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리움(Anthurium)
안수리움은 천남성과(天南星科)의 여러해살이 관엽식물로 열대 아메리카에 약 800종이 분포돼있다. 그리스어로 ‘꽃’을 뜻하는 안토스(anthos)와 ‘꼬리’라는 말인 오라(oura)로 이루어진 합성어로 ‘꼬리달린 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어로는 머리를 기우린 새를 닮았다하여 ‘Flamingo Flower’로 불린다. ‘Boy Flower’라고도 한다는데 사내아이의 상징을 뜻하는 장난스런 별칭이다. 땅에 뿌리를 내리는 지생종과 기근을 뻗고 나무에 붙어사는 착생종이 있으며. 흔히 볼 수 있는 분재용 외에 넝쿨 성 품종도 있다.
이 꽃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그 강렬한 색감과 이국적 형태에서 찾을 수 있다. 불꽃같은 빛깔은 광택이 드라마틱하고 우단 같은 질감에 엽맥이 뚜렷이 부각된다. 흡사 가위로 오려 에나멜 코팅을 한 듯 반짝이는 모습은 조화로 착각하기 십상이고 언뜻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흔히 윤기 나는 하트모양의 빨간 부분을 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잎이 변해서 생긴 불염포 (佛焰苞)라는 꽃턱잎이고 중앙에 막대처럼 튀어나온 원통이 육수꽃차례(肉穗花序)라고 하는 꽃대다. 그 위에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꽃이 무리지어 핀다.
주로 꽃턱잎의 색과 모양을 감상하게 되는데 이상하게 발달한 육수꽃차례도 있어 관상 대상이 된다고 한다. 불염포는 트로피칼한 붉은 색이 대부분이지만 화사한 감각의 분홍이나 청초한 느낌의 흰색 그리고 백, 초록, 분홍 등의 혼합색이 있다. 크기도 소형부터 대형까지 여러 가지다. 육수꽃차례는 황색 백색이 일반적인데 붉은 색 계통이나 초록색도 있다. 잎은 자루가 길고 짙은 녹색에 광택이 있으며 좁은 심장형이나 길쭉한 타원형 등 종류가 많다.
이번 전시회에는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녹색과 오묘한 색감의 갈색 안수리움이 출품됐다.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했는데 분재된 것이 아니고 유리병에 절화로 꽂혀있다.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절화로만 수입됐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산이 안 되는지 궁금하다.
사시사철 잎은 초록색이고 꽃은 한번 피면 한 달 이상 유지되기 때문에 분재뿐 아니라 꽃꽂이로도 많이 애용된다. 독특한 질감과 강한 개성을 갖고 있어 정적인 장식보다는 적극적인 분위기 조성에 알맞다. 소재 표면이 물에 강해 수경재배로 키울 수 있고 수중장식으로도 적합하다고 한다. 물 채운 긴 투명 화병 속에 설치한 작품을 사진으로 본 일이 있다. 냄새제거, 공기정화 기능이 있다.
꽃말은 ‘번뇌’.
헬리코니아(Heliconia)
헬리코니아는 외떡잎식물인 생강 목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으로 열대아메리카와 남태평양 제도 우림에 100~200종이 분포한다. 그 이름은 예술의 여신 뮤즈가 산다는 그리스 신화 속 헬리콘 산에서 유래됐다고 하며 꽃의 우아한 자태를 표현한 것이다. 영어로는 꽃 모양이 바닷가재 집게발을 닮았다 해서 흔히 Lobster Claws라고 불리지만 앵무새 부리와 비슷해 Parrot beaks라는 호칭도 갖고 있다. 언뜻 보기에 ‘극락조(Bird-of-paradise)화’와 유사한 느낌이 있어 ‘가짜 극락조화’로 불리기도 하는데 꽃의 빛깔은 헬리코니아 쪽이 훨씬 정열적이다.
명도 높은 열대성 색감과 개성적인 형태가 특출하여 한번 보면 잊지 못할 강렬한 인상을 받는 꽃이다. 수십 년 전 하와이 식물원에서 처음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온실에서나 접하던 가냘픈 초목들을 야생 상태로 대하는 남국의 회포가 각별했는데 그 중에서도 이국정서를 가장 애틋하게 자극했던 것이 이 찬란한 꽃이다.
