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 이야기

부동산과풍수 / 생명의 기운과 물

LBA 효성공인 2017. 4. 7. 13:29

          

안병관 |      

부동산과풍수 / 생명의 기운과 물

 

풍수학은 타고난 팔자대로 살 것을 거부한다. 보통 동양 철학이라 일컫는 명리학, 점성학 등은 태어난 시간에 따라 사람은 평생 살아갈 운명을 타고 난다고 보는 시간적 운명론이다. 한 해에 한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는 대략 60만 명에 이르고, 이들 중 사주가 똑같은 사람은 약 137명(600,000÷ 365÷ 12)에 이른다.

 

그러면 사주가 같은 아이라면 모두 똑같은 인생을 살아갈까? 그렇지는 못 할 것이다. 이에 사주팔자론은 사람의 운명을 추명(推命)하는 방법으로 절대성을 가지기 보다는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 ‘일기예보’와 같다고 생각된다.

 

예보대로 폭우가 쏟아진다면 미리 들고 나간 우산을 긴요하게 쓸 것이며, 만약 비가 오지 않으면 우산을 들고 다니는 불편함만 감수하면 될 일이다.

 

또 풍수학은 개천에서 용 나는 것도 거부한다. ‘인걸은 지령(人傑地靈)’이란 사람의 운명은 그가 태어나 자란 산천의 기운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공간적 운명론이다. 춘천시 서면은 ‘박사 마을’로 유명하다.

1,600여 세대에서 69명의 박사가 배출되어 전국의 면 단위에서 박사 학위자가 가장 많이 배출되었다.

 

그렇다면 서면에서 태어나 성장만 하면 모두 박사가 되는 것일까? 고개가 기우뚱한다. 왜냐하면 같은 부모 아래서 태어나 함께 자란 형제라도 훗날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천태만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잘난 형제도 있고 못난 형제도 있으며, 건강하게 부자로 사는 형이 있는가 하면 가난하고 병약한 동생도 있다. 따라서 사람의 운명을 산천의 기운에 의해 단정적으로 예측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요인에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사람만이 주검을 매장하는 풍습이 있어 왔다. 오랜 세월 동안 부모의 사체를 매장해 오면서, 매장지의 좋고 나쁨이 후손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을 중국의 청오자는 『청오경(靑烏經)』이란 책으로 처음 밝혔고, 그 후 풍수학은 시간적 ? 공간적으로 부여받은 개인의 운명을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 불운을 막고 행운을 얻겠다는 바램에서 발전하였다.

 

즉 동양의 여타 철학이 사람은 타고 난 운명을 이겨낼 수 없다고 말하는 반면, 풍수학은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 불운을 막고 행운을 얻을 수 있다고 하니, 풍수학은 그런 ‘운명 바꾸기’의 일환으로 널리 선호되고 또 기층사상을 지배해 왔다.

 

그런데 풍수학적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를 누리려면, 자연의 생기(生氣)에 감응 받아야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명당에 모신 조상의 유골이 생기와 감응해 후손에게 음덕(蔭德)을 베풀던가.
 
또는 길지(吉地)에 자리한 주택에 생기가 감응해, 그 결과 사는 사람이 행복을 누리는 방법이 있다. 전자를 음택 풍수라 하고, 후자를 양택 풍수라 부르는데, 이들은 마치 나무의 근간(根幹)과 지엽(枝葉)의 관계로 설명되어진다.

 

풍수학에서는 자연의 생기가 왕성히 응집된 장소를 명당 또는 혈(穴)이라 부르는데, 명당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찾고 감응 받아야 할 실체가 있다. 그렇다면 생기가 응집된 명당은 어떤 곳인가? 생기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인데, 음기(陰氣)와 양기(陽氣)로 나뉜다.

