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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3. 민법 上

LBA 효성공인 2018. 3. 15. 19:33
  •   [2017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3. 민법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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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 서론

    2017년에 우리 사회에 중요한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 대법원은 언제나 그렇듯이 2017년에도 묵묵히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중요한 법리를 제시하였다.

    이하에서는 지면 관계상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중요 판결에 대한 핵심적인 설명과 생각해 볼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계약법령이 강행규정인지 여부

    1. 쟁점과 판결 요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고 함)은 중앙정부, 공공기관 등이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되는 공공계약에 적용된다.

    구 국가계약법은 ‘국가가 과 계약을 체결한 이후 물가변동 등으로 인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한다’고 규정하였고(제19조, 현 국가계약법도 같은 취지이다), 이에 따라 구 국가계약법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계약금액 조정방법을 규정하고 있었다(제64조, 현 국가계약법 시행령도 같은 취지이다). 


    대판(전)ㅤ2017. 12. 21. 2012다74076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규정하고 있는 위 국가계약법과 동 시행령(이하 ‘이 사건 국가계약법령’이라고 통칭함)이 강행규정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위 사건에서 사인(私人)인

     원고들은

    피고(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시설공사를 도급받았는데,


    원고들이 서명한 도급계약서에는 이 사건 국가계약법령을 배제하는 특약, 즉‘원고들이 이 사건 도급공사를 위하여 수입하는 가스스팀터빈에 대하여 피고는 도급계약상의 고정된 금원만을 지급하고, 이에 대하여 원고들은 이 사건 국가계약법령에 의한 계약금액 조정을 요구할 수 없다’는 계약금액 고정특약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들은 국외업체로부터 가스스팀터빈을 매수함에 있어 매매대금을 스웨덴화(크로나), 일본화(엔)로 지급하기로 하였는데, 2008년 금융 위기로 크로나화와 엔화의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여 원고들은 대금결제를 위하여 도급계약상의 고정된 금액 외에 추가로 100억원이 넘는 원화를 지출해야 했다. 원고들은 계약금액 고정특약은 이 사건 국가계약법령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였다. (원고가 피고인 주택공사에게 청구함:강행규정으로 주장)

     
    다수의견은 공공계약에는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비롯한 사법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이 사건 국가계약법령은 계약담당자 등이 지켜야 할 내부규정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국가계약법령은 예측하지 못한 물가 변동으로 인해 계약당사자가 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여 공공계약의 목적 달성에 지장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공익적 규정으로, 특별히 계약상대방(私人)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은 아니라는 점 등을 근거로 강행규정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한편, 반대의견은 공공계약의 경우 국가가 계약상대방에 비하여 우월적 지위에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사법의 원리가 수정되어 적용되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이 사건 국가계약법령은 특약을 통하여 배제할 수 없는 강행규정이라고 보았다. 이 사건 국가계약법령은 물가변동 등에 의하여 계약금액을 구성하는 각종 품목 등의 가격변동이 있는 경우, 이를 반영하여 계약금액을 조정할 의무를 국가에 부과한 강행규정으로, 주로 계약상대방(사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판단하였다.(원고 주장)

    2. 강행규정 여부의 판단기준과 공공계약의 성격


    (1) 대법원은 해당 법령이 강행규정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① 법령의 입법 목적,

    ② 경제적 이익의 귀속 방지 필요성,

    ③ 비난가능성,

    ④ 법령의 공익적 요청과 이로 인해 희생될 수 있는 법익 사이에 이익형량 등을 구별기준으로 제시하여 왔다.

    특히 법령의 주된 입법 목적이 상대적으로 열등한 지위에 있는 거래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강행규정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대판 2010. 7. 22. 선고 2010다23425).

    (2) 이 사건에서는 공공계약의 법적 성격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결론에 영향을 미쳤다. 다수의견은 공공계약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국가 등이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과 같이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므로 사적 자치의 영역을 넓게 보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계약금액 고정특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적 자치의 영역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시각에 대하여 의문이 없지 않다.

     공공계약을 사법상 계약과 같이 취급하려는 법리는 독일의 국고이론(國庫理論)의 영향을 받았다.


    독일의 국고이론(國庫理論)은, 군주의 우월적 지위를 최대한 인정하던 19세기에 국가작용의 비권력적 부분이라도 통제를 하고자, 비권력적 작용을 통상의 민사재판권에 복종시키기 위하여 형성된 이론이다.


    그러나 국고이론은 법치주의가 확립됨에 따라 완전히 극복되었다.


