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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와 실질과세원칙

LBA 효성공인 2018. 9. 17. 20:03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와 실질과세원칙

곽태훈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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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위 ‘끼워넣기 거래’에서 -



Ⅰ. 문제제기

 부가가치세법 제39조 제1항 제2호

발급받은 세금계산서에 제32조 제1항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규정에 따른 기재사항(이하 ‘필요적 기재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가 사실과 다르게 적힌 경우의 매입세액은 매출세액에서 공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부가가치세법 제32조 제1항은 세금계산서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① 공급하는 사업자의 등록번호와 성명 또는 명칭,
② 공급받는 자의 등록번호,
③ 공급가액과 부가가치세액,
④ 작성 연월일을 규정하고 있다.

그에 따라 납세자는 필요적 기재사항 4가지 중 하나라도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세금계산서를 수취하면 원칙적으로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을 안게 된다.

실무적으로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중 공급자의 기재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인지가 문제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소위 ‘끼워넣기 거래’가 문제되는 사례가 많다.

예컨대, A→B→C로 이어지는 일련의 거래관계를 실질과세원칙에 터잡아 A→C의 거래로 재구성하고, 그 결과 C는 원래 A로부터 세금계산서를 수취했어야 하는데 B로부터 수취하였다는 이유를 들어 C가 수취한 세금계산서를 공급자의 기재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 사례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과세관청은 A→B→C로 이어지는 거래관계의 실질을 A→C 거래에 불필요하게 B를 끼워 넣은 것으로 보고 A, B, C 사이에 각 수수한 세금계산서를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판단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소위 ‘끼워넣기 거래’는 중간자(B)매입,매출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목적이나 최초 공급자의 대금 융통을 위한 목적, 또는 중간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분여하기 위한 목적에서 주로 이루어진다).(B를 끼워 넣어 구성하였다하여 금액이 다르지 않다면 가령 예를 들어 A에서 10000원+1000원=11000원을B가 매수하여11000원+1100=12100원을 C가 구매하였다면 일단 B는1000원 공제받고 C는 1100공제 받으면 결국 세금은 2100공제 받는 격입니다 그런데 A에서 바로 C로가면 1000만 공제 받는다 그렇다면 B를 끼워넣어 2100을 공제 받는다는 의미)

이에 대해 납세자는 A→B→C 거래의 사법상 유효성이 인정되는 이상 당사자 사이에 수수된 세금계산서를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글에서는 최근 들어 문제되는 사례가 많은 소위 ‘끼워넣기 거래’ 사안을 대상으로, 공급자의 기재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한편, 이하에서는 A→B 및 B→C의 거래가 모두 사법상 가장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왜냐하면, 만약 위 거래가 사법상 가장행위로 평가되면 이는 사법상 무효여서 세법상으로도 아무런 의미를 갖지 않기 때문에 굳이 실질과세원칙까지 거론하지 않더라도 위 거래를 A→C의 거래로 보아 세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벌칙을 내리면 된다)

Ⅱ. 실질과세원칙과 부가가치세

 국세기본법 제14조는 실질과세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실질과세원칙은 헌법상 기본이념인 평등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서,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에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과세형평을 제고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고 설명된다(대법원 2008두8499 판결).

한편, 부가가치세법에서는 특별히 실질과세원칙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실질과세원칙은 부가가치세법에도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국세기본법 제3조 제1항).

부가가치세법에 실질과세원칙적용되는 대표적인 예를 보자.

●甲이 실제로는 사업을 하면서 乙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乙명의로 모든 거래를 했을 경우, 乙명의로 납부해야 할, 또는 乙명의로 부과된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자는 누구인가? (甲)

판례는 실질과세원칙에 근거하여 이 경우 부가가치세 납세의무자를 甲이라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1두9935 판결).
귀속의 실질이 적용되는 사례다.

●또한 부가가치세법 제29조 제4항은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킬 목적으로 특수관계인에게 재화 또는 용역을 무상 또는 저가로 공급한 경우에는 공급한 재화 또는 용역의 시가(시장가격;실제공급된 가격이 아닌)를 공급가액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부가가치세법상의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으로 거래의 실질이 적용되는 예다.