높이 60cm 정도에서 5m를 넘는 것까지 종류가 다양하며 잎은 녹색의 긴 타원형으로 파초나 바나나와 비슷하다. 줄기는 가늘고 기부로부터 여러 대가 자란다. 그 중심에서 나온 꽃대의 끝, 꽃차례(화서)에 가재 집게 모양의 포가 여러 개 두 줄로 달린다. 선명한 열대성 색조가 주로 붉은 색인데 종류에 따라 황색이나 녹색이 섞인다. 꽃은 광택이 있으며 동적 현대적 절화로 애용되는 트로피칼 플라워 중에서도 대표로 불릴 만큼 화려하다.
그런데 안수리움과 마찬가지로 이 아름다운 꽃모양이 사실은 꽃이 아니라 꽃받침이 변해서 만들어진 꽃턱잎으로 포(苞, bract)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 포속에서 여러 개의 진짜 꽃이 핀다. 포에 싸여 가루받이(수분)하는 방식이 또 흥미롭다. 새나 박쥐가 헬리코니아의 꿀을 빠는 과정에서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운반되는 것이다. 새 중에서도 벌새(Hummingbird)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포의 구조가 꿀을 섭취하기 쉽도록 돼 있을 뿐 아니라 빗물을 저장하는 그릇 역할을 하고 있어 물을 마시며 화분도 나른다는 것이다.
헬리코니아와 꿀을 빨고 있는 벌새…….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밀림의 낭만적 그림이다.
우리나라 동백이나 매화, 벚꽃도 동박새, 직박구리 등에 의해 화분이 매개되는데 이와 같은 꽃을 조매화라고 한다.
헬리코니아의 꽃차례는 위로 직립하는 것과 밑으로 늘어지는 것 등 두 종류로 크게 나뉜다.
사진 오른쪽에 있는 것이 직립성 헬리코니아로 선명한 주홍색 포는 상변을 따라 노란 테를 둘렀다. 인터넷에 올라있는 사진 중에서 헬리코니아 비하이(Heliconia Bihai)와 가장 닮았는데 키 1m 내외의 소형 품종인 헬리코니아 스트릭타(Heliconia Stricta)와도 비슷하다.
꽃차례가 밑으로 쳐지는 유형에서 가장 대표적인 품종은 헬리코니아 로스트라타(Heliconia Rostrata)다. 앵무새 부리를 닮은 노란 테두리의 붉은 포가 다닥다닥 두 줄로 매달린 모습이 도록을 봐도 탐스럽다. 사진 왼쪽의 늘어진 헬리코니아는 로스트라타처럼 화려하지는 않으나 분홍과 연두색의 색조가 연하고 부드럽다. 길쭉한 포가 꽃차례에 성글게 붙은 형상으로 보아 헬리코니아 섹시 핑크(Heliconia Sexy Pink)가 아닌가 생각된다.
꽃말로는 ‘유별난 사람(Strange man)’, ‘주목’, ‘각광’, ‘불관용, 등 애매한 낱말이 여러 개 검색되는데 범용으로 쓰이는 말은 없는 듯하다.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나라꽃이다.
알리움(Allium)
알리움이란 외떡잎식물 백합과(또는 부추과)의 부추속 식물을 통틀어 부르는 학명이며 라틴어로는 마늘을 뜻한다고 한다. 야생종 포함 700종 이상이 각 대륙 북반구에 분포하는 큰 가족이며 파, 부추, 마늘, 양파 등이 모두 이 집안에 속한다. 정도의 차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마늘 냄새를 내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알리움이라고 부르는 말은 그중에서 분화, 화단, 꽃꽂이 등 관상용으로 재배되는 일부 품종을 일컫는 것이다. 종류는 많지 않아 대략 40~50정도로 추정한다. 세계적으로 대부분이 네덜란드에서 재배돼 미국 등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일본이나 이스라엘에서도 일부 품종이 생산된다고 한다. 꽃대가 길고 꽃이 큰 대형과 키와 꽃 지름이 작은 소형으로 구분되는데 대형 종은 주로 절화용으로 쓰이고 소형 종은 화단이나 분화용으로 사용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큰꽃 알리움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알리움 기간티움(Allium Giganteum Regel)이다. 꽃대가 곧으며 꽃이 크고 아름답다. 빨대처럼 뻗은 꽃대가 보라색 둥근 공을 하나씩 달고 죽죽 무리지어 서있는 광경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기이한 볼거리다. 야외 화초밭을 거닐던 사람들이 허공에 나란히 떠 있는 작은 불꽃에 홀려 너나없이 탄성을 지른다.
