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주하는 계약은 국민의 생활과 직결되고 그로 인한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계약상대자의 사용인 혹은 하청업체는 정부와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조치를 할 수 없다.
최근에 문제가 되는 경우는 계약상대자의
Ⅱ. 시행령 제76조 제2항 단서의 내용 및 개정 취지
계약상대자의 대리인, 지배인 또는 그 밖의 사용인이 부정당제재 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계약상대자에게 입찰참가자격의 제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계약상대자가 그 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계약상대자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지 아니한다(영 제76조 제2항 단서).
위 시행령의 개정은 형법상 양벌규정의 개정과 관련이 있다.
과거 양벌규정은 종업원이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인정되면, 법인이 그와 같은 종업원의 범죄에 대해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를 전혀 묻지 않고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는데,
2007년 11월 29일 이러한 양벌규정이 헌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라는 최초의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다.
이후 관련 110여개 법률이 개정되어 법인의 면책조항이 추가된 것이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는 형벌인 양벌규정이 아닌 행정제재에 관한 조항이므로 위 위헌결정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 않지만, 그 취지가 고려되어 개정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개정취지에 비추어 국가계약법령상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해석해야 할 것이다.
Ⅲ. ‘상당한 주의와 감독’의 해석
부정당업자 제재에 있어서 계약상대자인 법인의 ‘상당한 주의와 감독’에 대한 해석을 함에 있어,
그 조항의 문언 및 규제형태가 동일하고, 자연인이 아닌 법인의 입장에서는 양벌규정에 따른 벌금형과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양벌규정의 해석에 대한 논의{ 법원은 법인이 종업원의 위법행위 방지에 상당한 주의·감독을 다했다고 인정받기 위해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감독이 아닌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감독을 다 했을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법인이 단순히 직원에 대한 교육을 시키거나 각서 등을 받았다는 점만으로 법인이 면책될 수는 없다.
■또한 종업원의 위반행위에 대한 감시가 가능한 경우에는 ‘교육’뿐 아니라 위반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조치까지도 요구하고 있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도14605 등 참조)}가 부정당업자 제재에도 그대로 적용되더라도 불합리한 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도 영 제76조 제2항 단서를 해석함에 있어 양벌규정과 다르게 해석하지 않고 있다.
먼저 계약상대자가 그 사용인의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감독의무를 다하였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계약상대자가 부담한다(서울고법 2013. 4. 19. 선고 2012누8856 판결).
따라서 계약상대자가 그 사용인의 위반행위에 대해서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 즉, 계약상대자의 조치가 그 사용인의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과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계약상대자는 면책될 수 없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2항 단서의 취지는 계약상대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라는 행정처분을 통하여 입찰 등 절차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서 계약상대자가 상당한 주의 또는 감독을 게을리 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령의 입법 취지, 사용인의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법인에 대한 행정제재조항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 계약상대자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이나 구체적인 지휘ㆍ감독 관계, 계약상대자가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인천지법 2013. 4. 25. 선고 2012구합3488 판결).
사용인의 행위에 대해 계약상대자가 책임을 지는 근거는 계약상대자의 사용인에 대한 선임·감독상의 의무를 해태하였기 때문이므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은 과실범과 유사하게 결과방지를 위한 주의와 감독의무를 의미한다.
계약상대자가 가능한 필요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사용인의 위반행위를 방지할 수 있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이를 게을리 한 계약상대자가 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사용인의 위반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를 결과론적으로 판단하고, 계약상대자에게 이러한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상당한지 즉 통상의 계약상대자라면 이러한 조치를 취했을 것인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계약상대자가 취했어야 하는 조치는 일반적·추상적이 아닌 개별적·구체적이어야 한다.
특히 뇌물제공과 관련하여, 회사가 윤리규범 및 지침 등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각서를 징구한 사실과 같은 조치는 통상의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지도에 해당하여, 이는 사용인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라고 볼 수 없어, 계약상대자가 면책되기 어렵다(인천지법 2013. 4. 25. 선고 2012구합3488 판결, 인천지법 2013. 5. 10. 선고 2012구합3594 판결 등).
법원은 대체적으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의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계약상대자의 면책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상당한지 여부는
■회사규모와 지휘감독관계(사용인이 법인의 내부 직원인지 혹은 법인과 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인지 여부),
■사용인의 위반행위가 법인의 통상적인 업무영역에서 발생하는 것인지 아니면 예상하기 어려운 위반행위인지 여부,
■법인의 사용인에 대한 감독 필요성 및 구체적인 감독여부 등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사용인이 계약상대자의 직원인 경우보다 하청업체인 경우가 계약상대자에게 요구하는 주의감독의무가 낮아 면책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통상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단순히 형식적인 조치만으로는 법인이 면책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사용인의 뇌물행위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교육만으로 면책될 가능성이 낮고,
■협력업체가 허위작성한 서류가 통상 계약상대자를 거쳐 행정청에 제출된다면 계약상대자의 서류 확인의무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면책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서울고법 2015. 9. 25. 선고 2015누32256 판결 등).
Ⅳ. 맺음말
협력업체의 위반행위에 대해 계약상대자가 입찰참가자격을 제한받는 것은 사용인을 사용함으로 이익을 얻은 주체가 위험까지 부담하는 논리에 비추어 보면 일응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 산업사회에서 특히 대기업의 경우 수많은 하청업체의 사소한 위반행위에 대해 계약상대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법원도 국가계약법령상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적극적으로 적용하여 회사의 면책을 인정하고 그 판단기준을 판례로 정립한다면 업체의 종업원 및 협력업체에 대한 위반행위 감시 노력이 강화되어 공정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양창호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