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판례공보를 읽을 때마다 숙연함을 느낀다. 하나의 대법원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의 지난한 과정, 고민의 시간이 생생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2016년에도 숙연함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판결이 있었다. 이하에서는 지면 관계상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중요 판결에 대한 설명과 생각해 볼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무효행위 전환과 일부 무효
1. 쟁점과 판결 요지
대판(전)ㅤ2016. 11. 18. 2013다42236에서는 해당 사안에서 무효행위 전환의 법리(민법 제138조)에 따라야 하는지 일부 무효의 법리(민법 제137조)에 따라야 하는지 문제가 되었다.
구 임대주택법(현재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등으로 승계)은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대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임대보증금, 임대료 등 임대 조건에 관한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고, 그 위임에 따라 제정된 구 임대주택법 시행령은 최초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는 건설교통부장관이 고시하는 표준임대보증금 및 표준임대료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고, 이에 따라 제정된 고시에는 임대차 계약 시 임차인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의 어느 한 쪽을 높이고 다른 쪽 금액을 낮추는 '상호전환'이 가능하도록 규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에게 공공건설임대주택을 임대하면서,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를 기준으로 계약상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산정하여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사이에 ‘상호전환’을 하였다. 그 결과 전환된 임대보증금은 표준임대보증금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전환된 임대료는 표준임대료보다 낮은 금액으로 각 산정되었다. 만약 임차인인 피고의 동의 절차를 거쳐서 위와 같이 상호전환되었으면 위 고시에 따른 것으로 임대차계약은 유효할 것이나,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사이에 상호전환을 하였으나 위와 같이 절차상 위법이 있어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가 되는 경우에, 임대조건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에 있다. 즉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를 임대조건으로 하는 임대차로 존속하는지 아니면 표준임대보증금과 전환된 임대료를 임대조건으로 하는 임대차로 존속하는지 다투어졌다.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무효행위의 전환의 법리에 따라 전자라고 하였고, 별개의견은 일부 무효의 법리에 따라 후자라고 하였다. 다수의견은 “당사자가 무효를 알았다면 다른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의욕하였으리라고 인정될 때에는, 그 가정적 의사에 의한 법률행위로서 효력을 가지며, 이 사건에서 합리적 당사자라면 상호전환 이전의 임대조건, 즉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 조건에 의한 계약 체결을 의욕하였으리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별개의견은 전환임대보증금이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한 것이 문제가 되므로 일부무효의 법리에 따라 그 초과부분만 무효이고, 임대차계약의 나머지 부분까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임대차계약상의 전환된 임대료 부분은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보았다.
2. 보증금 계약의 무효가 임대차계약(임대료약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1) 우리 민법은 일부에 무효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전부 무효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민법 제137조 본문). 이 사건에서 임차인의 동의 없이 상호전환을 하여 전환임대보증금이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하였고, 그 결과 효력규정을 위반하였다. 이 경우에 위 전부 무효 원칙에 따라 임대차계약 전부를 무효로 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대판 2010. 7. 22. 2010다23425에서 임대차계약 전부를 무효로 하면 무주택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입법 취지에 저촉되므로 전환임대보증금 중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하는 부분만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도 위 판결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는 위와 같은 보증금 계약의 일부 무효가 임대차계약, 특히 임대료에 영항을 미치는지에 있다. 만약 보증금 계약과 임대차계약의 관련성을 중시한다면 보증금 계약이 일부 무효가 되어 감액되었음을 이유로 임대료를 조정할 필요성이 증가한다. 그러나 보증금 계약이 임대차계약 자체와는 별개의 독립된 계약이라는 점을 강조하면 임대료를 조정할 필요성이 감소한다.
우리나라의 임대보증금은 월 임대료 등에 비해 상당히 고액이어서 단순히 임대료 등에 대한 담보기능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자 등 그 자금 활용 수익이 차임의 일부를 구성하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임대차계약과 보증금 계약은 분리되어 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일체로 체결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보증금 계약과 임대차계약의 관련성을 중시하는 다수의견의 논리가 타당하다.
(2) 보증금 계약의 무효가 임대차계약(임대료약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구체적으로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법리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문제가 된다. 다수의견은 무효행위의 전환의 법리에 따라 당사자의 가정적인 의사를 탐구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사건에서 당사자는 상호전환을 하지 아니한 임대 조건, 즉 법령상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를 적용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으리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무효인 법률행위와 전환된 법률행위가 서로 다른 종류의 법률행위여야 하는 것이 아닌지 문제가 된다. 그러나 대판 2010. 7. 15. 2009다50308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법률행위일 필요는 없다고 보았고 대상판결도 같은 법리를 취하고 있다(이에 대한 비판으로는 윤진수, 민법기본판례, 103면).