    가작용은 공법적 형식에 의하든 사법적 형식에 의하든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헌법상 원리에 구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박정훈, 행정조달계약의 법적 성격, 626면). 따라서 공공계약에 대하여 사적 자치를 강조하는 입장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도 공공계약에서 사인이 국가와 대등한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공공계약에서 국가 등의 자의적이고 고압적인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계약상대방인 사인(私人)은 대금의 수령에 관한 위험을 부담하지 않으므로 계약의 내용이 형평을 잃더라도 이를 감내하고 계약을 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당사자 사이의 형평을 담보하기 위하여 공공계약에 대한 통제가 강하게 요청되는 것이다.

    (3) 입법 연혁을 보면 이러한 요청이 이 사건 국가계약법령에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건 국가계약법령은 당초 중소업자와 계약상대방(私人)을 보호하기 위하여 도입된 것으로 처음에는 ‘계약금액을 조정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하여 재량적 규정 형태로 되어 있었으나 조정 기피 사례를 방지해 달라고 한 업계의 건의를 반영하여 ‘당초의 계약금액에서 조정한다’고 의무를 부과하는 형태로 변경되었다.

    (4) 결론적으로 공공계약의 법적 성격, 이 사건 국가계약법령의 입법 연혁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법령의 주된 입법 목적이 상대적으로 열등한 지위에 있는 계약상대방인 사인(私人)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다수의견은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상대방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을 정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4조에 의하여 계약상대방(私人)을 보호할 수 있다고 하나, 그 적용범위도 협소하고, 개별적으로 명확하게 규율되어 있는 사항을 위와 같은 일반조항에 의지하여 해결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이 판결로 인해 향후 계약담당 공무원이 계약금액 고정특약을 제시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Ⅲ. 무권대리와 부당이득

    1. 쟁점과 판결요지


    대판ㅤ2017. 6. 29.ㅤ2017다213838에서는 무권대리로 인해 계약이 무효가 된 경우 본인이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는지 문제가 되었다.


    피고 1(아내)과 피고 2(남편)는 부부 사이이다. 피고 1(아내)이 의식불명상태가 되자 피고 2(남편)가 피고 1을 대리하여 원고들과 사이에 매수인 지위를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2(무권대리인)가 원고들로부터 매매대금을 현금으로 지급받았다.


    위 계약이 무권대리로 인해 무효임이 판명되자, 원고들은 위 계약을 철회하고


    피고 1(본인)에게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위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였다.


    대법원은 이득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귀속된 바 없는 경우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는 대법원 2011. 9. 8. 2010다37325,37332를 원용하면서, 원고들이 교부한 돈이 피고 1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2. 무권대리인이 수령한 급부의 귀속과 부당이득


    (1) 급부부당이득에서 부당이득반환의무 성립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손실자의 급부가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 급부당사자를 확정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에 대하여는 주로 독일의 논의이기는 하지만,


    급부자의 의사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급부자의사설,

    수령자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수령자관점설,

    개별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보호가치설 등이 대립되고 있다. 


    이 사안에서 원고들은 피고 1(본인)에게 급부할 의사로 피고 2(무권대리인)에게 현금을 교부하였으므로, 급부자의사설에 따르면 피고 1(본인)에게 급부가 귀속된 것으로 볼 수 있다(다만, 피고1(본인)은 이득소멸의 항변을 통해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본인이 무권대리인의 급부 수령에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본인에의 귀속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 따라서 무권대리인이 직접 수령한 급부에 대하여는 본인에게 귀속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고, 원고들의 주장은 청구원인단계에서 이유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대상판결에서 원고들이 교부한 돈이 피고 1(본인)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지 않았다고 판시한 점은 위와 같은 논리의 귀결이라는 점에서 타당하다.

    (2) 그러나 대상판결은 대상판결이 원용한 대법원 2011. 9. 8. 2010다37325,37332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위 2010다37325,37332에서는 무권대리인에 의하여 매매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상대방이 본인의 예금 계좌로 입금을 하였고, 무권대리인이 본인 몰래 이를 인출한 사안이다.


    위 사안에서는 상대방이 송금한 돈은 본인에게 귀속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본인이 이득소멸의 항변을 통해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지 않는 것이다


    대상판결이나 위 2010다37325,37332이나 '실질적인 이익이 없으면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없다'는 공통된 법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리가 부당이득반환의무 판단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지 의문이 있다.


     ‘실질적인 이익’이 의미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이를 지도원리로 삼는 것은 ‘부당이득 유무’ 판단에 있어서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졸고, '송금된 금원에 대한 예금 명의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 유무의 판단기준'). 대상판결의 원심이 부당이득반환의무 판단을 그르친 이유가 대법원 판시의 불명확성에 있는 것이 아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Ⅳ. 소송탈퇴와 소멸시효 중단

    1. 쟁점과 판결요지


    대판ㅤ2017. 7. 18.ㅤ2016다35789는 소송탈퇴 후 잔존하는 소송에서 소 각하 판결이 있자 탈퇴한 원고가 다시 재판상 청구를 한 경우에, 원고가 제기한 최초의 소 제기 시점부터 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문제가 되었다. 


