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권의 명의수탁자가 국가의 세금 압류에 앞서 명의신탁자에게 분양권을 이전한 것은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취소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사업가 A(누나)씨의 체납 법인세를 징수하려는 국가(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가 A씨의 남동생 B씨를 상대로 "A씨 명의로 돼 있던 아파트 분양권을 B씨가 되돌려 받는 바람에 밀린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A씨의 책임재산이 줄어들었다"며 낸 사해행위취소소송(2012다202932)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구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에 따르면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지만,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돼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모르는 소유자와 부동산의 취득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 그 계약은 유효하다"며 "문제의 아파트 수분양자인 B씨가 대내적으로는 자신이 수분양권을 계속 보유하기로 하되 명의만 누나인 A씨로 하는 내용의 명의신탁약정을 맺으면서 수분양자 지위를 이전하는 계약인수약정을 체결하고, 명의신탁 약정의 존재를 모르는 아파트 분양자 조합이 이를 승낙했다면 이는 이른바 계약명의신탁 관계에서 약정의 존재를 모르는 분양자와 사이에 분양계약을 체결한 경우와 같아서 분양계약 인수약정은 유효하다"고 밝혔다.[명의 신탁은 누나(명의자)와 동생(실질적인 소유자))]이 하고 거래는 누나A와 조합이 거래함)
이어 "A씨는 국가가 미납 법인세를 납부하라고 고지하자 곧바로 B씨에게 아파트 수분양권 명의를 넘겼는데, A씨가 아파트 분양권에 관해 완전한 권리를 취득한 이상 이는 A씨의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제공되는 책임재산이 된다"며 "A씨가 채무를 변제할만한 재산이 없는데도 분양권을 B씨에게 다시 넘긴 행위는 국가를 포함한 다른 채권자의 이익을 해하는 것으로서 사해행위에 해당돼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A씨가 B씨에게 분양권을 넘긴 것은 명의신탁의 약정에 의한 실질적인 소유권을 반환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거래절차에 의한 거래이며 이는 사해 행위이다라는 것임)
B씨 부부(남동생)는 2009년 서울 용산구 재개발 아파트 분양권을 10억여원에 사들이기로 했지만 자신들의 명의로는 더 이상 중도금 대출이 어려워지자 분양권 명의를 A씨(누나)로 하는 명의신탁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듬해 A씨는 자금난을 겪으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의 법인세를 체납했고, 납부 독촉을 받게 되자 아파트 분양권이 압류될까 두려워 명의를 B씨 부부에게 다시 돌려줬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국가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은 "아파트 분양권 잔금을 실질적으로 부담한 사람은 B씨 부부여서, A씨가 명의를 돌려준 행위를 사해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실질적인 소유자에게로 돌려준 것으로 판단). 그러나 2심은 "분양자 조합이 승인한 이상 A씨(계약명의 신탁이며 조합이 선의이기에 소유권이 누나이다로 판단하고 누나가 압류를 피하기 위해서 동생에게 돌려 준 것임이라 판단함)가 아파트 분양권을 인수한 계약은 유효하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