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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4. 민법下(채권법)

LBA 효성공인 2017. 3. 9. 20:06

[2016년 분야별 중요판례분석] 4. 민법(채권법)

권영준 교수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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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약벌의 무효 판단(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239324 판결)

(1) 사안

 원고와 피고 사이의 약정에 따르면 일방의 귀책사유로 약정이 해제 또는 해지되면 그 일방은 위약벌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었다. 피고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되자 원고는 피고에게 위약벌 지급을 구하였고, 피고는 그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하였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위약벌 약정에는 손해배상액 예정의 감액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 적용하여 감액할 수 없고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가 될 수 있을 뿐이라고 하면서,

당사자가 약정한 위약벌의 액수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계약의 구체적 내용에 개입하여 약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 될 수 있고, 스스로가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겠다며 계약의 구속력에서 이탈하고자 하는 당사자를 보호하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하여야하고, 이러한 견지에서,

위약벌 약정이 공서양속에 반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신중을 기하여야 하고, 단순히 위약벌 액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무효라고 판단할 일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3) 분석

 대법원은 위약벌에는 민법 제398조 제2항이 유추 적용될 수 없고, 103(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가 적용될 뿐이라는 태도를 견지하여 왔는데, 대상판결은 위약벌 약정에 관하여 사적 자치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이를 쉽게 무효로 보면 안 된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위약벌 무효 판단을 통한 사실상 감액의 문턱을 더욱 높인 것이다.
비교법적으로는 위약벌과 손해배상액 예정을 가리지 않고 감액을 허용하는 것이 주류적 흐름이고, 실무적으로도 양자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계약공정의 원리에 따른 감액의 당위성은 오히려 위약벌이 더 높다.
또한 사적 자치 원칙의 강도는 약정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위약벌 약정은 위와 같이 사적 자치 원칙이 한걸음 뒤로 물러설 수 있는 영역에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민법 제398조 제2(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을 위약벌에도 유추 적용하여 감액할 수 있다는 비판론이 있다.

2.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에 따른 개인정보 제공의 위법성(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2105482 판결)

(1) 사안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전기통신사업자인 피고는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포털 가입자인 원고의 인적 사항을 수사기관에 제공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수사기관의 자료제공 요청을 적절히 심사하지 않고 원고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은 관련 법령과 피고의 이용약관에 규정된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이 수사를 위하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 4항에 의하여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자료의 제공을 요청하고, 이에 전기통신사업자가 위 규정에서 정한 형식적·절차적 요건을 심사하여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에게 이용자의 통신자료를 제공하였다면,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이 통신자료의 제공 요청 권한을 남용하여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로 인하여 해당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나 익명표현의 자유 등이 위법하게 침해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3) 분석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은 수사기관이 수사에 필요한 정보 수집을 위하여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자료를 제공하여 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에 응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때 전기통신사업자의 통신자료 제공이 위법하다고 하려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제공 요청에 대한 실질적 심사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 법률 조항이나 피고의 이용 약관으로부터는 이러한 심사의무를 도출하기 어렵다.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실질적 심사를 할 만한 정보나 인력, 전문성이 확보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통신자료 제공의 당부 판단에 관한 위험을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통신자료 제공이 수사에 필요하고 정당한지는 국가가 판단해야 하고 그 판단이 잘못되었다면 책임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법령의 절차와 취지에 따라 정보를 취득하고 그 비밀을 엄수하게 하되 이를 어겼을 경우에 법적 책임을 묻는 쪽이 사업기관으로 하여금 연간 수천만건에 이르는 통신자료 제공요청의 당부를 일일이 실질 심사하는 쪽보다 효율적이기도 하다.

통신비밀보호법이나 형사소송법의 관련 규정과 달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 피의자와 피해자의 신속하고 정확한 특정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인적 정보에 관한 한 영장 없이 서면으로 제공 요청을 하도록 규정한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통신자료 요청 건수가 매년 늘고 있어 수사의 필요성이라는 공익을 고려하더라도 그 실체적, 절차적 요건을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정립하여 개인정보 보호를 꾀할 입법적 필요성이 있다.