그러나 대상판결과 같이 일부 무효의 사안에서 무효행위 전환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무효행위 전환의 법리는 원칙적으로 전부 무효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에서 보증금 계약이 일부 무효임을 전제로 무효행위 전환의 법리를 설시하고 있는데, 무효행위 전환에 관한 일반 법리와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보충적 해석’으로 이론구성을 하는 것이 더 논리정합적이지 않나 생각이 든다. 보충적 해석은 계약의 흠결이 있는 경우에 가정적인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계약을 보충하는 것인데, 이 사건처럼 법률행위 당시에 일부 무효 사유가 있어서 계약 전체의 내용을 변경하여 해석해야 하는 경우에 유용한 이론적 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그 결론에 있어서 타당하나, 무효행위 전환의 법리보다는 보충적 해석의 방법으로 그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Ⅲ.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소멸시효 항변과 구상권 행사
1. 쟁점과 판결요지
대판ㅤ2016. 6. 10.ㅤ2015다217843에서는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하였으나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어 배상책임을 이행한 경우, 국가가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었다.
선임하사인 피고는 1965년 9월 4일 훈령병인 갑을 구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그러나 중대장과 피고를 비롯한 부대원들이 갑의 사인을 심장마비인 것처럼 조직적으로 은폐·조작하여 2009년 3월 18일에 이르러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규명에 의하여 피고의 구타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망인의 유족이 원고(대한민국)에 국가배상청구를 하였고, 원고가 소멸시효 항변을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망인의 생명을 침해한 후 증거를 은폐하여 유족들로 하여금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할 수 없도록 하였으므로 원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고는 망인의 유족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다음 피고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피고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아 피고는 구상책임을 부담하며,다만 원고가 지급한 손해배상금의 20%에 대하여만 구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았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즉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권리남용인 경우에, 권리남용에 해당하게 된 원인행위와 관련하여 공무원이 그 행위를 적극적으로 주도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가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일반론을 전개한 다음, 이 사건에서 갑의 사망원인을 은폐·조작함에 있어 피고가 이를 주도적으로 하지 않았으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하였다.
2.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구상책임과 신의칙
국가배상법은 위법한 직무집행을 한 공무원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구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동법 제2조 제2항). 공무원의 공무집행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한편 공무원의 고의·중과실의 위법행위를 억지하려는 의도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위법 억제의 측면보다는 법적 안정성을 더 중시하여 피고의 구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의 가해행위가 1965년에 있었고, 그로부터 50여 년이 흐른 현 시점에서 피고에게 구상책임을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의 결론에 의문이 없지 않다. 피고는 고의의 불법행위, 즉 범죄행위를 저지른 공무원으로 조직적 은폐·조작에 관여한 정도가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피고에게 신의칙의 혜택을 주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있다. 신의칙은 당사자로 하여금 어떠한 법규칙에서 법률요건 등으로 수용되지 아니한 사정을 법원에 제시하면서 그러한 사정 아래서 법규칙을 그대로 적용하게 되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가혹한 결과가 됨을 법적용자에 호소함으로써, 법규칙을 원래의 모습대로 적용하는 것을 제한 또는 배제하게 하는 법적 장치로서 기능한다(대판 2010. 5. 27.ㅤ2009다44327). 과연 피고가 구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가혹한 결과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망인의 유족이 피고에게도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면 피고가 조직적 은폐·조작에 관여함을 이유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도 권리남용으로 인정될 여지가 크다. 비록 구상책임이 손해배상책임과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양자는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당초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했던 피고가 구상책임을 완전히 면한다고 보는 것은 피고에 대한 지나친 혜택의 부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이르게 된 원인행위를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주도하지 않았다면 구상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판시는 대상판결의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지는 몰라도 신의칙을 과도하게 적용하였다는 점, 공무원의 위법행위를 억지하려는 국가배상법의 취지를 반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Ⅳ. 폐쇄등기에 대한 등기 소송의 소의 이익
1. 쟁점과 판결요지
대판ㅤ2016. 1. 28.ㅤ2011다41239는 폐쇄등기에 대하여 말소회복등기를 구할 수 있는지를 대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한 사안이다. 종래 대법원은 폐쇄등기에 대하여 현재 등기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이유로 그 말소를 구하거나 말소회복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는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상판결을 통해 대법원은 종래의 견해를 사실상 변경하였다. 즉 “진정한 권리자의 권리실현을 위하여 폐쇄등기에 대하여 말소회복등기를 마쳐야 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등기가 부적법하게 말소되지 아니하였더라면 현재의 등기기록에 옮겨 기록되었을 말소된 권리자의 등기 및 그 등기를 회복하는 데에 필요하여 함께 옮겨 기록되어야 하는 등기에 관하여 말소회복등기절차 등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2. 폐쇄등기에 대한 권리 구제
대상판결이 종래와 달리 소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말소 내지 말소회복의 대상을 폐쇄등기 그 자체가 아니라 장차 현재의 유효한 등기기록에 옮겨 기록될 등기로 보았기 때문이다. 종래에도 폐쇄등기에 대한 등기소송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이론 구성이 있었다. 폐쇄등기부에 등재된 등기사항에 관하여 예고등기의 촉탁을 하면 그 등기사항이 신등기용지에 이기되므로 이에 대하여 말소 또는 말소회복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대판 1988. 10. 11. 87다카21).
