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환 키움증권 연구원 | 지난 금융위기 이후 개인 PC시장에서 글로벌 소비트렌드는 큰 변화를 보였다. 기존의 마이크로소프트와 IBM이 만들어 놓은 ‘데스크탑(Desktop) 철옹성’을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기기’ 시장으로 바꾼 것이다. 2013년 기준 전세계 약 14억 인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올해는 약 17억600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애플과 구글이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모습은 과거 IBM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모습과 비슷하다. IBM은 하드웨어를 만들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를 탑재한 뒤, 시장에 소스를 오픈하고 모든 기업이 이들의 플랫폼을 통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팔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 이 시장은 지난 30년간 부동의 입지를 굳히고 있었으나 최근 그 판도를 애플과 구글이 바꾸고 더욱 진화시킨 것이다. 애플이 IBM과 같은 플랫폼(아이폰, 아이패드)을 만들고 OS 소스를 공개해 수많은 어플리케이션 기업들이 이들 플랫폼을 가지고 장사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게다가 어플리케이션 유료 결제를 할 때마다 애플에게 $1의 사용료가 결제된다. 일종의 자릿세를 받는 것이다. 구글도 강력한 OS인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스마트기기에 이를 탑재시키고 있다. 이제 개인사용자는 스마트기기를, 업무용 사용자는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로 그 사용 영역이 나뉠 정도이다. 하지만 애플 눈에는 이마저도 성에 안 찬다. 최근 IBM과 협의를 맺고 업무용 비즈니스 플랫폼을 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애플의 스마트기기에 IBM의 비즈니스앱을 탑재해 은행, 보험, 여행, 리테일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에게 이를 판매할 생각이다. 이는 마치 버거킹이 빅맥(맥도날드 버거)을 파는 것과 유사하다. IBM 입장에서는 수모이지만 IBM도 이미 이들과 손을 잡지 않으면 뒤쳐질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IBM이 가지고 있는 기업솔루션 노하우를 애플과 결합시키는 것이다.애플과 구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 두 기업은 본격적인 기업인수 경쟁에 돌입했다. 스마트기기를 생활 전체로 확산시키기 위해 애플은 1년간 약 30개에 가까운 기업을 인수하고 있다. 애플은 NFC 기능을 이용해 금융결제시장에 뛰어들 예정이며, 동시에 구글과 생활 전체를 스마트기기와 연동시키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각종 전자, 가전제품, 웨어러블 기기 등에 대한 개발 비용을 아끼지 않을 전망이다. 또 의료기기,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시스템, 산업용 장비 등 다양한 영역에 이들의 스마트 기기를 침투시킬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과 결합해서 동반 성장을 하고 있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유투브 등은 스마트기기 사용자들에게 감정적인 즐거움도 선사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그 영역을 크게 넓힐만한 소재를 선보이지 않고 있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삼성전자의 경우 2007년부터 현재까지 21개의 기업을 인수했다. 2013년엔 6개의 기업을 인수하는데 그쳤다. 삼성이 가진 다양한 인프라는 오히려 애플보다 더 그 영역이 넓을 수 있는데 이를 활용 못하고 있는 모습은 다소 안타까울 뿐이다.지난 5년간 앞서 언급한 기업들의 주가차트를 살펴보면 애플의 상승세가 가장 높다. 애플은 약 300%, 구글은 약 150% 수익률을 보였다. 스마트기기 트렌드가 강하게 작용했음을 주가를 통해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80.85%), IBM(+62.60%), 삼성전자(+49.94%)는 비교적 주가 상승률이 제한적이다. 애플과 구글에 대한 증시 고점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나 앞서 언급한 이들이 앞으로 보여줄 사업구도(금융, 사물인터넷 등)에 대해서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그 비즈니스 모델을 조금 더 넓혀, 이미 가지고 있는 가전, 전자기기 플랫폼 사업을 100% 스마트기기와 활용할 수 있는 저력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미국은 이미 모든 가전, 전자제품을 이들 스마트기기와 연동 지어 그 개발범위를 넓히고 있다. 마치 과거 영화에서 보던 것 같은 만능 리모콘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품개발에 있어서 미국만큼 창의적인 나라는 없다. 삼성전자의 경쟁자는 국내 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국내주식만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반드시 미국주식도 함께 보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