    원고는 피고에 2001. 11. 22.부터 시효가 진행되는 약정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10년의 시효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2011. 6. 20.에 약정금을 구하는 소(이하 '전소'라고 함)를 제기하였다.


    원고는 소송계속 중 A에게 채권을 양도하였다고 주장하며 소송인수를 신청한 결과, 재판부는 소송인수 결정을 하여 원고의 탈퇴 후, A가 소송을 진행하였다.


     재판부는 소송신탁을 위하여 채권양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A에 대하여 소 각하 판결을 하였고, 위 판결은 2014. 10. 27. 확정되었다.


    원고는 그로부터 6개월 내인 2015. 1. 19. 다시 약정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이하 '후소'라고 함)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후소에서 원고의 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항변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인수참가인에 대한 소각하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내에 탈퇴한 원고가 다시 탈퇴 전과 같은 재판상의 청구 등을 한 때에는, 탈퇴 전에 원고가 제기한 재판상의 청구로 인하여 발생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여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 민법 제170조와 소송탈퇴로 인한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


    민법 제170조는 ‘재판상 청구는 소송 각하, 취하의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으나, 그로부터 6개월 내에 다시 재판상 청구를 하면 시효는 최초의 재판상 청구로 인하여 중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소송탈퇴를 소 취하로 보면 원고는 소송탈퇴한 날부터 6개월 내에 후소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전소로 인한 시효중단을 주장할 수 없다(원심의 논리이다).


    그러나 민법 제170조의 ‘소송’에‘최초의 재판상 청구를 한 후 제3자에게 승계된 소송’까지 포함한다고 하면 원고는 소 각하 판결이 있은 후 6개월 내에 후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전소로 인한 시효중단을 주장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후자의 입장에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소송탈퇴는 더 이상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 취하와 구별된다. 소송탈퇴는 소송승계인에게 소송을 담당하게 하여 그 판결의 효력을 받겠다는 것으로 권리 행사가 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상판결의 입장은 타당하다.

    Ⅴ.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과 관습법

    1. 쟁점과 판결요지


    대판(전)ㅤ2017. 1. 19.ㅤ2013다17292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구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구 장사법'이라고 함)의 시행으로 관습법으로 효력을 상실한 것인지 여부가 다투어졌다. 

     

    구 장사법 제23조 제4항(현 장사법 제27조 제4항)은 '분묘의 연고자는 토지소유자에 대하여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함으로서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를 부정하고 있다.


     따라서 구 장사법 시행 以後에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그러나 구 장사법 시행 前에(2001. 1. 13.전에)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 여전히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었다. 


    ■다수의견은 구 장사법 시행 前에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 여전히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한 반면,

    ■반대의견은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수의견은 구 장사법 제23조는 구 장사법 시행 後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만 적용되므로, 구 장사법 시행 前에 설치된 분묘에 대하여는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이 여전히 적용되고,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한편, 반대의견은 구 장사법의 시행과 장묘문화의 변화 등에 따라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종전의 관습에 대한 법적 확신이 소멸하였고,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은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법질서에 반하므로 분묘기지권은 관습법으로서 효력이 상실하였다고 보았다.

    2.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의 관습법으로서의 효력 유무


    (1) 분묘기지권은 1927년 조선고등법원 판결에 의하여 승인된 관습법상 물권이다.


    분묘기지권에는

    ■승낙형 분묘기지권,

     ■양도형 분묘기지권

    ,■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있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하였으나 20년 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 기지를 점유한 경우에 인정된다. 이 사건에서는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문제가 되었다. 


    관습법은

    ① 관행이 소멸하거나,

    ② 관행의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이 소멸한 경우,

    ③ 사회 질서의 변화로 관습법이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된 경우 그 효력이 상실된 것으로 볼 수 있다(대판(전) 2005. 7. 21. 2002다1178).

    따라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위와 같은 경우에 해당되어 관습법으로서 효력을 상실하였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2) 구 장사법은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를 부정하고 있으며(제23조), 한시적 매장제도를 도입하여 분묘설치기간을 제한함으로써 장묘제도의 변경을 꾀하고 있다(제17조).


    반대의견은 이러한 구 장사법의 규정 등에 비추어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를 인정하는 종전의 관습에 대한 법적 확신이 소멸하였다고 보았다. 