3. 양도담보, 부합, 부당이득(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219659 판결)

(1) 사안

A조선은 원고에게 카고펌프를, 피고에게 선박을 각각 양도담보로 제공하였는데 카고펌프가 선박에 부합되어 원고가 카고펌프에 대한 양도담보권을 상실하였다. 원고는 선박의 양도담보권자인 피고가 카고펌프 상당액의 부당이득을 하였다고 주장하며 그 반환을 구하였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부당이득반환청구에서 이득이란 실질적인 이익을 의미한다고 전제한 뒤, 양도담보권의 목적인 주된 동산에 다른 동산이 부합되어 부합된 동산에 관한 권리자가 권리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은 경우 주된 동산이 담보물로서 가치가 증가된 데 따른 실질적 이익은 주된 동산에 관한 양도담보권설정자에게 귀속되는 것이므로, 이 경우 부합으로 인하여 권리를 상실하는 자는 양도담보권설정자를 상대로 민법 제261조에 따라 보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 양도담보권자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3) 분석

 부당이득의 이른바 실질적인 이익개념에 대해서는 비판이 있으나, 대상판결이 실질적인 이익개념을 굳이 판시한 이유는 이익 여부를 실질적인 잣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양도담보권자는 소유권을 이전받지만 실질적으로는 피담보채권의 범위 내에서만 교환가치를 지배한다.

따라서 채권을 만족 받으면 담보 목적물을 양도담보설정자에게 돌려주어야 하고, 채권을 만족 받지 못하여 담보 목적물을 환가하는 경우에도 피담보채권을 만족 받고 남은 돈을 양도담보설정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양도담보권자가 가지는 소유자로서의 지위도 결국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적 의미를 가진다.

또한 담보 목적물의 가치가 증가하였다고 양도담보권자의 채권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담보목적물의 가치 증가로 인한 수익자는 양도담보설정자이다.

물론 대상판결이 신탁적 양도설을 폐기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대상판결은 부당이득법의 영역에서 담보 목적물의 가치 증가분은 양도담보설정자가 실질적이고 종국적으로 향유한다는 점에 주목하였을 뿐이다.

4. 재해사망보험약관의 해석(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243347 판결)

(1) 사안

A는 보험회사인 피고와 사이에 피보험자를 A, 사망 시 수익자를 A의 상속인으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주계약)을 체결하면서, 별도로 추가보험료를 납입하고 재해사망특약에도 가입하였다.

재해사망특약 약관에는 재해로 인한 사망이 보험사고로 규정되어 있었고, 재해의 정의나 재해 분류표에는 자살이 제외되어 있었다. (자살은 제외가 아님)

그러나 위 약관의 면책조항에서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 지급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면서 그 예외로 계약 책임개시일부터 2년 경과 후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가 부가되어 있었다(면책제한조항).

A는 계약 책임개시일 2년 후 자살로 사망하였고, 상속인들인 원고들은 주계약에 따른 생명보험금 외에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구하였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보험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개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위와 같은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라고 한 뒤 위 조항은 2년 후 자살도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3) 분석

 자유의사에 의한 자살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가 아니므로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살은 재해사망보험의 보험사고가 아니다.

그런데 일반생명보험약관(가입 후에 2년이 지나면 자살도 보험의 범위에 들어간다는 조항)에만 들어가야 할 면책제한조항이 보험회사의 실수로 재해사망보험약관에도 포함되었고, 금융당국도 장기간 인지하지 못하다가 10여년 후에 이를 발견하면서 관련 소송이 폭증하였다.

대법원은 약관 유형에 따라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의무를 긍정하기도 하고(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55005 판결), 부정하기도 하다가(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81633 판결; 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45777 판결),

 이 사건 약관유형에서는 보험금지급의무를 긍정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판결들과 관련 문헌들에서는 면책제한조항으로부터 새로운 보험사고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지, 평균적 고객이 자살 시에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수령하리라는 합리적 기대를 가졌던 것인지, 고객유리의 원칙은 복수의 합리적 해석이 가능한 경우에 비로소 적용되는데 자살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해석이 합리적인지 등을 둘러싸고 복잡한 논쟁이 지속되어 왔는데 대상판결로 모든 약관유형에 대한 보험금지급 분쟁이 사법적으로 정리되었다.