현재는 예고등기 제도가 폐지되었으므로 폐쇄등기부에 등재된 등기사항을 신등기용지에 이기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이기의 근거규정으로 부동산등기법 제32조를 제시하였다. 부동산등기법 제32조 제2항은 “등기의 착오나 빠진 부분이 등기관의 잘못으로 인한 것임을 등기관이 발견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등기를 직권으로 경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폐쇄등기에 대한 말소회복등기를 구하여 승소하면, 등기관의 잘못으로 권리자의 등기 및 그 등기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등기를 이기하지 않은 것이므로 위 법에 따라 등기관이 직권으로 신등기용지에 위 등기사항을 이기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이기의 법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폐쇄등기에 대한 등기소송은 폐쇄등기 자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향후 신등기용지에 이기될 등기사항에 대한 등기소송으로 달리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논리는 다소 기교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기존의 판례와 저촉되지 않으면서 폐쇄등기에 대하여 말소를 구하거나 말소회복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가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대법원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권리자의 권리 실현 방도를 적극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깊다.
Ⅴ. 토지의 상공에 대한 소유권 행사
1. 쟁점과 판결요지
대판ㅤ2016. 11. 10.ㅤ2013다71098은 항공기가 토지의 상공을 통과하여 비행하는 등으로 토지의 사용·수익에 방해가 되는 경우에 소유권에 기한 방해제거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한 요건에 관하여 다투어진 사건이다.
피고(대한민국)가 소유한 X토지 지상에는 인명구조 등 공익업무 수행을 위한 충남지방경찰청 헬기장이 위치하고 있는데, 그와 이웃한 원고의 Y토지의 상공은 위 헬기장에 착륙하기 위한 주요 항로에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는 Y토지 지상에 장례식장을 신축하기 위하여 건축허가를 신청하였으나, 헬기 운항 시 하강풍으로 인하여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인명 피해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건축불허가처분을 받았고, 이를 다투기 위한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하였다.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Y토지의 상공을 헬기의 이·착륙 항로로 사용하는 행위의 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법원은 원고의 금지청구를 인용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시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즉, “항공기가 토지의 상공을 통과하여 비행하는 등으로 토지의 사용·수익에 대한 방해가 있음을 이유로 금지청구를 구하려면 토지소유권이 미치는 범위 내의 상공에서 방해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참을 한도를 넘는 방해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헬기 운행으로 인하여 토지 사용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는 상황에서 Y토지를 매수한 점, 위 헬기장이 가지는 공공성 등에 비추어 참을 한도를 넘는 방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 토지의 상공에 소유권이 미치는 범위
민법은 토지의 상공에 토지의 소유권이 미치는지에 관하여 ‘정당한 이익 있는 범위 내에서’ 미친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212조). 현대와 같이 공중에 대한 이용이 활발한 상황에서 공중에 무제한적으로 토지소유권이 미친다고 보는 것은 현대에 요구되는 입체적 공간활용에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공중공간은 본질적으로 배타적 지배력이 미치는 영역이 아니라 지표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정당한 이익 있는 범위에 한정하여 지표에 대한 소유권이 확장되는 것이다(류창호, 드론의 운행과 토지소유권의 침해, 249면 이하).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정당한 이익 있는 범위’로 볼 수 있는가?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토지의 상공으로 어느 정도까지 정당한 이익이 있는지는 구체적 사안에서 거래관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획일적인 기준에 의하여 판단할 수는 없고, 토지 소유자와 그가 속한 공동체의 관계, 해당 토지와 주변 토지의 관계를 고려하여 거래관념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의 헬기가 비행하는 상공에 대하여 원고의 소유권이 미친다고 보았다. 피고의 헬기 비행으로 인하여 하강풍이 생길 정도의 낮은 고도의 상공이므로 대상판결의 이 부분 판단은 타당하다.