폭 5㎝정도의 좁고 길쭉한 잎 사이에서 꽃줄기가 곧게 솟아 90∼150cm 높이로 자라고 그 끝에 분홍색의 작은 꽃들이 지름 10∼15cm로 둥글게 뭉쳐 핀다. 꽃차례의 주축에서 짧은 꽃꼭지가 우산살처럼 팔방으로 뻗쳐 우산 꼴이나 공 모양으로 밀집된 200여 개의 자잘한 꽃을 피우는데 이와 같은 형태를 산형꽃차례(傘形花序)라고 한다. 꽃은 꽃잎 여섯 장, 수술 여섯 개, 암술 한 개로 되어 있고 암술은 끝이 3부분으로 갈라져 있다. 꽃이 피면서 잎은 시든다.
알리움은 꽃과 꽃대로 기하학적 도형을 손쉽게 구성할 수 있어 꽃꽂이의 소재로 애용된다. 위의 사진은 장내 전시된 작품으로 곧게 뻗은 수직선으로 다섯 개의 공을 공중에 띄어 힘의 균형을 팽팽하게 표출했다. 밑에 곁들인 하얀 꽃은 ‘베들레헴의 별꽃’이라 불리는 오니소갈룸(Ornithogalum), 청색 꽃은 델피니움으로 보인다. 알리움을 소재로 한 장식에서 꽃대는 거의 곧은 선으로 쓰이지만 철사나 넝쿨같이 뒤틀리거나 굽은 형태로도 사용된다. 외국의 꽃꽂이 사진을 봐도 굽이쳐 돌아간 꽃줄기 끝에 둥근 꽃이 매달린 작품을 근간 많이 볼 수 있다.
알리움 스파에로세파론(Sphaerocephalon)이라는 절화용 품종은 꽃대를 자유롭게 굽힐 수 있어 형태에 여러 가지 재미있는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곡선은 재배농가에서 여러 기법을 사용하여 인공적으로 변형 육성하는 것이며 아무 때나 임의로 가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꽃이 필 때 위로부터 붉어지며 하변 일부에 연두색이 남는 성질이 있어 일본사람들은 이 품종에 단정(丹頂)이라는 이름을 붙여 부른다. 줄기가 1m정도, 가늘고 길게 자라며 홍자색의 작은 꽃이 핀다.
알리움의 꽃말은 ‘끝없는 슬픔’ 또는 ‘멀어지는 마음’이라고 한다. 꽃이 예쁘다고 선물했다 낭패당하기 십상이니 조심할 일이다. 특히 사랑하는 사이라면 치명적이다.
아마릴리스(Amaryllis)
아마릴리스는 잘 알려진 대표적인 구근식물의 하나다. 그러나 우리에게 익숙한 이 꽃이 식물학 상으로는 아마릴리스가 아니고 히페아스트룸 하이브리둠(Hippeastrum hybridum)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분류된다. 과거에는 그 꽃들이 아마릴리스라는 큰 속에 포함돼있어 학명를 그대로 빌려 썼는데 1821년 이뤄진 재분류로 히페아스트룸속으로 옮겨진 것이다. 학명이 바뀌었지만 과학적 분류에 어두운 일반사람이 아마릴리스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아마릴리스속은 크게 축소되어 아마릴리스 벨라돈나(Amaryllis belladonna) 등 두 가지 품종만 남아있다고 한다.
이름의 경위야 어떻든 우리와 친숙한 아마릴리스는 백합목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식물이다. 남미와 멕시코가 원산지로 오늘날 재배되는 원예품종은 여러 야생종을 교배하여 만들어낸 것이다.
