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사업 청산금, 근저당 금액 제외하고 지급"…대법, 기존 '판례' 변경|
【서울=뉴시스】김승모 기자 = 재건축시 분양권이 아니라 현금을 받기로 한 토지 소유자가 근저당이 설정된 상태로 조합에 소유권을 넘겼다면 조합은 근저당 설정 말소 등기 비용을 뺀 나머지 청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재건축조합에 소유권을 넘기면서 근저당 설정 등기를 동시에 말소시키지 않을 경우 청산금 전부에 영향을 미쳐 조합이 청산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했던 지난 2009년 판례를 이번에 변경했다.
결국 공평의 원칙(자기 의무를 다하지 않고 상대에게 의무를 요구할 수 없다는 의미)에 근거해서 근저당 설정 등기를 말소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면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9일 토지 소유자 권모(60·여)씨 등 5명이 목동제일시장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청산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권씨 등의 근저당 설정이 말소될 때까지 조합이 청산금 전부에 대해 동시에 이뤄질 것을 주장(동시이행 항변)하며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의 판결은 구 도시정비법 47조에 따른 현금청산 관계에서 동시이행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구 도시정비법 제47조는 분양신청을 하지 않거나 분양신청기간 종료 이전에 신청을 철회한 조합원에 대해서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 90일 이내에 현금으로 청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구 도시정비법 제47조는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해 그 소유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토지 등을 현금으로 청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치고 건네받은 조합은 근저당이 말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련법이 정한 청산기한 이후에도 근저당 금액을 넘어 청산금 전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건축조합은 2008년 8월 조합원 총회를 통해 토지 소유자인 권씨 등을 분양 대상에서 제외하고 현금청산 대상자로 포함한 관리처분계획을 의결했다. 권씨 등이 분양신청기간 만기인 2006년 5월 27일까지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조합은 의결에 따라 2008년 12월 양천구청장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이에 권씨 등은 인가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한 부동산 감정가로 청산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권씨 등에게 총 12억원 상당의 청산금을 모두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권씨 등이 청산금을 받기 위해서는 근저당이 모두 말소되고 이후 청산금 지급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권씨 등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현금청산에서 토지 등 소유자가 소유권이전등기 및 인도를 마쳤지만, 근저당 등을 말소하지 않은 경우 조합이 근저당 말소와 동시이행을 주장해 거절할 수 있는 청산금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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