 

음기는 땅 속에 존재하며 만물을 탄생시키고, 땅 밖의 양기는 성장과 결실을 주관하는 기운인데, 음기는 물, 온도, 양분과 같은 기운이 복합된 개념으로 그 중 물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만물이 탄생하기에 가장 알맞은 양의 물을 간직한 땅이 음기 충분한 명당이 되고, 물이 너무 많은 곳도, 적은 곳도 풍수학은 흉지로 간주한다.

 

장사 현장에서 천광(穿壙)을 하다 땅 속에 물이 고이면 묘지로써 흉지라고 말한다. 사체를 매장하면 살과 피는 곧 썩어 흙으로 돌아가고, 사람의 정령(精靈)이 응집된 뼈만이 땅 속에 남는다. 이 과정을 육탈(肉脫)이라 부르는데, 광중에 물이 차 사체가 물에 잠겨 있으면 찬 물기운에 의해 육탈이 되지 않는다.

 

그 결과 피부에 싸인 뼈가 생기와 감응치 못해 후손에게 흉한 일이 일어난다. “쑥대밭이 되었다.”라는 말은 물이 찬 조상의 묘에 쑥이 자란 경우로, 조상의 묘에 물이 차면 음덕을 후손이 받지 못해 집 안이 망했다는 뜻으로 쓰인다.

 

또 땅 속에 암반이나 잡석이 들어 차 있으면 흉지라고 피한다. 바위는 생기의 요소인 물을 품지 못하기 때문에 바위를 딛고서는 초목이 무성히 자라지 못한다. 간혹 바위틈에서 초목이 자라긴 하지만 바위 자체의 생기를 공급받는 것은 아니라 흙 속에 간직된 물 때문에 생존이 가능하다.

 

만약 가뭄이 계속된다면 바위에 얹힌 흙은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그곳에 뿌리를 내린 초목도 다른 곳의 초목보다 빨리 말라 죽는다. 그러므로 바위나 돌 등은 생기가 부족한 물질이고, 바위 위에 사체를 매장하거나 집을 지으면 흉한 일이 일어난다.

 

자연적인 상태라면 바위, 돌, 자갈, 모래, 흙 중에서 적당량의 물을 품을 수 있는 물질은 흙뿐이다. 물론 흙은 생기 자체가 아니다. 그렇지만 흙은 생기 요소인 물을 적당히 간직하는 물질로써 흙이 있으면 물이 있고, 물은 곧 생기의 본체임으로 흙이 있으면 생기가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흙은 곧 생기라는 등식이 성립되며, 생기[陰氣]는 물을 품을 수 있는 흙에 한정하여 존재함이

분명하다. 여기서 땅 속에서 물이 많은 곳도 흉지이고, 물이 없는 곳도 흉지이니, 물을 적당히 간직한 곳이 길지이다. 풍수학은 곧 만물을 탄생시키는 기운으로 물이 중요하며, 초목으로 덮인 자연 속에서 흙덩어리를 찾는 것을 본령(本領)으로 삼는다.

 

그리고 음기 중 양분은 물에 녹아 생기로서 역할을 다하고, 온도는 자연 상태에서 좋고 나쁨을 선택할 수 없으니, 음기 중에서 좋고 나쁨을 학문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과 과정은 오직 물뿐이다. 적당량의 물을 간직한 채 사시사철 만물이 탄생할 수 있는 땅, 풍수학은 그곳을 하늘이 감추고 땅이 비밀로 부친 천장지비(天藏地秘)한 혈이라 부르고, 그곳의 흙은 주위 것들과는 다르다.

 

돌처럼 단단해 보이나 흙으로 곱게 바스라 지는 비석비토(非石非土)의 상태에 홍황자윤한 색깔이 스며있다면 더욱 우수하다. 풍수학은 소위 ‘팔자 고치기’ 일환으로 땅에서 흙을 찾지만 진짜 찾는 것은 흙이 아니라 흙 속에 간직된 물이다. 물은 생명의 기운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운명 바꾸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