구근은 양파모양의 비늘줄기이며 여러 층의 피막으로 쌓여있다. 비늘줄기에서 두툼한 잎이 솟으면서 속이 빈 굵은 꽃대가 힘차게 뻗어 나와 그 끝에 나팔모양의 꽃이 2~4송이 산형 꽃차례를 이루며 핀다. 한 쌍 또는 두 쌍의 길쭉한 봉오리가 등을 대고 개화하는데 이때 쌍권총 겨누듯 서로 역으로 벌어지며 아마릴리스 고유의 독특한 형태를 드러낸다. 180도 반대쪽을 향하기 때문에 꽃들은 제 짝의 예쁜 얼굴을 한 번도 못보고 평생을 살아간다. 어떤 면에서 측은한 생각마저 들게 되는 생물이다.
꽃은 백합처럼 6장의 꽃덮이조각(花被片)으로 이뤄지며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꽃덮이조각이란 꽃받침잎과 일체를 이뤄 서로 구분할 수 없게 된 꽃잎을 말한다. 꽃이 진 다음 군자란을 닮은 녹색 잎이 무더기로 나오며 끝이 뒤로 젖혀진다.
재래종 아마릴리스는 붉은 색이 대부분으로 흰줄이 일부 섞인 정도였는데 근래에는 대폭적으로 품종이 개량돼 크기나 모양, 색채까지 다양해졌다. 적, 분홍, 백, 오렌지에 복색이나 그물무늬 등 여러 색깔이 있으며 꽃이 크고 화려하다. 꽃잎도 폭이 가는 것, 두껍거나 둥근 것 그리고 홑꽃, 겹꽃까지 종류가 많다.
아마릴리스가 보급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재래식 종자번식에 더하여 비늘줄기 등을 이용한 영양번식의 새로운 기술이 실용화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네덜란드를 기점으로 새로운 품종이 크게 퍼져나갔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대륜계(大輪系)의 아마릴리스 레드라이온(Red Lion)이다. 비단 같은 광택에 벨벳을 닮은 화사한 질감, 큼직한 진홍색의 매력이 압도적이다. 밝은 오렌지색에 흰 줄이 들어간 플라워 레코드(Flower Record)도 근래 즐겨 찾는 품종의 하나다. 적백 혼색계로 꽃잎 밑쪽으로 푸른빛이 약간 섞인다. 색감이 온화하고 모양이 우아한 품위 있는 꽃이다.
아마릴리스는 기온 10도 밑에서 동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잎을 노랗게 말리고 5~7도정도의 건조한 장소에서 봄을 기다린다. 겨울에 실온이 높은 방안에서 동면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물을 주지 말고 적당한 장소로 옮겨 잠을 재우도록 한다. 주로 분재로 재배되지만 곧은 줄기와 선명한 색채를 살려 절화로도 많이 이용된다. 속이 빈 꽃줄기는 쉽게 찢어지기 때문에 꽃대 속에 보강재를 넣어 장식하는 것이 좋다.
꽃말로는 눈부신 아름다움, 침묵, 정숙, 긍지, 정열, 겁쟁이, 수다쟁이 등 여러 개가 검색된다. 침묵, 겁쟁이는 야생종 아마릴리스의 꽃말이고 눈부신 아름다움, 수다쟁이, 정열은 원예품종의 꽃말이라는 해석도 있다.
프로테아(Protea)
쌍떡잎식물, 프로테아목, 프로테아과의 한 속인 상록 관목이며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다. 속의 명칭인 프로테아는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꾼다는 그리스 바다의 신 프로테우스(Proteus)에서 유래된 것이며 꽃이나 잎의 크기, 모습, 색상 등이 매우 다양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프로테아과(Proteaceae) 식물은 약 1,600 종이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등 남반구 전반에 걸쳐 이른바 곤드와나(Gondwana)적 분포를 보이고 있으며 그 일부인 115 종정도의 프로테아속이 남아프리카에서 열대아프리카에 걸쳐 분포한다. 곤드와나란 현재 남반구의 땅 모두가 하나였다고 믿어지는 과거의 초대륙 이름이다.
그중 대표적 품종이 자이언트 프로테아로 불리는 프로테아 키나로이데스(Protea Cynaroides)다. 종소명인 키나로이데스는 두상화서가 비슷한 아티초크의 속명인 키나라(Cynara)에서 따왔다고 한다.
