전개해 왔다.

판결문이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 역사가 깊고 법률문화와 법치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판결문이 길고 복잡한 경우가 많다. 특히 미국 등 영미법 국가의 경우 일반인들 사이에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고어(古語), 라틴어, 외래어가 법률문서에는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certiori, habeas corpus, prima facie, estoppel, voir dire, tort 등이 그 예이다. 일상적인 용어가 법률문서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는바, party(모임)가 소송당사자, action(행동)이 소송을 의미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판결문이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것보다 길고 복잡하다. 영미법 국가들은 이와 같이 고집스럽게 전통을 고수하는 결과, 수백 년 전에 작성된 판결문이 그 문장의 형식이나 용어, 법리에 있어서 최근에 작성된 것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고, 선례로서의 규범력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법학 교과서에 원문이 그대로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가 로마법에 뿌리를 둔 유럽식 법체계를 가지게 된 지 100여 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우리 사회가 격변을 겪었듯이 판결문의 형태나 용어도 많이 변하여 현재의 틀이 형성되었다. 여기에는 우리의 법조 선배들이나 법학자들의 법리에 대한 연구와 사법서비스에 대한 철학과 사색이 그대로 서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판결은 선례로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건에 그 법리가 다시 적용되어야 하므로 법에 내재된 복잡성, 형식성, 추상성, 명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현대의 법학은 전문 분야별로 세분화되어 있고, 또한 법학 그 자체가 매우 전문적이다. 그러다 보니 법률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면 판결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진정한 전문가는 어려운 전문용어를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요구이기도 하다. 판결문이 어렵다 보니 법학을 권위에 의존하게 만들고 소수의 전유물이 되게 한다는 비판도 있다. 더욱이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던 때에는 판결문을 보려는 수요자가 한정적이었지만 이제는 확정된 판결문을 누구나 접할 수 있게 돼 판결문을 평가하고 검증하는 시선이 크게 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같은 요구들이 법률문서 작성의 전통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거나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판결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판결문을 쉽게 쓰려는 노력은 부단하게 지속되어야 한다. 그래야 신뢰와 소통이 강화될 수 있다. 법조인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로스쿨생들까지 판결문이 필요 이상으로 난해하게 작성되고 있다고 생각하게 해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