3. 토지의 상공에 대한 방해배제청구권 행사의 요건
대상판결은 토지소유자가 소유권이 미치는 상공에 대하여 곧바로 방해배제청구권을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참을 한도를 넘는 방해가 있어야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민법 제217조에는 수인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방해배제청구권에 관한 민법 제214조는 수인의무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수인의무 유무를 방해배제청구권 행사의 요건으로 제시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에 대하여는 소유권의 속성을 강고한 소유권과 유연한 소유권으로 나누어 파악하는 견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권영준, ‘민법학,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법원’, 1431면 이하). 강고한 소유권은 배제를 중시하고, 유연한 소유권은 조정을 중시한다. 강고한 소유권이 개인의 권리보호에 무게를 두려는 관념이라면, 유연한 소유권은 권리의 공동체 관련성에 무게를 두려는 개념이다. 토지의 상공에 관한 소유권은 공동체의 공익을 고려해야 하므로 유연한 소유권으로 접근해야 한다. 따라서 원고의 소유권 행사는 조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하여 대법원이 ‘참을 한도를 넘는 방해가 있어야 함’을 방해배제청구권의 요건으로 설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상판결은 타당하며, 향후 드론의 운행으로 토지소유권 침해가 문제가 되는 사건에서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Ⅵ. 구조상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마친 구분소유권등기의 효력
1. 쟁점과 판결요지
대판ㅤ2016. 1. 28.ㅤ2013다59876에서는 구조상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구분소유권등기를 마쳤으나 그 후 구조상 독립성을 갖춘 경우에 그 등기를 무효라고 볼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다.
각 구분점포가 구분소유권의 객체로서 적합한 구조상 독립성을 갖추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2008년 1월 31일 가압류등기의 촉탁에 따라 각 구분점포에 관하여 피고 갑 앞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고, 2008년 8월 13일 피고 을 앞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진 다음 2008년 9월경 원고들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다. 그 후 2010년 10월경이 되어서야 각 구분점포가 구조상 독립성을 갖추게 되었다. 피고 을이 임의경매절차를 진행하자, 원고들은 피고 을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칠 당시에 구분소유권이 성립하지 않았으므로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말소를 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구조상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구분소유권의 목적으로 보존등기가 경료되고 이에 기초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나 소유권이전등기 등이 순차로 마쳐졌으나, 후에 구분소유권의 객체로 적합한 구조상 독립성을 갖춘 경우에는 위 각 등기는 모두 유효하다고 판시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
2. 표제부 등기에서 무효등기의 추완
대상판결의 원심은 위 등기가 실체관계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유효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본래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등기의 법리는 이미 실체관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등기절차에 하자가 있는 등기가 마쳐진 경우에 그 등기의 효력에 관한 논의이다(대판 1978. 8. 22. 76다343 등).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에 보존등기를 마칠 당시 보존등기의 객체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위 법리가 직접 적용되기는 어렵다.
대법원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원심과는 다른 법리를 전개한 것이다. 즉 처음에 실체관계를 결여하여 무효인 등기가 후에 실체관계를 구비하게 된 경우에 ‘무효 등기의 추완의 법리’에 따라 유효하게 되는데(幾代通/德本伸一, 不動産登記法(4판), 486면) 대법원은 위 법리에 근거하여 위 등기가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종전에 대판 1970. 4. 14. 70다260은 소유권보존등기 당시 건물의 실체가 존재하지 않아 등기가 무효인 경우에도 후에 등기에 대응하는 건물의 실체가 존재하게 된 경우에는 그 때부터 그 등기는 유효하다고 하였는데,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등기가 사후에 실체가 추완됨으로써 유효하게 될 수 있다는 ‘무효 등기의 추완의 법리’를 설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상판결도 그 연장선상에서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존재하지 않은 가운데 마친 구분소유권등기는 후에 구조상 독립성이 갖추어지면 유효하게 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무효인 표제부 등기가 유효하게 된다. 당초 피고 갑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는 무효였으므로 그에 기초한 근저당권설정등기, 소유권이전등기도 모두 무효였으나, 무효 등기의 추완에 의하여 원인무효의 사유가 제거되어 근저당권설정등기, 소유권이전등기도 유효한 등기로 회복된 것이다. 결국 대상판결이 전개한 논리는 타당하다.
Ⅶ. 기타 중요 판결
대판 2016. 10. 27.ㅤ2015다52978에서는 공유지분의 포기는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86조에 따라 등기를 하여야 공유지분 포기에 따른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한편, 대판ㅤ2016. 7. 29.ㅤ2016다214483, 214490에서는 점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의 제척기간과 관련하여 민법 제205조 제2항이 정한 ‘1년의 제척기간’은 출소기간이고, 기산점은 방해 상태가 종료된 날이 아니라 방해 행위가 종료한 날을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 종래 제척기간을 소멸시효와 엄격하게 구분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전원열, 부인권과 제척기간, 509면 이하). 대상판결에서 ‘1년의 제척기간’은 출소기간이라고 하였는데,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