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관련 법령을 모두 지켜 아파트를 신축했더라도 이웃 주민의 일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면 시행사는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는 최근 서울 독산동 A아파트 주민 B씨 등 87명(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강남)이 C아파트 시행사인 D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6가합529654)에서 "D사는 9억74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건물 신축이 건축 당시 공법적 규제에 적합하다고 해도 현실적 일조방해의 정도가 커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은 때에는 위법행위로 볼 수 있다"며 "수인한도는 피해의 정도와 지역성 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 국토의 협소성과 도시지역의 일반적 거주형태 등을 고려할 때 동짓날(12월 22일)을 기준으로 오전 9시부터 6시간 동안 일조시간이 연속해 2시간 이상 확보되거나 오전 8시부터 8시간 동안 4시간 이상의 일조시간이 확보된다면 수인한도를 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일조방해는 수인한도를 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아파트는 C아파트 신축 후 일조시간이 4시간에 미치지 못하고 연속 일조시간도 2시간이 안돼 일조권을 침해당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제한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거주해야 하는 도시 환경 속에서 어느 한 당사자의 일조이익 등을 절대적으로 보장할 수는 없다"며 D사가 C아파트 신축 과정에서 관계법령을 위반한 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B씨 등은 2015년 5월 자신의 아파트 인근에 11개동 35층 규모의 C아파트가 들어서자 "일조권·조망권 등을 침해당했다"면서 "14억5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