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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부진정연대채무 다액채무자가 일부변제한 경우 '외측설'로 판례 변경

LBA 효성공인 2018. 3. 24. 17:24


[판결] 부진정연대채무 다액채무자가 일부변제한 경우 '외측설'로 판례 변경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부터 손해배상책임 소멸"
소액채무자 부담도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소멸 '과실비율설' 폐기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인중개사 대상 손해배상소송 원심 파기 환송

이세현 기자 shlee@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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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불법행위 등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서 다액채무자가 채무의 일부를 변제한 때에는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부터 손해배상책임이 소멸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종전 대법원은 이 경우 소액채무자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도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만큼 소멸한다는 '과실비율설'을 취해왔는데 기존 판례를 이른바 '외측설'로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2일 전모씨가 "1억17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공인중개사 김모씨와 부동산중개보조원 서모씨(중개보조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2다74236)에서 "서씨는 1억1700여만원을 배상하고, 이중 5800여만원을 김씨(공인중개사)와 연대해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대법관 12명(김소영 대법관은 1심 재판장이어서 제외됨)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씨(임대인)는 2009년 9월 김씨의 중개로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를 우모(임차인)씨에게 임대하면서 우씨로부터 받은 잔금 수령권한을 김씨의 중개보조원인 서씨에게 위임했다.


그런데 서씨는 우씨로부터 받은 임대차보증금의 잔금 1억9800만원과 전씨로부터 대출금을 변제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받은 대출금 상환수수료 540여만원 등 2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해 자신의 아파트를 사는데 썼다.(1억9800만원+540만원=2억340만원)


 서씨는 2010년 2월 뒤늦게 전씨에게 임대차보증금 잔금 중 9700여만원을 변제했지만 나머지 돈은 갚지 못했다.( 2억340만원-9700만원=1억640만원)1억640만원


이에 전씨는 서씨와 서씨의 사용자인 김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공동불법행위를 저지른 피용자가 손해를 일부 변제한 경우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어디까지 소멸하는지 그 범위가 쟁점이 됐다.


김씨는 공인중개사법 제30조 1항에 따라 서씨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만, 전씨(임대인)에게도 과실이 있었으므로 과실상계에 의해 그 중 50%인 1억900여만원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책임이 있었다.


그런데 소송 전 서씨가 9700만원을 전씨에게 변제했기 때문에 이 금액이 김씨와 서씨가 공동불법행위로 책임질 부진정연대채무 가운데 누구의 것부터 얼마나 소멸되는지가 문제가 된 것이다. (공인중개사와 연대책임의 것이 변제되었나 아니면 자기 것을 먼저 변제하였나는 문제)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관계에 있을 때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한 경우, 그 변제로 인해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부터 소멸한다"며 "서씨는 1억1700여만원을 배상하고 이중 1억900만원을 김씨와 연대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외측설'에 따른 결론이었다.


그러나 2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 입장인 '과실비율설'을 따랐다. 2심은 "(이 경우) 소액채무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금액만큼 소액채무자와 공동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도 소멸한다"며 김씨가 부담해야 할 연대책임을 5800여만원으로 줄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심을 지지하며 원심을 파기하고 기존 판례도 변경했다.


대법원은 "종래 대법원 판례는 사용자책임과 공동불법행위책임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과실상계로 인해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할 손해액의 범위가 달라져 다액채무자와 소액채무자가 생기게 되었을 때 과실상계가 궁극적으로 다액채무자 본인이 손해를 배상할 자력이 없는 경우 피해자와 소액채무자 사이에 그로 인한 손해를 공평 타당하게 분담하도록 하려는 데 있다는 이유로 과실비율설을 따랐다"며 "그러나 과실상계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할 때 적용되는 법리이므로 피해자의 손해액 중 자신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액수를 책임지게 함으로써 과실상계를 인정하는 취지가 달성됨에도 과실상계의 법리가 다액채무자의 무자력으로 인한 손해의 분담에까지 적용된다고 보는 것은 과실상계를 중복 적용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부진정연대채무란 수인의 채무자가 동일한 내용의 급부에 대해 각자 독립해 전부를 급부할 의무를 부담하는 다수당사자의 법률관계를 말한다"며 "채무 전액의 지급을 확실히 확보하려는 이같은 부진정연대채무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다액채무자의 무자력에 대한 위험의 일부를 채권자인 피해자에게 전가 한다면 이는 채권자의 지위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제도 취지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 관계에 있을 때에는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를 하는 경우 그 변제로 인해 먼저 소멸하는 부분은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또 "이러한 법리는 사용자의 손해배상액의 범위가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해 과실상계를 한 결과 타인에게 직접 손해를 가한 피용자 자신의 손해배상액과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피용자가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 적용되고, 공동불법행위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과실비율이 달라 손해배상액의 범위가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공동불법행위자가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도 적용된다"면서 "중개보조원을 고용한 개업공인중개사의 공인중개사법 제30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액의 범위가 과실상계를 한 결과 거래당사자에게 직접 손해를 가한 중개보조원 자신의 손해배상액과 달라졌는데 다액채무자인 중개보조원이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변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기택·김재형 대법관은 "과실비율설을 따를 경우 공동채무관계에 있어 공동채무자들의 각각의 일부 변제의 시간적 순서가 그 변제로 인해 소멸하는 채무액을 좌우하는 하나의 법률요건이 된다고 하는 파탄적인 법질서의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법정변제충당에 관한 민법 제477조를 유추적용해 해결하자는 논의도 있지만, 금액이 다른 채무가 서로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는 경우 일부 변제의 상황이 수개의 채무에 대한 일부 변제에 따른 법정변제충당 규정이 적용되는 상황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규범적 차원에서 유추적용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보충의견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은 일부보증, 연대채무와 관련해 다액채무자가 일부 변제할 경우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이 먼저 소멸한다고 판시했는데 과실비율설은 따른 대법원 판례들은 이러한 판결들과의 정합성 측면에서도 배치됐다"면서 "대법원이 이번 사안에 대해 다액채무자가 단독으로 채무를 부담하는 부분부터 먼저 소멸한다고 판단하고 이에 배치되는 기존 대법원 판결을 변경함으로써 모든 부진정연대채무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정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문은 대법원 홈페이지(http://www.scourt.go.kr/sjudge/1521699814587_152334.pdf)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