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가건물 세입자와 건물주 간에 보증금(월차임) 증액 다툼으로 갈등이 심화되어 형사 문제로까지 비화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소규모 임차 점포를 운영하는 영세 소상인들의 어려움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새삼 고조되고 관련 법률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이라 한다)의 조속한 개선이 촉구되었다.
이에 당·정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상임법 개정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한다.
2018년 7월말 기준으로 20대 국회에 계류중인 상임법 개정 의원발의안은 총 25개이다.
각 발의안마다 상가임차인들의 권익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중요한 네 가지 사항으로, 상임법 적용대상 범위 확대, 계약갱신요구권 보장기간 연장, 권리금 보호대상 확대,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신설을 들 수 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원 포인트 방식으로 현실화된다면 나름 상가임차인의 권리 보호와 민생 챙기기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과 경제활동 전반에 미칠 중장기적 영향, 자매법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이라 한다)의 변천 추이를 함께 고려하여 전면 개정 방식으로 상임법 전체 내용의 명확성과 체계의 정합성을 확립한다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관련하여 유의할 몇 가지 이슈를 제시해 본다.
1. 부동산 임대차에 관한 민법의 특별법으로서
■주임법은 1981년,
■상임법은 2002년 각 제정·시행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여년의 시차가 말해주듯이, ‘쾌적하고 안전한 주거환경의 보호’와 ‘영업용 점포 내에서의 안정적인 경제활동의 보장’은 헌법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과 이를 구현하는 국가의 책무라는 측면에서 일정한 가치서열을 갖는다.
그런데 최근 청·장년층의 소규모 창업 증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후 자영업자로의 대규모 전환으로 인한 상가 세입자들의 권익 보호 주장이 사회적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를 상호 균형적으로 보호한다는 당위 명제는 주택, 상가 두 영역 모두에 적용된다.
주택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 대책은 그 목소리가 크던 작던 늘 우선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양 영역의 양 이해당사자 모두에 대한 병행적, 균형적 배려가 필요하다.
2. 제정 상임법은 일정 보증금액(차임 환산 금액 포함)을 초과하는 상가 임대차에 대해서는 상임법 적용을 전면 배제하였다(제2조 제1항 단서).민법의 특례를 상당 규모의 상인(세입자)에게까지 베풀 필요가 없다는 정책적 판단이었다.
하지만 상가 시장과 이를 통한 영리활동은 점진적으로 확대되었고 적용(배제)기준의 주기적 상향(서울특별시의 경우 2002년 2억4000만원에서 2018년 6억1000만원으로 증액)에도 불구하고 적용 배제로 인한 상대적 불이익이 현저하여 이를 개선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2013년 개정 시 5년 범위내의 계약갱신요구권 규정을 기준 초과 임대차에 대해서도 적용하게 되었고,
2015년 개정으로 대항력 규정과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규정, 3기분 차임연체 시 해지 규정까지 적용하게 되었다(제2조 제3항). 이로써 적용배제규정은 상당 범위에서 형해화되었다(참고로, 상임법 제10조의2(계약갱신의 특례) 제2조제1항 단서에 따른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의 계약갱신의 경우에는 당사자는 상가건물에 관한 조세, 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이나 경제사정의 변동 등을 고려하여 차임과 보증금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본조신설 2013.8.13.] 는 기준 초과 임대차에 대한 규정이므로 이를 제2조 제3항 ③ 제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제3조, 제10조제1항, 제2항, 제3항 본문, 제10조의2부터 제10조의8까지의 규정 및 제19조는 제1항 단서에 따른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도 적용한다. <신설 2013.8.13., 2015.5.13.>에서 예외규정의 하나로 나열하는 것은 잘못이다).
아직까지 적용 배제되는 내용 중 법적 효과가 큰 것으로 우선변제권, 차임 증감청구권 제한 규정이 있으나, 이마저도 언젠가는 배제의 배제가 될 수 있다.
