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건축물에 관한 건축법 규정의 문제점과 해석론
1. 문제의 제기
건축법 제20조에 의하면
도시·군계획시설 및 도시·군계획시설예정지(이하 '도시·군계획시설 등'이라 한다)에서
가설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자는 시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제1항), 제1항에도 불구하고
재해복구·흥행·전람회·공사용 가설건축물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도의 가설건축물을 축조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존치 기간, 설치 기준 및 절차에 따라 시장 등에게 신고한 후 착공하여야 한다(제3항).(도시군계획시설 및 도시 군계획시설예정지)
건축법 제20조 제3항의 '제1항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를 보면 도시·군계획시설 등이 아닌 장소에서 건축법 제20조 제3항의 가설건축물을 축조하는 경우에는 축조신고의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와 같은 해석은 타당한가?
2. 건축물의 개념
'건축물'이란
토지에 정착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 등을 말하고(건축법 제2조 제1항 제2호),
'공작물'의 사전적 의미는
'땅 위나 땅속에 인공을 가하여 제작한 물건'인바
공작물이 건축물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① 토지에 정착하고
②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공작물 중 토지에 정착하지 않거나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없는 것은 건축법상 건축물 이외의 공작물(이하 '기타 공작물'이라 한다)이 되는데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8호에 의하면
'건축'이란 건축물을 신축·증축·개축·재축하거나 건축물을 이전하는 것을 말하고
건축법 제83조 제1항에 의하면 대지를 조성하기 위한 옹벽·굴뚝·광고탑 등의 공작물을 축조하려는 자는 시장 등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위 옹벽·굴뚝 등은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없는 공작물이므로 건축물에 해당하지 않는바
건축법은 건축물과 기타 공작물을 구분하여 전자의 경우 '건축'이라는 용어를, 후자의 경우 '축조'라는 용어를 각 사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3. 가설건축물의 두 가지 종류
건축법은 제20조에서 가설건축물에 관해 규정하면서도 가설건축물의 개념정의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건축법 제20조 제1항의 가설건축물과 같은 조 제3항의 가설건축물은 아래와 같이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김종보, '가설건축물의 개념과 법적 성격' 행정법연구 12호 348~352쪽 참조).
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라 한다)' 제64조 제1항 본문에 의하면
시장 등은 도시·군계획시설의 설치 장소로 결정된 지상·수상·공중·수중 또는 지하는 그 도시·군계획시설이 아닌 건축물의 건축이나 공작물의 설치를 허가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런데 도시계획은 장기성·종합성이 요구되므로 도시·군계획시설의 설치 장소로 결정된 토지의 소유자는 사업의 시행시기 및 규모를 예측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재산권 행사의 제한을 받게 된다.
이에 국토계획법 제64조 제2항은 도시·군계획시설결정의 고시일부터 2년이 지날 때까지 그 시설의 설치에 관한 사업이 시행되지 아니한 도시·군계획시설 중 단계별 집행계획이 수립되지 아니한 도시·군계획시설의 부지 등에 대하여 가설건축물의 건축 등의 개발행위를 허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재산권 행사의 제한을 완화하는 한편 같은 조 제3항은 그와 같은 토지에서 도시·군계획시설사업이 시행되는 경우에는 가설건축물 소유자에게 원상회복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가설건축물의 원상회복의무 등을 고려하여
건축법 제20조 제2항과 건축법 시행령 제15조 제1항은 3층 이하로서 철근콘크리트조 또는 철골철근콘크리트조가 아니어야 하고 존치기간은 3년 이내일 것 등을 그 허가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건축법 제20조 제1항의 '가설건축물'은 건축물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으나 다만 도시·군계획시설사업이 시행되게 되면 철거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비영구적 건축물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건축법 제20조 제1항이 '건축'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나. 건축법 제20조 제3항의 가설건축물은 건축법상의 건축물이 아니므로 건축허가나 건축신고 없이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정한 가설건축물에 대하여는 건축물에 준하여 위험을 통제하여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신고의 대상으로 규율하고 있다(대법원 2010. 9. 9. 선고 2010두9334 판결 참조).
