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의 역사와 현주소를 잠시 고찰해보기로 합니다. 금리는 잠재성장률, 물가 수준, 경기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반영하며 가계 및 금융기관의 자산 배분과 주식시장의 스타일 선호(가치주 vs 성장주)에 심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향후 금리의 레벨 및 방향성을 전망하는 것은 필자의 능력 밖입니다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된다는 가정 하에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 전망 및 전략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금리 정상화에 힘겹게 다가서고 있던 미국 마저 올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물 건너 간 분위기이며, 전세계 정부 채권의 1/3 가량이 0% 또는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구조적인 자금 잉여(투자<저축) 및 고령화로 인해 머지 않아 한국도 ‘0%’대 금리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70년대 후반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이후 미국 기준으로 시중금리(10년물 국채)는 35년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WTO 편입(2001년)을 계기로 글로벌 분업화가 본격화되었고,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진 것이 금리를 끌어내린 핵심요인입니다. 그러나 저금리 기대에 기반한 무리한 위험 추구는 미국의 금융위기
및 신흥국 부채위기를 불러왔고 부채 디플레이션(물가하락으로 실질금리가 상승하면서 채무자의 부채부담 증가 및 자산가격 하락을 유발) 위협을 타개하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통화정책 영향으로 오늘날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미진하지만 경기회복을 이끌어 내고 시스템 리스크를 차단했다는 측면에서 지난 8년간의 통화정책은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자금중개의 기능이 위축되고, 좀비 기업이 양산되면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돈의 힘에 의한 자산가격 왜곡 우려가 제기되는 등 반갑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온 것도 사실입니다. 세계화 진전에 따른 불평등의 심화, 양적 완화 위주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고용 증가 없는 경기회복 & 양극화 심화라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영국의 브렉시트 충격은 단기적으로 실물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지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자산시장에 부정적인 이슈라 판단됩니다. 신자유주의 글로벌 체제 및 자산가격 상승 위주의 경기회복이 초래한 양극화 불만이 본격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정치나 사회적인 이슈가 경제와 금융시장 지형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며, 향후 미국의 대선 및 각국의 정치 일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수 있습니다.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채 끝내기도 전에 각국 정부는 불평등과의 전쟁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자주 등장하게 될 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 소셜리즘, 포퓰리즘 등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자산시장에는 불편한 단어들입니다.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고 중산층이 ‘체감’할 수 있는 경기회복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측면에서 향후에는 재정정책에 대한 논의가 더욱 부상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The only certainty is uncertainty’ 라는 표현이 향후 금융시장 환경을 시사한다고 봅니다. 현재는 돈의 힘에 의해 부정적 뉴스(기대 이하의 경제지표)가 긍정적 측면(경기 부양 기대)으로 해석되고, 위험자산(커머더티, EM 자산)과 안전자산(국채, 금)이 동반 상승하는 상황입니다. 분명 정상적인 펀더멘털 pricing은 아닙니다. 얇아지긴 했으나 아직은 정책당국의 대응여력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큰 폭 하락 리스크를 걱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그러나 경기 부진이 오래되었기 때문에 막연하게 새로운 경기 사이클이 시작된다는 기대감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3대 과잉(정책 과잉, 부채 과잉, 공급 과잉)에 대한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경기사이클이 실종된 상황에서 가치주로 분류된 중후장대형 경기민감주에 대해서는 비관을 사고 낙관을 파는 트레이딩 전략에 국한해야 할 것입니다.
글로벌 경제는 양극화&불평등 해소라는 달갑지 않은 장기적인 숙제를 안게 되었고, 저성장 트렌드는 더욱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저금리 상황이 지속된다면, 성장주 및 배당주의 추세적 강세가 예상됩니다.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확실한 Yield 및 평균 이상의 성장에 대해서는 높은 프리미엄이 용인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장 컨셉 내에서도 지난 3년 동안 시장을 이끌어왔던 중소형주 또는 코스닥 시장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접근을 요합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과 충격이 만성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 요구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튼튼한 재무구조와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가시성 높은 성장성을 보유한 ‘초우량주에 대한 매수 후 장기보유’ 전략이 불황과 불확실이 만연한 시대의 가장 안전하면서도 확률 높은 투자가 될 것이라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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