붉은색을 띤 줄기가 곧게 자라고 달걀 모양의 가죽질 잎이 마주 달리며 가지 끝에 흰색이나 분홍색의 꽃이 핀다. 하나로 보이는 큰 꽃이지만 사실은 수많은 꽃이 모여서 만들어진 꽃차례(花序)이며 둥근 대좌 가장자리에서 중앙으로 털실 같은 하양 꽃이 자잘하게 피어 들어간다. 이와 같은 개화형태를 두상꽃차례(頭狀花序)라고 한다. 그 주위를 흰 털로 곱게 덮인 총포편(総苞片)이라는 포엽이 둘러서는데 유백색에서 핑크, 진홍색까지 다양한 색을 띤다. 은빛 광택을 보일 때 특히 아름답다. 공처럼 생긴 두상화서를 가운데 두고 꽃잎 같은 총포편이 삐죽삐죽 돌아가면서 지름이 12cm에서 30cm에 이르는 한 송이 커다란 꽃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꽃이 큰 만큼 프로테아는 매우 많은 꿀을 생산하고 유혹을 받은 곤충이나 새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분(가루받이)을 이룬다. 꿀을 빨며 꽃가루를 옮기는 슈가버드(Sugarbird)나 태양새(Sunbird)는 프로테아 시든 꽃으로 둥지를 만들며 꿀 찾아 모여든 벌이나 풍뎅이, 딱정벌레도 잡아먹는다.
자생하는 프로테아의 번식은 주로 산불에 의존하는데 열매가 불에 타야만 종자를 퍼트릴 수 있기 때문이며 아울러 땅속줄기의 발아도 촉진된다는 것이다. 원예종의 번식은 여름 꺾꽂이나 씨앗으로 하지만 일반적으로 접목을 많이 사용한다. 뿌리는 빽빽하게 밀집하여 이른바 프로테오이드 뿌리(proteoid root)를 형성하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인산과 같은 영양분을 흡수한다. 인 비료를 주면 이 뿌리가 발달하지 못해 죽는 경우가 있으므로 양분이 너무 많은 흙도 좋지 않다고 한다.
키가 2m까지 자라는 당당한 모습의 프로테아 키나로이데스는 왕자의 품격을 지녔다하여 킹 프로테아(King Protea)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크기 뿐 아니라 형태도 위엄 있는 왕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남아프리카에 도착한 유럽 사람들이 이 꽃을 발견한 이래 프로테아는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식물이 되었으며 197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화로 지정되었다.
박람회장 남아프리카공화국 부스에는 키나로이데스를 비롯하여 몇 가지 프로테아가 국기와 함께 전시됐다.
프로테아는 키나로이데스와 레펜스 두 종류가 주종이나 그 외에도 많은 원예 개량종이 있다. 검색을 해보면 킹 뿐 아니라 퀸프로테아, 프린세스프로테아 등 왕족 일가의 품종이 다 나온다.
프로테아 레펜스(Protea Repens)는 1976년까지 남아공화국의 국화였으며 총포편이 적색에서 백색까지 다채롭다. 꽃은 킹프로테아에 비해 여성적이며 잎이 가늘고 길다. 크림색 복륜의 붉은 꽃이 특히 아름다우며 꿀이 많아 ‘슈거(sugarbush)’나 ‘허니(honey)’등 애칭으로 불린다.
프로테아 핑크아이스(Protea Pink Ice)는 겹겹 쌓인 꽃잎이 수줍게 입을 벌린 느낌의 꽃이다. 대부분의 프로테아와 달리 핑크아이스는 최성기에도 포엽을 완전히 열지 않는 품종이다. 아름다운 분홍색 총포편이 흰 털에 덮여 은빛으로 빛나고 그 속에 보송보송 솜털 같은 꽃차례가 볼록 솟아있다. 또 다른 이국적 분위기를 가진 화사한 꽃이다.
많이 쓰이는 꽃말은 ‘고운 마음’이다. 화려한 이미지에 비하여 의외로 소박하다. 그 외에 ‘자유자재’, ‘달콤한 사랑’ ‘왕자의 풍격’이라는 말도 있다. ‘자유자재’는 ‘프로테아’라는 이름의 어원에서 비롯된 것이고 ‘달콤한 사랑’은 풍부한 꿀을 상징하는 듯하다. ‘왕자의 풍격’은 킹프로테아에 해당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국화(Chrysanthemum)
국화는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 중에서 가장 많이 분화한 종의 하나다. 근대적 식물 분류 체계인 APG II에서는 국화목으로 분류된다.