작은 보증금에 고액의 차임이 환산되어 적용 배제되는 불합리성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고, 현재 계류 중인 의원입법안 중 상당수가 적용 배제 대상을 대폭 축소하거나 적용 배제 규정(상임법 제2조 제1항 단서, 제2항, 제3항) 자체를 삭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임법의 체제와 동일하게 (경과규정과 함께) 보증금 및 차임의 액수를 불문하고 모든 상가 임대차에 상임법을 전면 적용하는 방식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3. 임대차 최저 기간은
■주임법의 경우 2년,
■상임법은 1년이다.
2년을 채운 주택 임차인은 임대인과의 별도 합의가 없는 경우 (임대인의 실수에 기한) 묵시의 갱신 규정으로만 2년 이후의 임대차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상임법은 임차인에게 최대 5년까지의 계약갱신요구권(같은 기간 보증금, 차임의 증액이 제한된다)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주임법상의 최저 기간의 연장 내지 임차인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하여야 한다는 목소리(주임법 개정안)보다는 상임법상의 최저 기간을 10년 또는 그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주임법, 상임법 모두 적절하고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급격한 제도 변경으로 인한 충격과 부작용의 방지 필요성, 중·고등학교 학제, 프랑스, 일본 등 외국 입법례 등을 고려할 때,
임대차 최저 기간 내지 계약갱신요구권 기간을
■주임법은 현행 2년 → 3년 → 4년 → 4년이상,
■상임법은 현행 5년 → 7년 내지 8년 → 10년 → 10년 이상으로
몇년의 시차 간격을 두고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보여진다.
4. 현재 보증금 및 차임 증액청구의 제한 기준은 주임법(제7조), 상임법(제11조) 공히 해당 시행령을 통하여 5%로 동일하다.
주택은 처음부터 5%였음에 반하여 상가건물은 시행 초기에 12%이었던 것이 지금의 5%로 낮아진 것이다.
그런데, 주택의 경우 2년, 상가건물의 경우 5년이 지난 후 위 제한 기준은 적용되지 않으므로(위 규정들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재계약을 하거나 또는 임대차계약 종료 전이라도 당사자의 합의로 차임 등이 증액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3. 12. 7. 선고 93다30532 판결; 2014. 2. 13. 선고 2013다80481 판결 참조), 임대인이 요구하는 증액 수준을 감당할 수 없는 임차인은 재계약을 포기하고 기존 임차물을 반환할 수밖에 없어 주거생활 내지 영업활동의 안정성과 연속성이 취약하다.
일정 계약 기간 이후의 증액 제한 규정 신설이 현실적으로 용이하지는 않으므로, 위에서 제안한 기간 연장을 통해 세입자들의 안정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5.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권과 관련하여, 서울특별시 기준으로, 상임법이 제정된 2002년 당시 소액임차인 기준은
■주택의 경우 보증금 4000만원, 최우선변제액은 1600만원,
■상가의 경우 보증금 4500만원, 최우선변제액 1350만원이었다.
■2018년 현재 주택은 각 1억1000만원에 3700만원,
■상가는 각 6500만원에 2200만원이다.
상대적으로 주택의 경우를 상가건물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정책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임대인의 채무초과상태에서 임차권을 설정하는 사해행위가 빈번한 현실(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3다50771판결 참조)에서 양 영역 모두 보호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6. 2017년 5월 30일부터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대한법률구조공단의 고등법원 단위 지부에 설치, 시·도는 임의적 설치)가 운영되어, 크고 작은 주택임대차분쟁이 화해와 조정을 통하여 신속하게 해결되고 있다.
대체적 분쟁해결(ADR)은 유익한 법률복지이다. 임대차 계약관계와 분쟁 양상이 주택과 유사하면서도 갈등이 보다 첨예한 상가에 대한 분쟁조정제도가 마련되어 이해당사자 모두의 권익보호와 평화실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재석 변호사(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주택임대차분쟁상임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