따라서 건축법 제20조 제3항의 가설건축물은 건축물의 요건의 전부 혹은 일부를 갖추지 못하여 건축물이 아니라 기타 공작물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예를 들어 임시사무실·임시창고 또는 임시숙소 용도의 컨테이너(건축법 시행령 제15조 제5항 제8호)의 경우
지붕과 벽이 있으므로 토지에 고정되어 있으면 건축물이 되고
고정되어 있지 않으면 기타 공작물이 된다(대법원 1991. 6. 11. 선고 91도945 판결, 대법원 2013. 1. 10. 선고 2011두11105 판결 각 참조)},
그 공작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신고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건축법 제20조 제3항이 '축조'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그러하다.
4. 문제의 해결 및 결론
살피건대 건축법 제20조 제3항의 '제1항에도 불구하고'라는 문구에도 불구하고 건축법 제20조 제3항의 가설건축물을 축조하는 장소가 도시·군계획시설 등에 해당하든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축조신고의무가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가.
① 도시·군계획시설 등이 아닌 장소에서 건축물을 건축하려면 건축법 제11조 제1항에 따른 건축허가를 받거나 건축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건축신고를 하여야 하고
② 도시·군계획시설 등에서는 '건축법 제20조 제1항의 가설건축물'만을 건축할 수 있고 위 가설건축물을 건축하려면 건축법 제20조 제1항에 따른 건축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건축법 제20조 제3항의 가설건축물은 건축법상의 건축물이 아니므로 건축허가나 건축신고 없이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정한 가설건축물(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도의 가설건축물)에 대하여는 건축물에 준하여 위험을 통제하여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축조신고를 한 후 착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것인바
건축법 시행령 제15조 제5항 각호에서 열거하는 용도의 가설건축물을 도시·군계획시설 등에 축조하든 도시·군계획시설 등이 아닌 장소에 축조하든 위와 같은 위험통제의 필요성은 동일하다.
그럼에도 도시·군계획시설 등이 아닌 장소에 축조하는 건축법 제20조 제3항의 가설건축물을 축조신고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면
행정청이 그 위험을 사전에 통제할 수 없게 되어 건축법 제20조 제3항의 입법취지에 반하고 도시·군계획시설 등에 축조하는 위 가설건축물과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것이 된다.
나. 구 건축법(2014년 1월 14일 법률 제122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0조에 의하면
도시·군계획시설 등에서 가설건축물을 건축하는 경우에는 국토계획법 제64조에 적합하여야 하고 3층 이하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의 범위에서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제1항),
제1항에 따른 가설건축물 외에 재해복구·흥행·전람회·공사용 가설건축물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도의 가설건축물을 축조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존치 기간, 설치 기준 및 절차에 따라 시장 등에게 신고한 후 착공하여야 한다(제2항).
따라서 구 건축법 제20조 제2항은 도시·군계획시설 등에 축조하는 가설건축물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할 근거가 없었는데
구 건축법이 위와 같이 개정되면서 구 건축법 제20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던 허가요건을 별도의 항으로 분리하여 건축법 제20조 제2항을 신설하고
구 건축법 제20조 제2항을 제3항으로 옮기면서 '제1항에 따른 가설건축물 외에'라는 문구를 '제1항에도 불구하고'로 바꾸었다.
그런데 구 건축법 제20조 제2항과 달리 건축법 제20조 제3항의 가설건축물을 도시·군계획시설 등에 축조하는 경우에만 신고 대상으로 하겠다는 취지의 개정이유나 입법 자료는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추측컨대
구 건축법 제20조 제2항에서 '제1항에 따른 가설건축물 외에'라고 규정함으로 인해
도시·군계획시설 등에 구 건축법 제20조 제2항의 가설건축물을 축조하는 것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구 건축법 제20조 제1항에 따른 허가대상인지 아니면
구 건축법 제20조 제2항에 따른 신고대상인지 해석상 다툼의 여지가 있어서
그와 같은 가설건축물을 도시·군계획시설 등에 축조하는 것이 가능하고 신고대상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위 문구를 '제1항에도 불구하고'로 바꾼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로 인해 앞서 본 것과 같은 새로운 해석상의 다툼과 오해의 소지가 생기게 되었으므로 매우 조악(粗惡)한 입법기술이라고 할 것이나
건축법 제20조 제3항의 입법취지, 도시·군계획시설 등에 축조하는 경우와
도시·군계획시설 등이 아닌 장소에 축조하는 경우를 차별 취급할 합리적 근거 부재,
건축법 제20조의 입법연혁과 개정이유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위와 같이 해석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