문제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인지, 그 결과 매입세액 불공제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데에도 실질과세원칙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Ⅲ.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여부 판단과 실질과세원칙

1.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는 취지

 부가가치세는 재화나 용역이 생산·제공되거나 유통되는 모든 단계에서 창출된 ‘부가가치’를 과세표준으로 하여 부과되는 세금이다.

그런데 만약 납세의무자인 사업자가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하게 되면 ‘부가가치’가 아닌 ‘매출액(공급가액+부가가치시세)’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과세가 이루어지는 결과가 된다. 이것은 우리나라 부가가치세 제도의 기본구조에 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관련 매입세액을 불공제하는 이유는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수수한 납세자에게 제재를 가하기 위한 목적이다{헌재 2000헌바50, 2002헌바56(병합) 결정}.
결국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관련 매입세액 불공제는 그 법적 성격이 일종의 ‘행정벌’이라고 볼 수 있다.

2. 실질과세원칙 적용의 한계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실질과세원칙은 조세부과의 형평을 도모하기 위해 적용되는 이론이지 납세자에게 벌을 부과하기 위한 목적에서 사용되는 도구개념은 아니다.

그렇다면, C에게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려면,

다시 말해 C에 대한 공급자가 누구인지를 확정하고,
C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수취하여 매입세액 불공제 적용의 대상이 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려면 C가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조세를 회피할 목적이 아니라면 매입세액의 불공제를 할 수 없다)

 C가 A와 거래하지 않고, B를 통한 거래를 한 것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가?

C는 A와 거래하든, B와 거래하든 조세부담에 아무런 차이가 없다.
애당초 회피할 조세가 없다는 뜻이다.

이때 C에게 매입세액 불공제 결과로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는 회피되는 조세로 고려할 이유가 없다.

 C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수취하였다고 평가되어 매입세액 불공제에 따라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는 C가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여 회피한 조세가 아니라,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되어 비로소 발생한 조세(그 실질은 행정벌)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C의 거래 상대방이 누구인지, 그 결과 C가 수취한 B명의로 발급된 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인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거래상대방이 누구인지에 따라서 조세회피가 아니라면  ) 

참고로, 대법원은 부가가치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이 적용되어
사법상 당사자들 사이의 거래가격(실질로 주고 받은 가격)
 ●세법상 재구성된 거래가격이 달라졌을 경우,(시장가격)

사법상 거래가격을 반영한 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02두1588 판결).

 공급가액이 사실과 다른지를 판단하는 데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공급자가 사실과 다른지를 판단하는 데에도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논리에서 일관된다.


Ⅳ. 결론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인지를 판단하는 데에는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에서 말하는 ‘사실’이란 거래 당사자가 맺은 사법상 계약 내용을 의미한다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세금계산서에 기재될 공급자 역시 사법상의 계약당사자 확정 이론에 따라 확정된 거래 상대방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결론은 부가가치세법의 특성에도 부합한다.

전단계(前段階) 매입세액공제법을 근간으로 하는 부가가치세법은 당사자가 선택한 법률관계를 기본으로 하여 공급자에게 세금계산서 발급의무를, 공급받는 자에게 세금계산서 수취의무를 각 부과하는 등 순차적·쌍방적 조정이 이루어지는 세법 분야다.

 그 결과 과세관청이 당사자들이 선택한 유효한 거래관계를 함부로 재구성하게 되면, 쌍방 조정이 이루어지는 부가가치세 과세체계의 근저가 흔들릴 위험이 있고, 거래관계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부가가치세법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부가가치세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다른 조세법 분야에 비해 더욱더 당사자들이 선택한 거래형태를 존중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가가치세법에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되는 영역을 살펴보면,

거래징수한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할 납세의무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될 수 있지만,

 거래 과정에서 수수된 세금계산서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실질과세원칙이 함부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아야 한다.

즉, 사법상 적법·유효하게 거래당사자로 확정된 자들 사이에서 수수된 세금계산서는 함부로 공급자의 기재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라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조세회피수단을 목적으로 하였던지 아니면 조세 부담주채가 누군인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아닌 한 실질적 과세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곽태훈 변호사(법무법인 율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