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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상보증인에게도 사전구상권은 인정돼야한다

LBA 효성공인 2017. 11. 14. 19:21

물상보증인에게도 사전구상권은 인정돼야한다

이명근 변호사 (법률사무소 민담)


1. 문제의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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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판결(2009. 7. 23. 선고 2009다19802 판결)에 따르면 물상보증인에게는 민법 제442조의 사전구상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필자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물상보증인에게도 사전구상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사전구상권을 인정하지 않은 근거


 위 판결에서 물상보증인에게 사전구상권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이러하다. 

 

가. 논거 1.

 민법 제341조는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저당권설정자가 그 채무를 변제하거나 저당권의 실행으로 인하여 저당물의 소유권을 잃은 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여 물상보증인의 구상권 발생 요건을 보증인의 경우와 달리 규정하고 있는 점.

 

나. 논거 2.

 물상보증인은 채무자 아닌 사람이 채무자를 위하여 담보물권을 설정하는 행위이고 채무자를 대신해서 채무를 이행하는 사무의 처리를 위탁받는 것이 아니므로 물상보증인은 담보물로서 물적 유한책임만을 부담할 뿐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닌 점.

 

다. 논거 3.

 물상보증인이 채무자에게 구상할 구상권의 범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를 변제하거나 담보권의 실행으로 담보물의 소유권을 상실하게 된 시점에 확정된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3. 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박


가. 논거 1에 대하여


 대법원은 ‘물상보증인의 구상권 발생 요건을 보증인의 경우와 달리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 사전구상권을 부정하였으나,


 수탁보증인의 경우에도 민법 제441조에서 ‘주채무자의 부탁으로 보증인이 된 자가 과실없이 변제 기타의 출재로 주채무를 소멸하게 한 때에는 주채무자에 대하여 구상권이 있다(정의)라고 하여 물상보증인의 경우와 거의 같은 내용의 규정이 있어서 대법원의 위 논거는 다소 빈약하다. 

 

 설령 ‘수탁보증인에게는 민법 제442조가 별도로 있지만 물상보증인에게는 이와 같은 규정이 없다’고 반론할 수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항을 나누어 살펴보겠다. 


나. 논거 2에 대하여

 대법원은 ‘물상보증인은 담보물로서 물적 유한책임만을 부담할 뿐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닌 점’이라고 하여 사전구상권을 부정하였으나,


민법 제442조에서는 ‘주채무자의 부탁으로 ■보증인이 된 자는


 다음 각 호의 경우에 주채무자에 대하여 미리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하여 사전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를 수탁‘보증인’으로 하고 있어 물상보증인을 배척하지 않고 있는데, 여기서 채무와 책임의 개념을 구분하여 물상보증인에게 사전구상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다소 부당하다고 생각된다. 


 우선, ■과연 일반인들이 채무와 책임개념을 구분하여 보증인이 될지 물상보증인이 될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고,


■현실에서 물상보증인과 수탁보증인이 되는 과정은 사실상 거의 동일하며 오히려 물상보증인은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 등 담보를 설정하는 행위로 인해 그 담보권이 존속하는 이상 해당 재산에서 그 담보가치만큼 지속적인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오히려 보증인보다 불리한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물상보증인에도 ‘보증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만큼 채무와 책임 개념을 구분할 필요가 없이 물상보증인도 위에서 말하는 ‘보증인’의 개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고,


■물상보증인은 당연히 주채무자의 부탁으로 되는 것이기에 물상보증인을 수탁보증인으로 보지 않을 이유도 없다. 


 더욱이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의 제정으로 인해 보증인의 경우에도 ‘보증채무의 최고액을 특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결국 법 논리에 국한되지만 않는다면 보증인과 물상보증인은 결과적으로 차이가 없다. 


다. 논거 3에 대하여

 대법원은 ‘채무를 변제하거나 담보권의 실행으로 담보물의 소유권을 상실하게 된 시점에 확정된다는 점’에서 사전구상권을 부정하고 있으나, 근보증을 한 수탁보증인도 사전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 논거는 다소 빈약한 것으로 보인다. 

 

 

4. 사전구상권이 인정될 필요성


 IMF 등을 겪으면서 ‘보증 한번 잘못 섰다가 폐가망신 당한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과거에는 보증의 피해가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민법의 개정을 통하여 보증인에 대한 보호가 강화되었다

 

 이에 대한 내용을 간추려보면

①보증채무 최고액의 특정,

②보증기간의 약정이 없는 경우 3년으로 간주,

③채권자의 통지의무,

④보증인의 주채무자항변권, 상계권 및 취소권 행사,

⑤최고, 검색의 항변권 등이다. 

 

 반면에 물상보증인에게는 단지 물적 유한책임만을 부담한다는 이유로 위와 같은 규정들이 없어 물상보증인 보호에 취약하고, 만약 대법원의 태도에 따른다면 위 규정들도 물상보증인에게는 적용되지 않게 되는데 이러한 결과가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다. 

 

 또한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의 제정으로 보증인에게도 보증채무 최고액을 특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물적 유한책임을 부담하는 물상보증인과의 차이가 과연 무엇이 다른지 의문스럽다. 오히려 보증인의 경우에는 보증기간의 정함이 없으면 3년으로 간주됨에도 물상보증인에게는 이러한 규정이 없어 현재의 법규정은 물상보증인에게 더욱 가혹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와는 달리 보증인에게 ‘보증한도액’과 ‘보증기간’을 정하도록 한 현재의 경우에는 물상보증인이 보증인보다 더 불리한 지위에 처해 있다고 생각되고, 이제는 물상보증인에게도 사전구상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과거 고등법원 판결 중에는 물상보증인에게 사전구상권을 인정한 판결도 있다(서울고등법원 1967. 8. 24. 선고 66나2894판결 참조). 

 

 

5. 결


 보증인보호를 위한 특별법의 제정과 민법의 개정으로 이제는 보증인의 지위가 과거에서처럼 불안하거나 열악하지 않으며 오히려 물상보증인보다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물상보증인을 단지 ‘채무 없이 책임만 부담한다’는 이유로 보증인과 달리 보아선 안 될 것이다. 오히려 물상보증인의 경우에는 보증기간의 제한이 없어 수십 년 동안 타인의 채무를 위해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한 피해는 오로지 물상보증인이 부담하고 있다. 

 

 이럴 경우 물상보증인에게 민법 제442조를 적용하여 사전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면 좋은 해결방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