한편 재해사망보험금청구권이 인정되더라도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가 많은데, 대법원 2016. 9. 30. 2016218713, 218720 판결은 보험사의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5. 오염된 토지의 유통과 불법행위 성립 여부(대법원 2016. 5. 19. 선고 200966549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안

  피고는 자기 토지를 오염물질로 오염시키고 폐기물을 매립한 상태에서 이를 매도하였고, 그 토지가 전전매도되어 원고가 이를 취득한 뒤 자신의 비용으로 오염토양 및 폐기물을 처리한 뒤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긍정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불법행위 성립 여부와 소멸시효 등 여러 쟁점들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졌는데 그 중 불법행위 성립 여부에 대한 판시 부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토지 소유자에게는

●토양오염에 관한 피해배상의무,
오염토양 정화의무,
폐기물 처리의무 등이 인정되므로

토지 소유자가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였음에도 그 오염토양을 정화하거나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토지를 유통시킨 행위는 거래의 상대방 및 그 토지를 전전 취득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가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출하였거나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비용 지출이라는 손해의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이므로, 토양오염 및 폐기물 매립에 책임이 있는 종전 토지 소유자는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게 위와 같은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3) 분석 

 대상판결은 불법행위의 성립 요건인 위법성, 손해, 인과관계 등 다양한 쟁점을 다루고 있으나, 지면관계상 위법성 문제만 분석한다.

불법행위의 위법성은 사인 간의 법질서에 반하는 상태인데,

1)오염토양 정화의무, 2)폐기물 처리의무 등이 공법상 의무일 뿐인지, 사인 간 법적 의무에도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다.

다수의견은 환경문제의 중요성이나 환경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이를 사인 간 의무로 보았다.

종래 판례는 자기 토지에 대한 토양오염행위 그 자체는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가 아니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토양오염행위와 오염된 토지의 유통행위가 결합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토양오염행위는 위법행위이고, 오염된 토지를 유통시킴으로써 그 위법성이 타인 관련성을 획득하게 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삶의 유한한 토대인 토지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환경보전의 이념을 공법관계뿐만 아니라 사법관계에도 강화된 형태로 구현하고, 불법행위법의 포괄성을 인식하면서 불법행위법의 목적 중 예방과 제재에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6. 위약벌과 손해배상액 예정의 구별(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65973 판결)

(1) 사안

 원고(한화케미칼)는 피고(한국산업은행)와 사이에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매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3,000억 원대의 이행보증금을 납부하였는데, 양해각서에 따르면 원고는 확인실사 유무와 무관하게 피고와 최종계약을 체결해야 하고, 원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최종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양해각서가 해제되면 이행보증금은 위약벌로 피고에게 귀속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원고(환화케미컬)가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확인실사 저지 등을 이유로 최종계약 체결을 거부하자 피고(한국 산업은행)는 양해각서를 해제하고 이행보증금을 위약벌로 몰취한다고 통지하였다.(확인실사의 유무와 상관없이 게약체결키로 함)

 원고(환화케미컬)도 피고(산업은행)의 귀책사유로 확인실사가 무산되었다는 점 등을 들어 양해각서를 해제하고 이행보증금 반환을 구하였다.

(2) 판결 요지

 이 사건에서는 위 이행보증금의 법적 성격이 다투어졌는데,

대법원은 이를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보고 그 액수가 부당하게 과다하여 감액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행보증금 몰취 조항에서 위약벌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이 조항을 다른 조항들과 함께 살펴보면 양해각서 해제에 따른 모든 금전적 문제를 오로지 이행보증금의 몰취로 해결하고 그 외에 손해배상청구는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러한 판단에 이르렀다. (이행보증금의 조항과 손해배상 약정도 포함되어 있어야 위약벌로서의 구실을 할 수 있음)

(3) 분석

 어떤 합의가 위약벌 약정과 손해배상액 예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해석의 문제이다.

계약 해석의 궁극적인 목적은 당사자의 효과의사를 해석하는 것이고, 이는 곧 당사자가 원하는 법률효과를 밝히는 것이다.

위약벌 약정과 손해배상액 예정은 별도 손해배상이 허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법률효과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당사자가 위약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더라도 별도의 손해배상을 허용하지 않기로 하였다면 그 실질은 손해배상액 예정이라고 보아야 한다.(손해배상액이며 이는 법원이 감액할 수 있다는 의미) 

당사자가 사용한 표현에 따라 양자의 구별이 이루어진다면 위약벌의 감액 문턱이 손해배상액 예정보다 높은 현실에서 우월한 협상력을 가진 당사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표현을 불공정하게 관철시킬 가능성이 있다. 대상판결은 이 점에 주목하여 위약금의 성격을 실질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7. 공개된 개인정보의 영리적 이용의 위법성(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235080 판결)

