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세상은 랜덤(Random)이다

LBA 효성공인 2016. 3. 30. 18:03

고수익 사기에 쉽게 걸려드는 이유

“5년이나 아무 일이 없는데

어느 날, 대도시 재래시장에 수십억 투자금 사기 사건으로 발칵 뒤집히는 일이 생겼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돈을 빌려주면 고리의 이자로 되돌려주겠다는 사기꾼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투자금을 사기꾼에게 맡겼으나 그가 도주 하면서 돈을 되찾을 길이 막막하다. 흔히 TV 뉴스에서 보는 전형적인 사기 사건의 장면이다.


이런 사기 사건에서 공통점은 초기에는 투자금에 상응하는 고리의 이자를 잘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두 달이 아니라 일 년, 심지어 3~5년까지 지속적으로 이자는 꼬박꼬박 지급된다. 처음에는 의심하던 사람들도 주위 사람들이 고수익을 누리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흔들린다. “5년까지 아무런 사고가 없었는데 앞으로도 없겠지라고 방심하는 것이다. 이자 지급횟수가 길어질수록 사람들은 안심하고 더 큰 배팅을 한다. 평소 콩나물, 두부를 살 때 200~500원 깎는 사람들이 고수익의 유혹 앞에서는 딸 시집 보낼 밑천까지 투자하는 무모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어느 날 부터 이자 지급일이 늦춰진다. 사건이 터진 뒤 비상대책위원회가 부랴부랴 구성된다. 결국 자신들이 받은 높은 이자는 다른 회원의 투자 원금이었다는 게 사건이 일어난 뒤에야 뒤늦게 드러난다

 

독일의 유명한 투자자인 롤프 도벨리는 이런 사기사건을 귀납법의 오류에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별적인 사안이 반복되면 패턴으로 인식하면서 아예 보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오류가 생긴다는 것이다. , 고수익이 한동안 계속 주어지면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은 채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아예 맹신하는 실수를 범한다는 애기다.

부동산시장에서도 귀납법의 오류는 쉽게 발견된다. 자영업자 송진수(가명· 56)씨는 아파트값이 처음에 급락했을 때는 일시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아파트값은 급락하더라도 얼마 가지 않아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송씨에게 아파트는 사두면 오른다는 고정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값은 한동안 계속 떨어졌다. “이제는 아파트값이 그만 떨어지고 오르겠지라고 예상했지만 번번이 예측이 엇나갔다. 우리나라 부동산이 일본 부동산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극단적 비관론도 잇따라 가뜩이나 불안한 마음을 자극했다

그는 그 때서야 내 판단이 잘 못됐나라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한동안 아노미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도저히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아파트를 매각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때가 바닥이었다. 송씨가 집을 바닥에 팔고 만 것은 일부 지속된 움직임을 스스로 패턴화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함정에 빠졌기 때문이다. 시장의 흐름에 나름대로 규칙성을 부여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랜덤하게 나타나는 바람에 혼란이 생긴 것이다. 우리는 약간의 비슷한 흐름만 있으면 규칙성을 부여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는데, 자칫 판단의 족쇄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다. 인위적인 규칙성 부여는 오히려 더 큰 판단 착오를 부를 수 있다는 얘기다. 세상은 랜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