    종전 관습에 대한 법적 확신의 소멸 여부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법사회학적 고찰 등이 필요하다. 반대의견에서 화장률이 전국 평균 76.9%에 이르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대의견이 탄탄한 논거를 제시하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위 구 장사법의 규정들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설치되는 분묘부터 적용되고(부칙 제2조 제2항), 구 장사법이 시행된 지 16년이 지났다고 하여 장묘문화에 대한 뚜렷한 사회변화가 있었는지 의문이 있다.

    (3) 다음으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사회질서의 변화에 따라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는지 검토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법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타인의 토지에 ‘무단으로’ 분묘를 설치하더라도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며, 일단 성립된 분묘기지권은 권리자가 분묘의 봉사를 계속하는 한 존속한다고 보아 사실상 영구적인 데다가 지료 지급 의무조차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이 사건에서 반대의견은 바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 특히 악의의 무단점유를 기초로 한 -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사유재산권이 확립된 현재의 법질서와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는 논지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는지 결론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분명히 문제가 있는 관습법을 과감하게 폐지할 필요가 있는지 아니면 점진적으로 폐지할 필요가 있는지 법정책적 관점이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Ⅵ. 이시배당에서의 공동저당권자의 우선변제권 범위

    1. 쟁점과 판결요지


    대판(전)ㅤ2017. 12. 21.ㅤ2013다16992에서는 공동저당권자가 목적 부동산 중 ●일부로부터 다른 권리자에 우선하여 피담보채권의 一部에 대하여 배당받은 경우,


    공동담보의 나머지 목적 부동산에 대하여 다시 최초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공동근저당권자로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최초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없고, 최초의 채권최고액에서 먼저 배당받은 금액을 공제한 나머지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2. 이시배당과 공동저당권자의 우선변제권 범위


    (1) 종래 공동저당권자가 목적물의 일부로부터 먼저 우선변제를 받은 경우 나머지 부동산에 대하여 행사할 수 있는 우선변제권의 범위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감축을 긍정하는 판결과 부정하는 판결이 혼재되어 있었다.


    본 대상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채권최고액이 감축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민법 제368조 제2항은 후순위저당권자의 대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동시배당이 이루어졌는지, 이시배당이 이루어졌는지 상관없이 후순위 저당권자를 동일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동시배당의 경우에 공동근저당권자는 최고최고액 범위 내에서 피담보채권을 부동산별로 나누어 각 환가대금에 비례한 액수로 배당받는다. 즉 공동저당권의 각 목적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만큼 반복하여 배당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시배당의 경우에도 동시배당의 경우와 같은 결과가 발생하게 하여야 한다. 따라서 채권최고액의 감축을 인정한 대상판결의 입장은 타당하다.


    만약 감축부정설과 같이 선순위저당권자가 공동근저당권의 각 목적물마다 최초의 채권최고액만큼 반복하여 배당받을 수 있다면, 공동저당권자가 의도적으로 이시배당을 선택할 우려가 있다. 이는 매우 불합리하다.

    (2) 종래 감축 긍정설은 목적물 전부에 대한 피담보채권이 확정됨을 전제로 감축을 긍정하는 견해와


    피담보채권의 확정 유무와 상관없이 감축된다는 견해로 나뉘어져 있었다.


    대상판결은 "피담보채권의 확정 여부와 상관없이" 채권최고액이 감축된다고 하여 후자의 입장에 있다.

    Ⅶ. 기타 중요 판결

    대판 2017. 5. 31. 2014다236809에서는 구분소유권이 이미 성립한 집합건물(1층~4층)에 대하여 증축(5층~10층)이 이루어진 경우, 증축 부분에 대한 구분소유권 성립과 동시에 대지사용권이 성립하는지 문제가 되었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축된 구분건물에 대하여 대지사용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증축된 구분건물에 대하여 대지사용권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기존 구분건물의 대지지분 중 각 일부에 대한 분리처분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규약 등으로 이를 정하였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리처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분건물에 대한 증축이 있는 경우에 대지사용권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실무상 주의를 요한다. 


    한편 대판 2017. 2. 21.ㅤ2016다225353에서는 1필지의 토지가 여러 필지로 분할되어 지적공부에 등록되었다가 지정공부가 모두 멸실한 후 지적공부 소관청이 멸실한 지적공부를 복구하면서 분할 전 1필지의 토지로만 복구한 경우에, 지적공부의 정정신청을 구하는 방법이 문제가 되었다.

    대법원은 종전의 분할된 각 토지의 소유자는 여전히 자신의 소유 부분에 대한 소유권확인을 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적공부의 정정신청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계정 교수 (서울대 로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