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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검토에 대한 단상

LBA 효성공인 2016. 8. 18. 15:38


계약서 검토에 대한 단상

           


사내변호사는 회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가장 흔히 처리하는 업무 중 하나가 바로 계약서 검토다.

간단히 처리하자면 어색한 문구만 수정하고 검토 의견이랍시고 현업팀에 제공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하자면 거래구조를 파악하고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위험을 모두 파악해서 적절한 대안도 제시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해서 검토의견을 현업팀에 주면 스스로 성장한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고 현업팀에서 고맙다는 소리라도 들을 때면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아무리 꼼꼼히 검토를 하고 정교한 문구를 고안해도 분쟁 가능성이 없는 완벽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선 계약서라는 문서 자체가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두 당사자 사이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기 위한 문서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서로가 완전히 만족할 만한 계약 문구에 합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계약 검토 과정을 살펴보면
■ 당사자들은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문구를 제시하다가 결국 애매한 문구에 합의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또 합의한 특정 문구나 표현의 의미를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경우도 많다.
■의사표현의 의미에 대해 당사자들 사이에 이른바 숨은 불일치가 있는 경우이다.
■ 또한, 당사자들이 발생 가능한 모든 문제점을 미리 파악하고 계약서에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중에 당사자들이 미처 규정하지 못한 사항을 두고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협상 우위를 점한 당사자가 상대방을 압박해 체결한 계약의 경우 문구의 의미를 두고 다투지는 않지만 계약의 효력이 문제되곤 한다.
■심지어 현업팀에서 계약 체결을 강행하기 위해 법무팀의 의견을 무시하고 상대방이 제시한 문구를 수용해버리는 경우도 자주 있다.

이러다 보니 계약 검토 업무에 대해 시지프스와 같은 회의감이나 무력감을 종종 느끼곤 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무리 잘해도 분쟁을 완벽히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위안 삼아야 하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