영문으로는 Chrysanthemum, 얼른 보기에도 읽기 퍽 까다롭게 생긴 철자다. - ‘크리샌써멈’, 그래선지 이말 쓰는 나라에서도 마지막 세 글자만 따서 흔히 'mum(멈)'이라 부른다. 그리스어로 황금이란 뜻의 ‘chryso-’와 꽃을 뜻하는 ‘‐anthemon’이 합성된 낱말이며 노란 꽃이 많은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원예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짧게 줄여 ‘xants’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키가 1미터 정도 자라며 꽃의 색깔은 노랑, 하양, 빨강, 보라 등 무척 다양하다. 주로 가을에 피는데 해가 저물도록 은은하게 오상고절(傲霜孤節)의 향기를 풍겨 예로부터 매화, 난초, 대나무와 더불어 사군자의 하나로 사랑을 받았다. 가을 막바지 고고하게 기개를 지키던 국화가 시들어 떨어지면 바로 겨울이다. 당나라 시인 원진은 ‘此花開盡更無花 - 이 꽃 지고나면 이제 더 꽃은 없으리니’ 하고 탄식했다.
아시아와 유럽 온대지방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30여종이 분포하고 우리나라에는 감국, 산국, 뇌향국화, 산구절초, 갯국화, 울릉국화 등 10여 가지의 야생종이 산이나 들에 자생한다. 줄기 끝에 꽃이 피는 두상화(頭狀花)로 100-400개의 작은 꽃이 모여 하나의 꽃을 이루는데 가늘고 긴 통모양의 관상화(管狀花)가 중앙에 자리를 잡고 주변으로 혀 모양의 설상화(舌狀花)가 꽃잎처럼 둘러선다. 관상화는 암술 수술이 모두 달리는 양성화지만 가장자리에 피는 설상화는 암술만 있는 단성화다.
재배국화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으나 감국과 구절초의 교잡을 거쳐 장기간 육종된 것으로 추정한다. 오랜 세월 관상용이나 꽃꽂이용으로 재배한 결과 수없이 많은 품종이 개발됐다. 계절에 따라 하국, 추국, 동국으로 나누고 꽃 크기에 따라서는 대국, 중국, 소국으로 대별하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분류한다.
서양에서는 꽃대에 붙은 봉오리를 따지 않고 여러 송이의 꽃을 피워 절화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인데 이렇게 육성한 꽃을 스프레이 국화(Spray mum)라고 한다. 스프레이라는 낱말에는 잔가지로 갈라진다는 뜻이 있으며 화형이 분무기로 뿜칠 하듯 무리를 이룬다 해서 생긴 이름이란 해석도 있다. 꽃이 작아 귀엽고 청순한 특징이 있으며 새로운 품종이 계속 개발돼 색채와 형태가 무척 다양하다. 1940년 경 미국에서 시작돼 영국, 네덜란드로 전파됐다고 하며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에 보급됐다. 이에 비하여 꽃자루 하나에 꽃 한 개만 피도록 키우는 국화를 스탠더드 국화(Standard mum)라고 부른다. 꽃대 머리에 맺힌 꽃망울 하나만 놔두고 나머지 곁 봉오리는 모두 제거하기 때문에 꽃이 크고 화려하다. 옛날부터 동양에서 육성된 분재는 거의 이와 같은 형식이며 대부분이 겹꽃이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폼폰국화(Pompon mum)가 많이 출품돼 관람객의 관심을 모았다. 폼폰국화란 몽글몽글 털실 방울을 연상시키는 작고 동그스름한 꽃으로 겹꽃과 유사하나 꽃잎 모습이 매우 짧다. 뜨개질 코나 바늘귀 닮은 꽃들이 가지런히 늘어선 맵시가 앙증맞고 귀엽다. pompon이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깃털, 비단실 등의) 방울 술이나 군모(軍帽)의 술을 뜻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미식 축구장에서 응원하는 치어걸들이 흔들어대는 방울 술이 폼폰이다. 옛날 어딘가 가까이 늘 귀엽게 피어있던 퐁퐁달리아. 그 퐁퐁이라는 예쁜 어원이 바로 이 폼폰이었던 것이다.
