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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되면 거래량이 먼저 줄어드는 이유

LBA 효성공인 2015. 2. 28. 16:53

부동산리더스

박원갑의 마켓리서치

부동산은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생물체와 같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체계적이면서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투자 신호등이 되고자 합니다. 객관성, 공정성, 그리고 도덕성. 이 3가지 철학을 바탕으로 아직 어려운 영역인 진정한 부동산 애널리스트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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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되면 거래량이 먼저 줄어드는 이유

그 아파트를 얼마에 샀는데 어떻게 2억원이나 싸게 팔아요.”(손실회피)

맞벌이 부부 김순미(가명·45·)씨는 아파트를 싼 값에라도 팔자는 남편의 간청을 뿌리쳤다. 김씨 부부가 이 아파트를 산 것은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구가하던 6년 전이다. 그 동안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팔려니 미련이 커졌다. 게다가 그동안 아파트를 장만하느라 고생했던 온갖 생각들까지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이들 부부는 결국 지금 불황기에 싼 값에 아파트를 팔기보다는 일단 매도시기를 미루고 지켜보기로 했다. 이처럼 산 가격보다 손해보고 팔지 않으려는 손실 회피는 시장 법칙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심리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막상 부동산 시장에서는 움직이는 큰 힘으로 작용한다.

 

1991~1997년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매매된 6000건 이상의 아파트 거래 자료를 분석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주택시장에서 손실회피 현상을 쉽게 알 수 있다. 보스턴은 1989년부터 1992년까지 아파트 시세가 40% 떨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물건을 분석해보니 최고가로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낮은 가격에 구입했던 사람들보다 매도호가가 높았다는 점이다. 현재 형성되는 시장가격을 무시하고 옛 가격을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중개업자들이 내놓은 가격은 실제 거래가격보다 최고 35%이나 높았다. 결과는 뻔했다. 매수자들이 요구하는 가격대보다 턱없이 높으니 팔리지 않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대출 규제에 묶여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집을 살 때 비교적 많은 금액을 은행 대출에 의존한다. 집값이 급락할 경우 대출금을 갚고 나면 새 집을 계약할 수 있는 '밑천(Down payment)'이 사라진다. 이런 금전적 제약으로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 집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처지가 된다. 그러니 ●현 시세와 동떨어진 구입 당시의 가격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 같은 손실 회피 경향으로 불황이 오게 되면 가격이 먼저 하락하기보다는 ●거래량이 먼저 줄어드는 것이다(수요 감소). 거래량이 가격을 선행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거래 감소가 지속되면 결국 가격은 떨어진다. 그런데 주택시장을 지켜보면 단기적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은 매도자들의 매물이 갑자기 늘어나서 생기는 현상은 아닌 것 같다. 매도자들은 여전히 손실회피 성향을 갖고 있어 처음부터 싼 매물을 많이 내놓지 않는다.

 

●수요자의 관망세가 장기화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사정이 급한 매도자들이 하나 둘씩 호가를 낮춘다. 말하자면 단기적으로 가격 하락은 매물 증가보다는 수요 감소에서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요컨대 매입세력 두절이 결국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손해를 본 주식이나 부동산은 장기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손실회피 심리가 작동한 때문이다. 하지만 이익이 난 주식이나 부동산은 금세 팔려고 한다. 이를 심리학적으로 기분 효과 혹은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부른다.

 

그런데 손실이 난 종목을 오래 동안 보유하려는 경향에 대해서는 부동산시장은 주식시장과 약간 다른 것 같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주식시장처럼 일부러 팔지 않아서도 나타날 수 있지만 거래 두절로 팔지 못해서도 어쩔 수 없이 오래 보유하는 경우도 많다. 사실 주식은 언제라도 팔 수 있지만 부동산은 손해보고 팔고 싶어도● 환금성(유동성) 제약으로 여의치 않은 것이다.(팔고 싶어도 팔지 못한다)