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법률 정보

우리나라 도산절차의 발전과정과 과제

LBA 효성공인 2018. 9. 6. 19:22

우리나라 도산절차의 발전과정과 과제


[ 2018.08.22 ]


1997년 소위 IMF금융위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도산절차는 소위


법정관리라고 불리던 회사정리 이외에

화의와

 ■파산절차가 있었고,

이는 과거 일제시대의 법제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채무자의 재건을 위한 절차였던 회사정리는 요즘과 달리 신청 후 개시에 이르기까지 몇 개월이 걸렸기 때문에 당시에는 개시여부가 절차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정도였고,

개시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 있었던 채무자로서는 주위의 신뢰를 받아 정상적인 거래를 재개하기에 너무 힘들었었다.



□또한, 화의는 담보권자를 구속할 수 없다는 약점 때문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 유명무실한 절차였다.


 □파산절차 역시 당시에는 굳이 돈을 들여 채무자의 재산을 평등하게 배당할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거의 이용되지 않았다.


도산절차가 이렇게 인기가 없었기 때문에 서울지방법원(한때 서울민사지방법원)의 수석재판부가 신청합의사건과 함께 곁다리로 도산사건을 담당해도 사건처리에 그다지 문제가 없다고 볼 정도였다.


IMF금융위기 직전 여러 한계기업들이 도산에 내몰리는 사태에 직면하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곳은 대출채권을 갖고 있는 금융권이었다.


기업들이 도산하는 경우 채권회수가 어려워지고, 상당한 대손충당적립부담을 안아야 했던 금융기관들은 일단 어음과 수표가 부도나더라도 당해 기업에 대한 당좌거래정지처분이나 불량거래처 등록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일시적으로 한계기업의 정상거래를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부도방지협약(또는 부도유예협약)이라는 것을 출범시켰다.


채권회수를 위한 "담합"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금융기관들은 추후 '사적'구조조정절차인 워크아웃의 기초규범이 된 기업구조조정협약을 만들었고, 이는 2001년에 제정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으로 발전되었다.


한편, IMF로부터 과거의 법정 도산절차를 현대화할 것을 요구받은 정부는 가장 발전된 도산법제로 평가되고 있는 미국도산법의 상당부분을 도입하고자 노력하였다.


이에 따라 2006년 소위 통합도산법으로 불리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법정도산절차

회생

파산으로 정리되었다(화의는 폐지).


통합도산법은 UNCITRAL Model Law on Cross-Border Insolvency; (지불불능)를 채택하여 도산법의 국외적 효력을 강화하였는데, 이것이 그 후 우리나라 도산절차가 해외에서 승인받고 지원을 받게 된 근거가 되었다.


우리나라 도산절차가 다시 한번 발전하게 된 계기는


2008년 이후의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금융위기 이후이다.


 역시 도산절차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많이 이용되고 그 과정에서 불편이 지적되고 하자를 고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발전하는 것 같다. 2000년 이후 호황을 누리던 조선과 해운 및 골프장 산업이 갑작스런 불황의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그 양상은 종전 도산과는 사뭇 달랐다.


우선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한 덕분에 모든 조선소마다 외국선주와의 선박건조계약처리가 문제되었고, 선수금환급보증(Refund Guarantee)로 인한 분쟁이 선주와 금융기관 사이에 빈발하였다. 선박건조계약의 대부분 준거법이 영국법이었기 때문에 국내 조선소의 도산절차는 영국에서의 중재나 법정다툼이 수반되었고, 영국 법정에 한국도산절차를 설명하기 위하여 전문가들이 불려가는 진풍경이 발생하였다. 우리나라 도산절차가 좀 더 국제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해운사의 도산이었다.


호황시기에 선박을 빌려 영업을 해오던 선사들이 하나 둘 쓰러지면서 전세계에 흩어진 선박을 온전히 보전할 필요가 있었다. 이 때문에 소위 "한국도산절차의 외국에서의 승인"이라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조명을 받게 되었는데, 이 때 영국, 호주 등 여러 국가 법원들로부터 한국도산절차가 최초로 승인되었고 필요한 지원을 받게 되었다.


 또한, 2008년 불황이후 회원을 특별히 보호하던 '체육시설설치·이용에 관한 법률'때문에 회원제 골프장은 정상적인 구조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였고, 이 때문에 일부 반대채권자가 있어도 전체 채권자의 권리를 강제로 조정할 수 있는 회생절차가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었다. 만약 회생절차가 없었더라면 대부분의 회원제 골프장은 파산도 하지 못하고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여야 했을 것이다.


2017년에 설립된 서울회생법원의 출범으로 도산절차가 다시 한번 진화하고 있다.


즉, 서울회생법원은 사전제출 회생계획제도(Prepackaged Plan)를 활성화하거나, M&A의 성공률을 높이도록 스토킹 호스제도(Stalking Horse Bid M&A)와 중소기업에 대한 맞춤형 회생절차(S-Track) 등을 도입하는 등 획기적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 한편, 워크아웃에 관하여는 근간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상시화 논의가 진행되다가 일단 2018년 그 법이 기간만료로 폐지되었으나, 여전히 워크아웃이 유용하다는 판단 하에 금융기관들 사이의 '기업구조조정협약'이라는 사적 약정으로 일단은 존속할 전망이다.


이와 같이 도산절차는 우리나라의 경제부침과 함께 발전해왔다. 사실 도산법제발전을 위한 부단한 노력으로 도산절차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앞서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국제적이고, 빠르며 투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엄청나게 커진 우리나라 경제규모에 걸맞게 좀 더 현대화되고 세련된 도산절차의 정비가 필요한 때이다. 회생이 가능하다고 평가된 회사들이 회생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생절차에 대한 신뢰가 의심받고 있고, 워크아웃과 달리 회생절차에서는 채무자가 신규로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장벽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가상화폐거래소의 도산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도산절차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워크아웃은 여전히 그 존재의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에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고, 그 가운데 법원이나 변호사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거나 우리나라만의 입법적 해결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앞에서 봐 왔듯이 도산절차는 경제의 발전과 부침에 맞추어 항상 문제를 보완하는 과정을 부단히 거쳐 왔기 때문에 현재의 문제는 어떤 모습으로라도 곧 보완되고 보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 고도화된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에 맞춘 우리의 발전된 도산제도가 어떤 모습이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김철만 변호사 (cmkim@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