색채도 다양한데 예전에 못 보던 녹색계통의 국화, 그린 멈(Green mum)이 여기저기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에서 개발됐으며 부드럽게 절제된 색감으로 고고한 품위를 의젓하게 드러낸다. 잎과 꽃의 색이 유사하다는 의외성에서 참신한 느낌을 받게 되는듯하다. 결혼식 부케로 적합하며 테이블 어렌지먼트에도 즐겨 쓰인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에게 그린 멈 부케가 제공됐다.
말레이시아와 일본 부스에는 동글동글 공같이 생긴 국화가 핑퐁국화(Ping Pong mum)라는 이름으로 전시됐다. 예전에는 없던 생김새로 근래 몇 년 사이 크게 인기를 끌게 된 품종이다. 폼폰국화 중에서 완전히 둥글게 키운 품종을 탁구공 닮았다하여 그리 부르게 된 모양인데 지름이 5~6cm 정도로 약간 크다. 흰색이나 노랑 분홍으로 단출하던 꽃 색도 이제는 제법 다양해졌으며 통통 튀듯 깜찍한 모습이 국화라는 낱말로 상징되던 선입감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단순한 형태가 시대적 트렌드에 잘 어울리고 수명이 길어 꽃꽂이 소재로 많이 애용되리라 생각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또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은 인위적으로 화려하게 착색된 국화나 장미를 여러 종류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채색된 꽃이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던 것이 몇 년 전인데 그새 기법이 개발돼 장미의 경우 서너 가지 색으로 레인보우 효과를 낸 것부터 자연에서 볼 수 없는 검정이나 금빛으로 치장한 것까지 등장했다. 꽃은 본래 상당량의 고유색을 갖고 있으며 해당 색소가 발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색상의 변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 한도를 넘어 완전히 다른 색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유전자 조작 밖에 없으며 실현까지는 많은 시일이 소요되리라는 관측이다.
이번에 출품된 채색국화는 차원이 낮은 간단한 방법으로 만들어낸 염색국화이며 염료를 넣은 물에 꽃대를 담가 색소를 빨아들이게 하여 일시적으로 색을 변화시킨 것이다. 꽃대를 통해 물감을 흡수하기 때문에 잎과 줄기도 함께 변색하는 결함이 있다. 국화의 절화는 수명이 길어 염색 후 꽃병에서 자란 꽃잎이 원래 색을 띄게 된다. 염색의 효과를 오래 유지하려면 꽃이 완전히 핀 다음에 물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한다.
자연으로 피어난 꽃에 인위적으로 물을 드린다는 것은 꽃의 마음으로 볼 때 삶의 순리를 멋대로 어지럽히는 인간의 횡포일 것이며 꽃을 좋아하는 순수한 심정으로 선뜻 받아드릴 수 없는 소행이다. 그런 정서에선가 막연한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한편 원색으로 물든 선명한 꽃의 마력에서 눈을 돌리기 또한 쉽지 않다. 우아한 국화의 정적 이미지에는 없던 강렬한 힘의 대비를 느끼게 되는 것이 겸양에서 상생으로 흐르는 시대의 조류와 어딘가 상통하는 바가 있는 듯하다.
장미에서 시작된 염색 기술이 국화에도 적용돼 플라워 어렌지먼트 등 새로운 수요층도 형성된다하니 생명의 신비라는 차원에 더하여 조형과 색채라는 현실적 관점의 접근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생각하게 된다.
국화의 꽃말은 청순, 정조, 평화, 절개, 고귀, 고결, 생명력 등 주로 절의와 기개의 뜻을 담고 있다. 꽃 색으로도 구분되는데 흰 색은 성실, 진실, 감사 / 노란색은 짝사랑, 깨어진 사랑, 실망 / 그리고 빨간색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애정 등을 나타낸다고 한다.
'아름다운 풍광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동해가 한눈에 보여요~ (0) | 2013.06.17 |
---|---|
[스크랩] 걷기만해도 힐링이 되는 사려니 숲길? (0) | 2013.06.17 |
[스크랩] 제9회 해운대 모래축제 (0) | 2013.06.13 |
[스크랩] 전주 한적한 곳의 예쁜 단독주택 사진입니다. (0) | 2013.06.12 |
[스크랩] 부산 광역시 동래구 복천동 北門. 장영실 과학동산 입니다 (0) | 2013.0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