(1) 사안

 원고는 공립대학 교수인데 피고(로앤비)는 대학 홈페이지나 교원명부, 교수요람 등에 게재된 원고의 개인정보를 원고의 동의 없이 수집하여 제3자에게 유료로 제공하였다. 원고(교수)는 피고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피고 행위의 위법성을 부정하였다. 피고의 행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 전후에 걸쳐 있는데,

 대법원은 법 시행 전 행위에 대해서는 피고(로앤비)가 원고(교수)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영리 목적으로 제3자에게 제공하였더라도 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법적 이익이 정보처리를 막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주체의 인격적 법익에 비하여 우월하므로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고,(법익을 비교 형량)

 법 시행 후 행위에 대해서는 정보주체의 의사에 따라 공개된 개인정보는 공개 당시 정보주체가 그 수집 및 제공 등에 대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동의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그 범위에서는 별도로 정보주체의 동의를 다시 구할 필요가 없다고 하여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공개된 정보)

(3) 분석

 모든 개인정보가 똑같이 강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공개된 개인정보는 그렇지 않은 개인정보보다 더 약한 보호를 받는다.

공개된 개인정보에 대해서도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높이고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를 저해한다.

대법원은 이 점들을 고려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 전 행위의 이익형량 결과 위법성을 부정하였다.

한편 법 시행 후에는 개인정보 처리를 위해 원칙적으로 사전에 명시적·개별적인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공개정보의 경우 향후 수집 및 제공에 대해 묵시적 동의가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명시적·개별적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보아 법의 문언보다 완화된 해석론을 제시하였다.

타당한 결론이라고 생각되나, 이 사건에서 원고의 묵시적 동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보주체 외의 자로부터 수집한 경우의 사후적 조치에 관한 법 제20조 제1항의 해석론에 의하거나, 법 시행 후에도 여전히 이익형량이 가능하므로 특수한 상황에서는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해석론으로 같은 결론에 이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8. 학교안전법 규정에 따른 공제급여 산정 시 피공제자의 기왕증 참작 및 과실상계 허용 여부(대법원 2016. 10. 19. 선고 2016208389 전원합의체 판결)

(1) 사실관계 

 기왕증이 있던 소외인은 학교 화장실에서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사망하였는데 원고들(유족)은 학교안전법)에 따라 피고(부산광역시학교안전공제회)를 상대로 공제급여 지급을 구하였다.

학교안전법은 학교안전사고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피해를 입은 피공제자에게 공제급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면서 그 구체적 지급기준을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는데, 동법 시행령 제19조의2기왕증이나 과실상계를 지급제한 사유로 정하고 있다. 이 시행령 조항들이 모법에 위반하여 무효인지가 다투어졌다.

(2) 판결 요지

 대법원은, 학교안전법상 공제제도는 상호부조 및 사회보장적 차원에서 학교안전사고로 피공제자가 입은 피해를 직접 전보하기 위하여 특별법으로 창설한 것으로서 일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제도와는 취지나 목적이 다르므로 기왕증이나 과실상계의 법리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학교안전법에 따른 공제급여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학교안전법 제36조 내지 제40조는 급여 유형별로 공제급여의 지급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을 뿐 지급제한 사유에 관하여 위임한 바 없으므로 위 시행령 조항들은 법률의 위임 없이 피공제자의 권리를 제한하여 무효라고 보았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소송은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 처리했어야 한다는 별개의견과,

기왕증으로 인한 피해는 학교안전사고와 인과관계에 있는 피해에 포함되지 않는다거나, 기왕증이나 과실상계 참작 여부는 위임 대상인 지급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장해급여액의 산정 및 지급방법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에 포함될 수 있다는 반대의견이 있었다.

(3) 분석 

 시행령은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므로 위임 없이 법률상 권리·의무를 변경하거나 권리제한 사유를 추가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이 권리제한 사유를 추가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표면적 분기점은 시행령 조항이 모법의 위임 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였으나, 근본적 분기점은 공제급여의 성격에 대한 관점 차이였다.

반대의견은 공제급여의 성격을 손해배상에 가깝게 본 반면,

다수의견은 이를 사회보장급여에 가깝게 보았고,

별개의견은 그 공법적 성격을 더욱 강조하여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 형태에 의하여야 한다고까지 본 것이다.

 대상판결은 공제급여의 공적, 보장적 성격에 주목한 것으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에 의한 급여지급책임에 기왕증이나 과실상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 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5141 판결과도 궤를 같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